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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김정은, 눈물로 애민정치 연출...충성 독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 중 흘린 눈물을 보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 영상 캡처.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흘린 눈물의 의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삼중고’ 속에 주민들을 사랑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연말까지 ‘80일 전투’에 전념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언론들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눈물을 보인 것을 관심있게 보도하고 분석했습니다.

`폭스 뉴스’는 “김정은이 감정적인 사과 연설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흠모하는 대중에게 시적인 겸손을 보여주는 드문 광경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이렇게 감정을 쏟아내는 모습은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넷 매체 ‘바이스’도 열병식에서 눈길을 끈 것은 신종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개 외에 김정은의 눈물이라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에서 주민들의 자연재해 복구 노력을 언급할 때 “미안하다”며 안경을 벗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고,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없다는 언급을 할 때는 “고맙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눈물을 흘린 것은 주민에 대한 사랑을 부각하는 ‘애민정치’를 연출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입니다.

[녹취:고스 국장] “Internally to the people that he is their leader, he cares about them, he genuinely wants them to do well, and that he was sorry that he hasn’t been able to help them through this past year very much.”

고스 국장은 1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우는 모습을 통해 북한 내부에 보낸 메시지는 “자신이 주민들의 지도자이며, 주민들을 아끼고, 진심으로 주민들이 잘 되길 바라며,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도움을 못 줘서 미안하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 통치스타일의 특징은 당국자들의 ‘책임’을 묻는 것인데, 자신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스 국장은 김 위원장이 ‘80일 전투’ 총동원에 앞서 주민들의 심리적 지지를 얻으려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고스 국장] “Double up, buckle your belts even tighter and give it all you’ve got. I think that he knows he’s going to ask a lot of the people and he needs to have at least their emotional support to continue to put up with all of these hardships.”

주민들에게 더욱 허리띠를 조이고 노력을 배가하며 모든 힘을 쏟으라는 요구를 할 것인데, 이런 큰 요구에 앞서 심리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정부 북한정보 분석관을 지낸 이민영 연구원은 VOA에, 김정은 위원장이 ‘80일 전투’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연설을 들은 북한 주민들은 더 단결해서 더 잘 살아보자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선전선동 기법이 계속 세련되고 현대화된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연설이 과거와 달리 “이데올로기, 당의 역사, 정치적 내용이 거의 없고, 국민들이 쉽게 알아듣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졌다는 면에서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단결해서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연설의 요지는 과거와 비슷했지만 “더 실용적인 내용들에 치중함으로서 그 효과는 더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 CIA 출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애민 지도자’라는 인상을 주고 싶어하지만, 실제로 주민들을 사랑했다면 당 창건 행사를 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김 연구원] “If he really cared about the population, their well-being, then we might not have seen a parade of this size and we might have seen resources being used towards the betterment of the North Korean population.”

김 연구원은 열병식은 주민들의 시간과 노력이라는 희생을 토대로 이뤄진다며, “만일 김 위원장이 진실로 주민들을 아꼈다면 이런 대규모 열병식을 열지 않고, 대신 관련 자원을 주민생활 향상에 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이 눈물을 흘린 것은 주민들을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국제사회의 동정심을 이끌어 내 지원과 원조를 짜내려는 속셈”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열병식 내내 김 위원장 옆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의 위상에 주목했습니다.

이민영 연구원은 “열병식을 보며 리병철 부위원장의 위상이 정말 높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8월 14일 정치국 회의 때는 정권 서열 5위였고, 이후 여러 사진들을 봤을 때 3위로 올라간 것처럼 보였는데, 이번 열병식 때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바로 다음으로 호명돼 서열 3위인 것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이민영 연구원은 “리병철이 계속 부각되는 것은 북한 정권이 전략무기 사업을 중점적으로 계속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랜드연구소의 수 김 연구원은 리병철과 박정천의 높은 위상이 확인된 것은 김 위원장의 기존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김 연구원] “There’s not going to be massive economic reopening via these individuals, on the foreign policy front, there’s not going to be N Korea extending an olive branch to the U.S. or S Korea. If anything, it’s just going to be Kim Jong Un strengthening and reinforcing his bottom line.”

리병철과 박정천을 통해 북한의 대규모 경제개방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미국이나 한국에 대한 유화책이 나오지도 않을 것이며, 오히려 김정은의 기존 정책이 강화되고 견고해질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북한 권력층을 연구하는 웹사이트 ‘노스 코리아 리더십 워치’를 운영해 온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눈물은 국가적 어려움에 대한 “책임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매든 연구원] "These emotional expressions show a more passionate, more involved and more sensitive Supreme Leader. I would ascribe this to the longer-term trend in DPRK politics in which Kim Jong Un is making himself more of a traditional political leader than a sort of demi-god figure."

매든 연구원은 특히 김 위원장의 적극적인 감정 표현은 “열정적이며, 주민들에게 관여하고 공감하는 최고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신격화된 통치자가 아닌 보다 전통적인 정치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모습을 장기간에 걸쳐 계속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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