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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사태 속 해외 미군 역할 주목…전문가들 "주고받는 동맹 의미 부각"


지난 2019년 6월 한국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기지에서 미8군 창설 75주년을 맞아 훈련 시범이 진행됐다.
지난 2019년 6월 한국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기지에서 미8군 창설 75주년을 맞아 훈련 시범이 진행됐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가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주한미군을 비롯한 미군의 해외 주둔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아프간은 미국의 주요 동맹들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면서도, 상호 이익을 주고받는 ‘동맹의 진정한 의미’가 더욱 부각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아프간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국익’을 강조했습니다.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 결정이 미국인들, 목숨을 건 용감한 군인들, 그리고 미국을 위해 옳은 결정이었다는 겁니다.

또 아프간 군인들이 스스로를 위해 싸울 의지가 없는 전쟁에 미국 군대가 나서거나 죽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의 해외 활동과 관련해 ‘국익’을 강조하면서 일각에선 전 세계에서 미군의 역할, 특히 해외 주둔 미군의 지위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도 아프간 사태가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 문제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맹국이 미국의 안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이들 나라에 주둔한 미군을 통해 미국이 얻는 ‘이익’ 부분에 주목하면서, 아프간 문제는 동맹국의 해외 주둔 문제와 단순히 비교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동맹 운용방식’은 동맹에 도움을 주면서도 반대로 도움을 받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며 한국을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 Korean case is a two-sided case. We have a mutual defense relationship, the US provide support to Korea, but Korea keeps a ship in the Persian Gulf area. Korea has done many other things to support U.S. security relationships. The Afghans did nothing like that. They were a constant drain and not a supportive security partner.”

베넷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동맹은 ‘쌍방향’이고 또 상호방위조약 관계를 맺고 있다며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지만, 한국은 페르시아만에 군함을 유지하고 미국의 안보관계를 지원하기 위해 다른 많은 일들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아프간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면서, “언제나 ‘밑 빠진 독’이었고, 도움이 되지 않는 안보 파트너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동맹관계가) 쌍방향이고 매우 안정적인 환경에서 충돌도 없다면 미국의 입장에선 (동맹과의 안보에 대한) 장기적 약속을 유지하기 훨씬 더 쉬워진다”며, 이는 아프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베넷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VOA에 미국이 전 세계 동맹을 유지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한국은 물론 일본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미군이 주둔해 있는 나라들 모두에서 이익을 얻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Afghanistan does not fall into the alliance category of a major alliance. South Korea is a major US ally, not only for security on the Korean Peninsula but as we saw in the Moon and Biden summit and the results of that, is that our alliance as a global view, you know, whether it's cyber, whether it's trade, whether it's humanitarian engagement, engagement around the world, our alliance is it's really it goes well beyond the military to military and security aspect on the Korean peninsula.”

맥스웰 연구원은 아프간은 주요 동맹 범주에 들어가지 않지만 한국은 미국의 주요 동맹이라면서, 미-한 정상회담과 그 결과에서 볼 수 있었듯이 두 나라의 동맹은 ‘국제적인 관점’을 지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국제적 관점’에 사이버와 무역, 인도주의적 활동, 전 세계와의 관여 등이 포함된다면서, “우리의 동맹은 한반도의 군사와 안보적 측면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한반도는 핵 강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둘러 쌓여 있고 주요 불량국가인 북한이 있는 곳이라면서, 이런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국제사회 경제 등 여러 사안에 미칠 파장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주한미군의 주둔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중요한 문제라는 겁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나토 역시 미국이 러시아의 위협을 막는 데 주요 역할을 하고, 일본은 인도태평양에서 작전을 위한 전략적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7년 12월 미한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에 참가한 미 공군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와 F-35A, F-35B 전투기가 한국 공군 F-16, F-15K 전투기와 편대비행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미한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에 참가한 미 공군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와 F-35A, F-35B 전투기가 한국 공군 F-16, F-15K 전투기와 편대비행하고 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와 안보 정책에서 동맹 유지가 최우선 사안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며, 아프간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동맹 사이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회의적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made it very clear that the alliance maintenance is one of its top priorities in terms of foreign policy and security policy. And so, you know, they're obviously going to be people that are concerned that are trying to connect dots that may not exactly be there. I mean, if the United States would decide to pull out of South Korea, after having what has to happen in Afghanistan, there would really be no country in the world that could trust the United States again to have any sort of commitment.”

고스 국장은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과장해 동맹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연결할지 모르지만 “아프간 사태 이후 만약 미국이 한국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전 세계 어떤 나라도 미국의 약속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동맹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국장은 VOA에 “안타깝게도 바이든 행정부는 전 세계 모든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안보공약을 의심할 만한 이유를 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 “The Biden Administration sadly has given every ally across the world a reason to doubt our security commitments. I could see many allies saying ‘If Washington could not leave 2,500 troops in place to deter and contain a Taliban threat that was no where near taking over the country why would they think about staying here?’”

많은 동맹국들은 ‘미국이 탈레반의 위협을 저지하고 억지하기 위해 2천500명의 병력도 남겨두지 못했는데, 왜 우리 나라에 머무르려 할까’라는 질문을 할 것이라는 겁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어 “미국이 아프간과 같이 비교적 안정적인 장소에도 머무르지 못한다면 위기 상황에선 어떻게 하겠느냐”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 북한 문제에서도 진정으로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베넷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동맹들에게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도움만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If the Koreans say, ‘no, we're not really interested in supporting the US, we want this to be a one way thing. We don't want to pay any burden sharing, and we're not going to cooperate with the US.’ Well, then that makes Korea less of an ally.”

만약 한국이 미국을 지원하는데 관심이 없고 (쌍방이 아닌) 한쪽의 동맹관계를 갖겠다고 하거나, 방위비 분담금 지불을 거절하고 미국과의 협력을 거절한다면, 미국의 입장에선 한국은 덜 중요한 동맹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베넷 연구원은 “안타깝게도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간이 전 세계 다른 동맹들과 어떤 점에서 매우 다른지 설명하지 않았지만, 아프간은 우리가 다른 동맹으로부터 갖는 이익이 없는 나라였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번과 같은 사태를 통해 미국의 모든 적국들은 대담해진다며, 이란과 북한, 중국 등이 이번 상황에서 이득을 취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서먼 전 사령관] “I think all our adversaries are emboldened when they see something like this take place, the Iranians, North Korea, and I think the Chinese to take advantage of what's going on with this… So now is when we got to be very vigilant. Our relationship has got to be ironclad. And from a military standpoint, like I say, I'm confident in the South Korean military. But I do think they have to train, and they have to maintain the highest level of readiness and there's no excuse for not doing it.”

따라서 지금은 매우 경계를 철저히 해야 할 시점이며 동맹과의 관계도 철통 같아야 한다고, 서먼 전 사령관은 강조했습니다.

서먼 전 사령관은 군사적 관점으로 볼 때 한국 군대를 신뢰하지만, 훈련을 해야 하고 또 최고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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