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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종우 이사장] "한국전 참전 22개국 역사 교사들, 다음 달 온라인 국제회의"


미국 워싱턴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에는 전진하는 미군 병사들의 모습을 담은 철상과 한국전에서 싸운 군인 2천5백 명의 모습을 새긴 화강암벽이 세워져있다.
미국 워싱턴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에는 전진하는 미군 병사들의 모습을 담은 철상과 한국전에서 싸운 군인 2천5백 명의 모습을 새긴 화강암벽이 세워져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22개국 역사 교사들이 다음 달 참전용사 자료집 발간을 위한 온라인 국제회의를 개최한다고, 미국의 민간단체인 ‘한국전쟁 유업재단’의 한종우 이사장이 밝혔습니다. 한 이사장은 미국 재향군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VOA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각국 참전용사들의 전쟁 경험과 유업을 자료화해 한국전쟁의 의의를 다음 세대에 가르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러큐스대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한종우 이사장을 김영권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국에서 Veterans Day-재향군인의 날은 어떤 의미일까요?

한종우 교수) 미국이 20세기 패권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참전용사들이 전 세계에 파견돼 그곳에서 갈등 해결을 위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이분들의 희생과 흘린 피를 존중하고 감사를 표하지 않으면 사실상 미국 공동체의 기반이 흔들릴 정도입니다. 미국 정부와 시민들이 그분들의 노고와 희생을 잊지 않고 기리는 일들은 미국 사회의 근간이 되고 있고 미국 사회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한국전쟁 참전용사 1천 600여 분을 인터뷰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전용사들은 전쟁을 어떻게 평가하고 회고하나요?

한종우 교수) 제가 인터뷰 중에 당신이 참전할 때 한국을 알았냐고 여쭙습니다. 그분들은 지도에서 한국을 전혀 몰랐다고 말합니다. 부산이나 인천에 상륙했을 때 한국에 관해 어떤 생각이 들었냐고 물으면 거의 ‘미개국’ 같았다고 말합니다. 당신이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떠날 때 대한민국이 향후 전 세계 11대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상상해본 적이 있냐고 물으면 전부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그리고 전쟁 후 한국을 다시 방문한 적이 있냐고 물으면 그분들을 말을 잇지 못합니다. 왜? 1950년과 1951년에 본 인천과 지금 그분들이 여객기에서 내렸던 인천공항과 대한민국의 모습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가 강요하지 않아도 그분들은 스스로 믿을 수 없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그리고 민주화를 믿을 수 없다, 그래서 자랑스럽다고 제게 거의 고백하는 수준의 인터뷰를 1천 600개 했습니다.

기자)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대부분 90세 이상 고령이라 계속 세상을 떠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립니다. 아직 살아있는 미국 내 참전용사는 몇 명으로 추산하십니까?

한종우 교수) 통계 파악이 불가능하지만, 20만~30만 명 정도의 참전용사들이 아직 생존해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분들은 5년 후면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저희는 그분들의 증언을 교육 자료화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재단의 모토가 “of the teacher, for the teacher, by the teacher”입니다. 참전용사들의 유업을 교육 자료화하고 앞으로 후세대에 지속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방안을 저희 재단의 가장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자) 왜 그런 활동이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한종우 교수)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개입한 전쟁 중에 대한민국 같은 산업화와 민주화 발전, 그리고 한미동맹을 이룬 경우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분들이 흘린 피와 희생을 단지 참전용사의 날에 또는 Veterans Day에 존중을 표하는 것 이상으로 교육 체계와 저희들이 가르치는 초·중·고등학교의 교육자료를 통해 한국전쟁의 의미를, 세계적이고 역사적인 의의를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일에 저희 재단은 전념하고 있습니다.

기자) 지난해 미 교육단체와 공동으로 한국전쟁 교육자료집을 발간하신 것도 그런 의미인가요?

한종우 교수) 네, 말씀하신 단체가 ‘National Council for the Social Studies(NCSS)’라고 미 전국에 있는 사회와 역사 교사들, 특히 대학이 아닌 초·중·고 교사분들의 연합체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NCSS와 함께 2019년부터 총 5권의 교육자료집을 발간했습니다. 첫 번째는 ‘한국전쟁과 그 유업’이라고 해서 대한민국의 동시적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얘기했구요. 올해에는 AP Human Geography 인문지리책과 AP Korean War도 발간했고요. 단지 미국뿐 아니라 영국의 Historical Association, 미국의 NCSS에 해당하는데, 그 단체와도 저희가 계약을 맺고 한국전쟁 영국군 참전용사들의 특별한 경험을 교육 자료화한 책을 발간했습니다. 그래서 캐나다 등 22개 참전국 용사들의 경험을 교육 자료화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잊혀진 전쟁’으로 기억되는 한국전쟁의 세계사적 의의를 각국의 교육자들과 함께 재조명하는 겁니다.

기자) 전쟁을 남침이 아닌 북침이라고 허위 선전하는 북한 정권뿐 아니라 최근에는 중국의 시진핑 정부도 한국전쟁 역사를 왜곡 선전해 논란이 됐었습니다.

한종우 교수) 한국전쟁은 절대로 잊혀진 전쟁이 아닙니다. 현재까지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도를 드러내는 살아있는 전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전쟁이 동북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전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 교육에서는 잊혀진 전쟁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냉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미국의 자라나는 세대가 70년 전 있었던 한국전쟁을 통해 우리의 역사적 사명이 무엇이고 미국과 중국이 당면한 과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생생하게 교육할 수 있는 게재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앞서 한국전쟁 참전 22개국 참전용사들 관련 교육자료집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요?

한종우 교수) 참전용사들과 22개 참전국 역사 교사들을 하나로 묶는 World Congress입니다. 저희가 올해 7월에 22개국 참전용사와 교사 등 100분을 모시고 1회 행사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12월 12일에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미국 동부 시각으로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5시간에 걸쳐 22개국 참전국의 역사 교사들과 함께하는 온라인 콘퍼런스입니다. 2021년부터 코로나가 통제될 것을 가정한다면, 미국 다음으로 최대 파병국인 영국의 런던에서 2회 Congress를 개최할 것이고, 세 번째 파병국인 캐나다에서 2022년에 3회 행사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지속적으로 해서 22개 참전국에서 World Congress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미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한국전쟁 유업재단 이사장으로 활동 중인 한종우 시러큐스대 교수와 함께 참전용사들의 근황과 다음 달 열릴 22개 참전국 역사 교사들의 국제회의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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