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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레이엄 사마리탄스퍼스 대표] “미국인 억류 북한 행동 대북 지원 어렵게 해...분배 감시 중요”


프랭클린 그레이엄 사마리탄스퍼스 대표. 사진 제공: Samaritan's Purse.
프랭클린 그레이엄 사마리탄스퍼스 대표. 사진 제공: Samaritan's Purse.

미국인들을 억류하는 북한의 행동이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을 어렵게 만든다고, 프랭클린 그레이엄 사마리탄스 퍼스 대표가 말했습니다. 그레이엄 대표는 VOA 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레이엄 대표는 대북 지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관련해선 분배 감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레이엄 대표를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사마리탄스 퍼스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습니다. 특히 1997년 북한을 돕기 시작한 이후 의료와 식량 지원, 결핵 치료, 병원 복구 사업 등 1천 5백만 달러 상당의 대북 지원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닙니까?

그레이엄 목사) 무엇보다도 북한은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가난하고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습니다. 원인이 어찌됐든 수년 간 북한은 식량을 자급 자족할 능력이 되지 않아 외부에서 지원을 받아야 하는 실정입니다. 저희가 북한을 돕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 지도부에 기독교인은 적이 아니며 도움을 주기 위해 온 사람들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독교를 믿는 북한 주민이 수용소로 보내지고, 처형된다는 고통스러운 소식을 자주 듣습니다. 우리의 활동을 통해 종국에는 북한 내 기독교 박해가 사라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자) 2007년에는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미국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 북한에 식량과 의료품을 전달해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지금도 계속 북한을 지원하고 있나요?

그레이엄 목사)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7월, 북한 3개 도에 사는 어린이를 위해 식량 250t을 지원했습니다. 또 2017년에는 소아병원에 구급차 5대를 기증했고요. 2016년에 일주일 넘게 이어진 홍수로 북한에 큰 피해가 있었을 때에도 수해 지역에 긴급 구호 물품을 보냈습니다.

프랭클린 그레이엄 사마리탄스 퍼스 대표가 북한 신의주에서 농작물을 추위로부터 보호하는 데 쓰이는 비닐을 북한 관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 Samaritan's Purse.
프랭클린 그레이엄 사마리탄스 퍼스 대표가 북한 신의주에서 농작물을 추위로부터 보호하는 데 쓰이는 비닐을 북한 관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 Samaritan's Purse.

기자) 또 2013년에는 평양 주재 외국 공관 직원과 국제 구호 단체 직원을 위한 외국인 전용 교회 설립을 발표했는데, 이후 진전이 있었습니까?

그레이엄 목사)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 북한 측과 여러 차례 교회 건립에 관해 논의했습니다. 대부분의 외국 공관과 구호 단체 직원들이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온 기독교인들인데, 예배를 볼 공간이 없었죠. 북한은 당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결정 후 연락을 준다고 했습니다만 몇 년이 이렇게 지나버렸습니다. 북한이 원치않아 저희로서도 더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기자) 그러면서 북한과도 연락이 끊긴 건가요?

그레이엄 목사) 북한과는 상당히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몇 년 전보다 북한과 이야기하기가 수월해졌습니다. 북한과의 대화는 정치적 환경에 좌우되는데, 워싱턴과 평양 간 관계가 좋으면 일을 성사시킬 수 있었습니다.

기자) 1994년에 아버지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와 함께 북한을 방문한 이후 네 차례 더 방북했습니다. 북한 방문과 관련해 특별히 기억이 남는 일이 있습니까?

그레이엄 목사) 아버지와 북한 김일성 주석 간의 만남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일성 주석은 저희 아버지를 참 좋아했습니다. 제 아버지께 그러더군요. 본인이 만난 미국인 가운데 처음 좋아하게 된 사람이라고요. 그리고 김 주석이 몇 년 후 사망했습니다. 좀 더 살았다면 북한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까요? 당시 분위기를 떠올려 보면, 제 생각에 당시 김일성 주석은 북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변화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시도조차 해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도 돌아가시기 전에 더 좋아진 미-북 관계를 보기를 희망하셨었습니다.
저도 아버지처럼 2000년과 2008년 방북 당시 북한 교회에서 설교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우리의 희망을 보여줄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우리 죄를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말씀을 전했고, 한국에서 설교한 것과 똑같은 기도문을 외웠습니다.

기자) 대북 지원과 관련해 핵과 인권 문제가 상존하는 북한에 식량 지원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시나요?

그레이엄 목사) 대북 지원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있다는 것은 잘 압니다. 저희가 지원과 관련한 분배 감시 시스템에 주력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북한이 이 부분에 협조해 준 것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제가 목격한 바입니다. 저는 오히려 북한을 위해 무언가를 더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상황이 녹록치 않습니다. 북한은 미국인 관광객을 억류하고, 미국인 선교사를 감옥에 가두는 행동을 합니다. 이런 북한 당국의 행위는 저희 같은 구호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상당히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저희가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기자) 북한에 이런 점을 언급해보셨나요?

그레이엄 목사) 북한에 미국과 대화를 계속하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대화를 통해 우호적 관계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래야 납북자들도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핵 협상과 연관돼 있다는 것도 압니다. 제 기도문은 한반도에 ‘핵 대결’이 아닌 평화로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바라는 내용입니다.

기자)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로 인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도 취약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요, 이런 북한에 대한 지원 계획은 없나요?

그레이엄 목사) 현재로선 북한에 대한 추가 지원 계획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전에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열악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살기 위해 애쓰는 주민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신식 농기구가 갖춰져 있지 않아 농부들은 몇 배 더 부지런하게 움직였습니다.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를 지켜보는 것은 가장 가슴 아팠습니다. 한국과 너무 다른 억압된 환경에서 하루 하루 삶을 이어가는 북한 주민들을 바라보며 하느님께 기도했습니다. 반드시 한국과 북한이 평화 통일을 이룰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말이죠.

기자)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특별한 시기인 만큼 대북 인도적 지원을 간소화하기 위해 제재를 완화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시나요?

그레이엄 목사)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것처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데 있어 진정성을 보인다면, 대북 제재는 바로 해제될 겁니다. 그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하면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북한에 안겨줄 겁니다. 이는 당연히 북한 주민을 위하는 최선의 길이 될 겁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핵무기는 북한을 경제적, 정치적으로 파멸시킬 뿐입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이어나가길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지금까지 구호단체 사마리탄스 퍼스의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로부터 대북 지원과 관련한 이모저모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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