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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한국 유학생의 '사람에 초점 둔 북한인권 전시회'


전시회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임재환 씨의 작품이 영상으로 재생되고 있다.
전시회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임재환 씨의 작품이 영상으로 재생되고 있다.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미국사회에 한반도 분단 상황이 낳은 현실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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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제 북한 땅에 다 와가는데요, 여러분이 꼭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어요. 제일 중요한 건 여러분 옆에 있는 커튼을 꼭 닫고 열지 않는 거예요.”

금강산으로 가는 관광버스를 타고있던 수십명의 노란교복을 입은 초등학생들은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커튼을 모두 닫습니다.

붉은 빛이 도는 커튼을 닫자 버스 안은 어둡고 붉으스름한 빛으로 덮힙니다.

긴장감이 도는 음악과 함께 붉게 덮힌 버스안이 그려지는데, 화면 위로 북한 군이 사람을 총으로 쏴죽인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내용이 흐릅니다.

작품은 당시 분위기와 어린 시절 작가의 심리를 묘사하는데 관람객들을 영상 속으로 초대해 주인공의 경험을 느끼도록 안내합니다.

수묵화로 표현된 금강산 그림이 전시회 천장에서 내려오는 투명한 대형 스크린에 비추고 스크린 위로 그림들이 연쇄적으로 흐르는 영상이 재생되는 형식을 통해서입니다.

작품은 당시 작가의 어머니와 북한 안내원과의 짧은 대화 내용 등 직간접적인 북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어린이의 눈으로 담았습니다.

이 작품을 제작한 임재환 씨는 서부 캘리포니아주립대 UCLA 다학제적 예술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임재환 씨에 따르면 다학제적 예술이란 예술가에 의해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는 매우 다양한 방법의 전시로 얼핏 미술작품으로 보이지 않는다 해도 예술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임재환 씨는 VOA 에 작품 ‘금강산’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임재환] “경계선 때문인데, 어떤다른 삶을 살았는지 표현하는 것이 었고, 사람과 접촉이 있었을때 다양한 감정의 변화, 그리고 무서움에서 열린 마음으로 가는 생각적인 변화, 다른 사람들도 이런 종류의 경험이 있을 수 있다…”

임 씨는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자신의 북한사람에 대한 감정이 두려움에서 친근함으로 바뀌었다며 경험을 통해 생각이 변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임 씨는 석사학위 취득을 위해 기획한 이번 전시에 총 세가지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자신의 기억을 살린 “금강산”, 탈북민에 대한 미국인들의 의견을 직접 묻는 “북한이탈주민을 대하는 개인의 자세”, 그리고 자신과 탈북민이 직접 손으로 쓴 “한반도에 보내는 편지”입니다.

첫 번째 작품인 “북한이탈주민을 대하는 개인의 자세”는 벽에 붙은 탈북민들의 상황에 대한 자료를 본 관람객들이 세 가지로 분류된 설문지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각각의 상자에 넣는 형식입니다.

‘탈북민 돕기를 주의하는 입장, 돕는 것을 지지하는 입장, 그리고 그 밖의 의견’을 묻는 질문에 20대에서 40대의 학생, 엔지니어, 간호사 등 다양한 배경의 미국인 7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북한 주민에게 자유가 주어져야 하며 남북한과 미국의 정치적인 상황에 얽혀 복잡한 문제로 생각되지만 도와야 한다는 점에는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작품인 “한반도에 보내는 편지”는 8장의 편지가 투명 아크릴에 붙은채로 전시실 한 가운데 매달려 있어 마치 창문을 연상하게 합니다.

8장의 편지는 임재환 씨가 한국에 있는 어머니에게 쓴 것으로 유학생활에서 느끼는 점과 부모님의 지원에 대한 진심어린 고마움 등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탈북민의 편지는 탈북민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쓴 편지입니다. 탈북민의 편재 내용은 전시 조건에 따라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임재환 씨는 세 가지 작품의 공통점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임재환] “세 작품 자체가 다 사람에 대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거든요. 북한에 있는 사람이든, 나온 사람이든 나라와 사람들을 정치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람들에 대해서 만큼은 정치적으로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임 씨가 자신 연구한 학문의 결실로서 북한사람을 주목한 배경은 2016년부터 맺어 온 탈북민과의 인연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시카고 내 탈북민 영어교육 민간단체 ‘에녹’과 한국에 있는 ‘TNKR’에서 20대에서 40-50대 탈북민들을 두루 만난 임재환 씨.

임 씨는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반도의 미래를 고민하는 기간을 거쳤고 모두가 겪게 될 미래의 낯선 만남과 상황을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북한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관계와 인식의 변화를 먼저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임재환 씨는 이를 위해 전시회 작품에서 던진 주제를 대화로 직접 나누는 토론회도 마련했습니다.

‘젊은 세대들의 한반도’라는 주제 아래 탈북민에 대한 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행동을 두고 다양한 관점과 방법을 나눴습니다.

재미한인 청년들이 주로 참여했지만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며 토론 방향을 설명했습니다.

[녹취: 임재환] “한국에는 특히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북한에 대한 인식이 양극화되요. 그런 다양한 생각들이 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논의가 되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단 말이죠. 뉴스를 접하거나 행사를 방문함으로서 담론을 접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도 기성 세대들 만큼 의견이 양론화 됐다고 생각해요.그래서 그 다양한 의견을 한대 모아서 생각이 다른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울의 평양시민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데이비드 윤 감독은 미디어속에 등장하는 탈북민들이 거짓 증언을 강요받는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한반도 문제를 미국 사회에 알리기 위한 홍보 방법 등도 활동가의 의견을 통해 들었습니다.

북한인권개선 활동을 벌이는 미국내 민간단체 링크의 남가주캘리포니아대학교 제이 리 팀장은 VOA에 “탈북 후 난민 정착지원을 위해 인식개선과 후원금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정치적인 시각을 벗어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소개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들은 대부분 북한 정권의 직간접적 피해자이기 때문에 누구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리 팀장은 정치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향후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경계했습니다.

리 팀장은 “잘못된 정보가 매우 큰 장애요소라며 왜곡되고 그릇된 정보는 북한사람에 대한 불신을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의 관점을 배우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토론하는 기회가 많아져야 하며 이것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임재환 씨는 그동안 여러 차례 탈북민과 전문가를 초청하는 토론회를 진행해왔습니다.

자신이 설립한 인권모임인 ‘북한의 사람들’ 의 활동으로 지난 2017년 시카고에서 탈북민 그레이스 조 씨와 북한인권전문가로 도널드 트럼프 현 정부의 모르스 단 국제형사사법대사와의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단체활동과 작품 전시 등으로 북한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고 있는 한인 유학생 임재환 씨.

임 씨는 전시회와 토론회의 목적을 한반도 통일을 위한 활동이라고 정의내리지 않습니다. 다른 생각의 사람, 집단과 소통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녹취: 임재환] “한반도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이해하고, 저는 실질적으로 완전적인 통일이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체 활동과 작품도 보수, 진보 성향이 있을 수 있잖아요. 정치적 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과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적인 통일 준비 목적이 아니라, 다같이 생각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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