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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10월 거래 품목 한 자리 수…접경 지역 무역 기록도 전무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향하는 화물차가 조중우의교를 건너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향하는 화물차가 조중우의교를 건너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북한과 중국의 무역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실제 거래된 품목도 한 자리 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양국간 교역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접경 지역에서의 거래가 사실상 사라져, 두 나라 국경 봉쇄 상황이 더욱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10월 한 달간 중국과 거래한 품목은 단 11개였습니다.

VOA가 25일 공개된 중국 해관총서의 무역 세부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4개 품목을 수입하고 7개 품목을 수출했습니다.

특히 이들 11개 품목 중 액수가 1만 달러를 넘긴 경우만을 분류할 경우 수입품은 3개, 수출은 2개 품목에 불과했습니다.

또 북한의 수출품 1위와 수입품 3위에 오른 품목이 전력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북-중 두 나라가 거래한 품목은 더 줄어듭니다.

앞서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과 합작으로 운영 중인 수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들여올 때 이를 수입으로 기록하고, 북한이 가져간 전력 분에 대해선 수출로 기록했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본다면 실제 북한이 중국과 무역 거래를 한 품목은 5개에도 못 미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가 처음 관측됐던 지난 3월의 177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두 나라 무역이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황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VOA는 최근 해관총서 자료를 인용해 10월 북한과 중국의 무역 총액이 165만9천 달러로, 두 나라 사이 월간 무역액이 공개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가장 적은 액수를 기록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무역액뿐 아니라 실제 거래된 물품도 사실상 사라진 것이 이번 자료를 통해 확인된 겁니다.

10월 한 달간 북한이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직물’ 제품으로 총 35t, 금액으로는 미화 20만3천776달러가 거래됐고, 폴리에틸렌(40t) 총 3만9천 달러어치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지난2017년 9월 중국 단둥 중조우의교(조중우의교) 입구에서 북한 신의주로 가는 화물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지난2017년 9월 중국 단둥 중조우의교(조중우의교) 입구에서 북한 신의주로 가는 화물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수출품의 경우 가장 많은 액수를 기록한 전력(113만 달러)에 이어 인조흑연 관련 제품이 27만2천 달러로 2위에 올랐습니다.

그밖에 피부세척제품(37달러), 전자제품(28달러), 화장품(11달러) 등 소액으로 거래돼 일반적인 무역 형태를 띄지 않은 물품들이 10월 두 나라 무역 기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처럼 전례 없는 상황이 펼쳐진 건 북-중 국경 봉쇄가 이전보다 더 강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린성과 랴오닝성을 통해 거래된 품목은 ‘전력’이 유일했습니다.

지린성과 랴오닝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이전에 비해 무역량이 급감했지만, 이번처럼 무역 거래가 전무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2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국경 지역의 세관이 문을 닫은 상황으로 추정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So that means basically the customs houses are probably closed…”

세관을 통과하는 거래가 전면 중단되면서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는 상황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국경 지역 외에도 선박 등을 이용한 무역이 이뤄지던 다른 성과의 무역 거래가 급감한 사실 등으로 미뤄볼 때 북한의 국경 봉쇄가 해외를 오가는 선박 등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국경 봉쇄가 강화된 정황은 위성사진 등 다른 자료를 통해서도 일부 엿볼 수 있습니다.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자료에는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연결하는 ‘조중우의교’ 일대에서 트럭들의 움직임이 크게 둔화된 사실이 확인됩니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연결하는 ‘조중우의교’의 중국 쪽 부분을 촬영한 위성사진. 컨테이너 트럭 등이 멈춰서는 세관(원 안)에 최근 몇 개월간 트럭들이 사라졌다. 사진제공=Planet Labs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연결하는 ‘조중우의교’의 중국 쪽 부분을 촬영한 위성사진. 컨테이너 트럭 등이 멈춰서는 세관(원 안)에 최근 몇 개월간 트럭들이 사라졌다. 사진제공=Planet Labs

특히 ‘조중우의교’ 중국 쪽 부분에는 컨테이너 트럭 등이 멈춰서는 세관이 있는데, 이 곳 야적장에서 최근 몇 개월간 트럭들이 사라졌습니다.

선박의 안전검사를 실시하는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도쿄 MOU)’ 자료에 북한 선박이 마지막으로 검사를 받은 시점이 7월6일로 나타난 점도 주목됩니다.

북한 선박들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에도 해외 항구에서 최소 1~2척이 검사 기록을 남겼지만, 지난 4개월 동안은 단 한 척도 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실제 운항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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