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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문답] "북한 식량난, 자연재해와 국경통제로 더 악화"


지난 2011년 9월 홍수 피해를 입은 북한 황해도 속사리의 옥수수 밭. (자료사진)
지난 2011년 9월 홍수 피해를 입은 북한 황해도 속사리의 옥수수 밭. (자료사진)

북한 주민들이 올 여름과 가을 사이 더욱 혹독한 식량난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를 막기 위한 국경 통제와 자연재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안소영 기자와 함께 북한의 식량 부족 상황과 배경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한국 국정원이 지난 3일 열린 국회 현안 보고에서 북한이 직면한 식량난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고했지요?

기자)네. 한국 국정원은 북한이 식량난으로 전시 비축미까지 공급하고 쌀 가격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곡물 부족 사정이 악화되자 ‘2호미’, 즉 전시 비축미를 곡물 공급이 끊어진 세대에 공급했다는 겁니다. 또 북한 당국이 적극적으로 곡물 가격을 통제하고 있지만 북한 내 쌀값이 요동치고 있다는 내용도 보고됐습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 내 쌀 가격은 지난 6월까지 연초 대비 2배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진정세를 보였지만 지금은 또 다시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북한의 식량 부족량은 100만t 정도이고요, 재고량도 바닥난 상황인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하계 곡물인 보리와 감자 40만t 정도를 수확하면서 가을까지 버티는 상황이라는 게 국정원의 설명입니다.

진행자) 올해 국제사회도 만성적 북한 식량난에 대해 거듭 우려를 제기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지난달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의 식량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 북한이 심각한 식량 불안정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지난 5년간 평균과 비슷한 규모인 110만t 곡물을 외부에서 들여와야 하는데, 현재 공식 수입 계획량인 20만 5천t을 제외한 나머지 양을 메우지 못하면 북한 주민들이 혹독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또 미국 농무부도 북한 주민의 굶주림을 우려했습니다. 올해는 전년도보다 100만 명이 증가한 1천 630만 명이 식량 부족에 노출될 것이라는 겁니다. 무려 전체 주민의 63.1%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진행자) 북한의 식량난은 만성적인 문제인데, 올해 특히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유엔은 우선 자연재해를 꼽았습니다. 지난해 8월 초부터 9월 중순 사이 여러 차례 태풍과 폭우가 지나가는 등 극단적 기후가 북한 식량 생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거죠.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 평양사무소장은 북한은 사실상 거의 매해 여름 가뭄과 고온 등으로 곡물 생산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특히 지난해 이어진 여러 악재 때문에 올해 상황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 조치로 대외 무역이 사실상 중단되고 인도적 지원 마저 막히면서 식량부족분을 메울 방법이 사라졌기 때문에올해 북한의 식량난이 더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북한 내부 상황을 전혀 파악할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일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미국 내 대북 지원단체들도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북한에서 농장을 운영하면서 농업기술을 전수해 온 미국친우봉사회 측이 대표적인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대니얼 재스퍼 워싱턴 지부장] “The last shipment was the winter of 209-2020 and we would send them twice a year, once during the rice transplanting season and then once during the harvesting season.”

이 단체의 대니엘 재스퍼 워싱턴 지부장의 말이데요. 해마다 두 차례 모내기 철과 수확 철에 북한에 농업 물품을 전달하고 또 적어도 한 번은 북한에서 작황 조사를 벌였는데 2년 가까이 막혔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 평양사무소장은 북한 당국이 식량난을 풀어나가려면 가장 먼저 국경을 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소바쥬 소장]For past 10 to 15 years, there’ always been a food deficits to up 1 million tons and usually gets filled by outside import from China and food donations form UN donors. What happens in this year is that there has been no UN visit to access the potential deficits.”]

사실 올해 보고서들이 추산한 북한의 식량 부족분, 100만t 정도는 지난 10년에서 15년 사이의 부족분과 차이는 없는데, 이번에는 국경 봉쇄로 실제 북한 식량 사정을 평가할 유엔 직원들의 접근마저 불가능할 정도로 외부 접근이 완전히 막혔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실제로 북한은 인도적 지원 접근이 어려운 국가 중 하나 아닙니까?

기자) 지난달 관련 내용을 지적한 보고서가 있었죠.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비정부기구 ACAPS(The Assessment Capacities Project)가 북한을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접근이 어려운 나라 15개국에 포함하면서 인도주의적 접근과 기본 공공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고 국가 당국에 의해 강력한 규제를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의 신종 코로나 방역 조치인 북한 내 이동 제한과 중국과의 국경 봉쇄가 생필품 부족 현상과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보 접근 제한으로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포괄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식량 불안정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확실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경제적 어려움과 식량 부족 상황을 공식 인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계속되는 식량난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식량난이 북한의 폐쇄적 국정운영, 자원 배분 실패에서 빚어졌다고 지적합니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북한 식량난은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고 국제적 구호 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원조 전달에 심각한 장벽을 만들었고, 동시에 현행 인도주의적 사업의 이행, 감시를 담당하는 인력에도 제한이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네, 지금까지 북한의 식량 부족 상황, 또 그 배경 등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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