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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전술핵 개발 첫 공식 언급..."대미, 대남 압박 새 카드"


10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신형 초대형 방사포로 보이는 무기가 등장했다.
10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신형 초대형 방사포로 보이는 무기가 등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전술핵무기 개발 의지를 처음으로 공식화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면서 미국에 대해서도 군축 협상을 염두에 둔 새로운 압박카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내용을 보도하면서 핵무기의 소형, 경량화 그리고 전술무기화를 보다 발전시켜 현대전에서 작전 임무의 목적과 타격 대상에 따라 서로 다른 수단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들을 개발하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전술핵 개발을 처음 공개적으로 지시한 겁니다.

전술핵은 수 킬로t에서 수 십 킬로t의 위력을 갖고 있고 사거리가 짧아 북한이 개발할 경우 일차적으로 한국에 치명적인 위협일 수 밖에 없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그동안 미국에 대한 자위력 차원이라고 선전했던 핵무기를 한국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한은 ‘첨단 전술핵무기’라며 초대형 방사포와 신형 전술미사일,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등을 언급했습니다. 이 가운데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은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언급은 북한이 핵을 자위력 차원을 넘어 공세적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이전까지는 자위력 차원이다 라는 것은 핵을 갖고는 있지만 사용할 가능성을 최소화 한 거고 사용의 조건이 붙는 거죠. 그런데 전술 핵무기는 국지전 상황에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고 대상이 미국이 아니지 않습니까, 남한을 대상으로 하는 거고, 남한에 있는 미군 기지도 가능하고 그리고 북한이 갖고 있는 미사일 종류를 감안하면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도 타격이 가능한 상황이거든요.”

북한이 실제로 자신들의 중단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능력을 확보했는지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2019년부터 북한이 연이어 시험발사했던 신형 미사일 가운데 일부에는 장착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한국 국방대학교 교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알려진 신형 미사일에는 실을 수 있을 정도로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와 경량화가 진전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 600km 이상으로 한국 전역과 일부 주일미군 기지를 사정권에 넣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해 실전배치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탄두 중량은 500~600kg

직경은 92cm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판 에이태킴스’나 600mm 초대형 방사포 등에는 탄두 직경과 무게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이에 맞는 전술핵탄두 개발이 완료됐는지 불분명합니다.

부승찬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8차 당 대회를 통해 제시한 핵 무력 증강 계획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부승찬 대변인] “국방부는 북한이 당 대회에서 발표한 군비증강 계획에 대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군은 그동안 전력 현대화를 통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등에 대한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고 앞으로 이를 더욱 보완할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신형 단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어 발사할 경우 한국 측의 발사 전 파괴 또는 요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를 조기 탐지해 30분 내에 무력화하는 이른바 ‘킬 체인’과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신형 전술미사일과 초대형 이동식 방사포 발사대를 수 십기 이상 양산해 배치할 경우 이들을 단시간 내 탐지해 모두 파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입니다.

권용수 전 교수는 북한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들은 50km 이하의 저고도 정밀유도 장치가 있기 때문에 탐지와 요격이 쉽지 않은데다 북한이 핵을 실은 저고도 미사일과 고각의 재래식 미사일을 한꺼번에 쏠 경우 대응이 더 어려워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권용수 전 교수] “북한은 섞어쏘기를 할 거에요. 재래식 미사일은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거잖아요. 근데 4종 세트는 탐지가 안되게 낮게 날라오는 거잖아요. 사실 그것을 탐지하려면 레이더를 저각에 탐지하기 쉽게 앵글을 조절해줘야 되거든요. 그러면 곤혹스러워지는 거죠.”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 전술핵은 한국에 치명적인 위협일 수 있다며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인 동시에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바꾸게도 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신형 단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때 전술핵 탑재 가능성은 열어놨다는 평가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의 입에서 직접 전술핵을 이야기한 것은 그만큼 한국에 대한 압박, 대미 협상 이런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 봅니다.”

박원곤 교수는 전술핵이 미국 본토 타격용이 아니긴 하지만 북한이 전술핵 개발을 공식화한 것은 미국과의 핵 군축 협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 교수는 미국이 냉전시대 옛 소련과 체결했던 중거리핵전력조약, INF 조약과 같은 협상을 북한이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과 일본 같은 핵심 동맹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북한의 전술핵 개발은 미국에도 큰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NF 조약은 1987년 12월 미국과 옛 소련 간에 체결된 핵탄두 장착용의 중거리와 단거리 미사일 폐기에 관한 조약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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