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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권단체들 "김정은 고난의 행군 발언, 끔찍하고 무책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에서 열린 제6차 노동당 세포비서 대회에서 폐회사를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에서 열린 제6차 노동당 세포비서 대회에서 폐회사를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난의 행군’을 결정한 것은 끔찍하고 무책임한 짓이라고 국제 인권단체들이 규탄했습니다. 단체들은 북한 정권이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을 북한 주민들이 바로 알도록 대북 정보 유입 활동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앰네스티는 14일 VOA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주 당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고 발표한 것은 무책임한 행태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 단체는 “현 북한 상황에 대한 김정은의 (고난의 행군) 표현이 걱정스럽다”며 “북한 정부는 모든 주민에게 식량권과 건강권, 깨끗한 물 등 기본적인 서비스와 필수품 등 적절한 생활 수준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앰네스티] "Kim Jong-un's description of the current situation is alarming, but the North Korean government has obligations in ensuring an adequate standard of living for all, which includes the right to food, health, clean water, among other basic services and necessities.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유로 계속 국경을 봉쇄하는 것은 대북 인도적 지원과 실태 파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북한 정부는 일반 주민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려서는 안 되고 봉쇄로 인한 경제적 대가를 감내하라고 요구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 앰네스티] “The North Korean government must not put the lives of ordinary people at risk and ask them to bear with economic consequences of the blockade. This is especially irresponsible if the authorities foresees any sign of widespread deprivation of food and nutrition.”

국제앰네스티는 그러면서 “당국이 광범위한 식량과 영양 부족의 징후를 예견한다면 이는 특히 무책임한 짓”이라며 북한 당국은 너무 늦기 전에 완전한 봉쇄 정책을 재검토하고 인도적 목적만이라도 필요한 조정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전 세계 40여 개 인권단체와 개인 활동가들이 연대한 북한 반인도범죄철폐 국제연대(ICNK)도 14일 VOA에, “김정은의 고난의 행군 발표는 인민들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김정은이 최고의 가치로 주장하던 ‘인민대중제일주의’에도 어긋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단체의 권은경 사무국장은 “고난의 행군을 거쳤던 세대들이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사회나 경제력은 물론 90년대에 받은 주민들의 정신적 상처와 충격, 육체적 고통도 온전히 회복되지 못했는데, 다시 ‘고난의 행군’을 입에 올린다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의 비극을 아프게 여기는 정치인이라면 ‘고난의 행군’을 다시 결정했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란 겁니다.

권 국장은 “코로나 방역 봉쇄로 인해 더욱 힘들어진 주민들의 생활을 회복시켜 줄 것은 자력갱생에 기댄 고난의 행군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들이고 북한 최하위 취약계층의 건강과 생활을 챙기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는 것이 ‘인민대중제일주의’의 가치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도 12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북한 지도자가 기근을 경고했다”며 ‘고난의 행군’ 발언 배경에 의구심을 제기했습니다.

이 단체의 리나 윤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90년대 기근으로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김정은의 발언은 고난의 행군을 경험한 주민들에게 한국전쟁 이후 북한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의 끔찍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경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을 이용해 권력 장악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또 다른 시도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나 윤 선임연구원] “Kim’s warning may be yet another attempt to take advantage of the Covid-19 pandemic to further tighten his grip on power,”

90년대 기근으로 생존자들은 배급제를 우회해 자신들의 불법 시장을 형성하는 등 북한 정부의 억압적 규율이 약화됐는데, 김정은은 이런 상황을 되돌리려 한다는 겁니다.

이어 김정은이 코로나 봉쇄를 활용해 식량과 물자 공급을 완전히 통제하는 한편 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나라 안팎의 정보에 주민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일 수 있다면서 “이는 고난 이상으로 끔찍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안팎의 민간단체들이 연대한 북한자유연합(NKFC)의 수전 숄티 의장은 14일 VOA에, 김정은 위원장의 ‘고난의 행군’ 발언은 엄청난 죽음을 예견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악스럽고 끔찍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숄티 의장] “It's horrifying! It’s terrifying because he's anticipating that there's going to be massive death,”

숄티 의장은 “이런 발언은 북한 정권이 90년대 기근 상황에서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김정은도 주민들을 돌보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은 어느 때보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정보 유입의 필요성을 각인시켜 준다며, 북한 주민들이 나라 안팎의 실태와 지도자의 허상을 제대로 알도록 국제사회가 정보 유입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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