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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선 1600척, 2년간 북한 해역서 불법조업...대북제재 위반 가능성 높아”


55~60m 길이에 많은 집어등을 단 중국 어선이 북한 해역 주변 해상에서 포착됐다. 이 배는 중국과 북한 국기를 모두 걸었다. 사진제공=이승호(Seung-Ho Lee)
55~60m 길이에 많은 집어등을 단 중국 어선이 북한 해역 주변 해상에서 포착됐다. 이 배는 중국과 북한 국기를 모두 걸었다. 사진제공=이승호(Seung-Ho Lee)

중국 어선이 2년간 북한 해역에서 대규모로 불법 조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안보리 대북 결의 위반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입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어선들이 2017년부터 약 2년간 북한 해역에서 대규모 불법 조업을 벌였다는 연구 결과가 22일 발표됐습니다.

구글이 설립한 비영리 단체인 ‘세계어업감시기구(GFW: Global Fishing Watch)'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8개 기관의 15명의 공동 저자들은 이날 발표한 논문에서, 2017년과 2018년에 중국 어선들이 북한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조업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900척과 700척 이상의 중국 어선이 불법 조업에 개입했다며, 실제 선박 수는 더 많을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2017년에는 900척, 2018년에는 700척 이상의 중국 선박이 북한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했다. 출처=세계어업감시기구(Global Fishing Watch)
2017년에는 900척, 2018년에는 700척 이상의 중국 선박이 북한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했다. 출처=세계어업감시기구(Global Fishing Watch)

특히 중국 어선들은 16만4천t 이상의 오징어를 2년간 불법 포획해 미화 4억4천6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세계어업감시기구(GFW)의 박재윤 선임연구원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국가의 선박들이 제3국 수역에서 자행한 불법 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수준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재윤 연구원] “This is, to our knowledge, the largest known case of illegal fishing in history perpetrated by vessels from one nation operating in another nation's waters.”

이처럼 중국 어선들이 북한 해역에서 조업한 것은 북한의 조업권 판매를 금지한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 등 다수의 안보리 결의 위반일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아울러 연구진은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때문에 북한의 소규모 어부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 베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 중인 20m 길이의 소형 북한 어선. 5~20개 정도의 집어등을 켜고 밤에 오징어를 잡는다. 낮에는 유망을 사용하고 냉장시설이 부족한 듯 잡은 오징어는 갑판에서 바로 말린다. 사진제공=이승호(Seung-Ho Lee)
러시아 베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 중인 20m 길이의 소형 북한 어선. 5~20개 정도의 집어등을 켜고 밤에 오징어를 잡는다. 낮에는 유망을 사용하고 냉장시설이 부족한 듯 잡은 오징어는 갑판에서 바로 말린다. 사진제공=이승호(Seung-Ho Lee)

계속해서 지다겸 기자와 함께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이번 연구에 8개 국책 연구기관과 민간기관의 연구원 15명이 공동으로 참여했는데요, 어떤 계기로 연구가 시작된 것인가요?

기자) 연구진은 ‘불법적이고 알려지지 않았으며 규제되지 않은 어업’의 주요 문제점은 감시가 힘들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4가지 위성 기술과 지역 전문 지식을 모두 통합해, 공공 감시망에서 벗어나 북한 수역에서 불법 조업 활동을 벌인 중국 선박의 수를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 대학(UCSC)의 캐서린 세토 교수는 VOA에,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수의 위성 기술과 현장 관측을 결합한 새로운 접근법을 이용해 과거에 숨겨진 (불법) 어업 활동을 밝혀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선박이 북한 수역에서 불법 조업을 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가 기존의 연구나 언론 보도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기자) 연구진은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합성개구레이더 (SAR), 고해상도 광학 영상 등 4가지 위성 기술을 함께 이용했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세계어업감시기구(GFW)의 박재윤 선임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박재윤 선임연구원] “What is really exciting about this study is that each of these satellite technologies we use provides only a partial picture. But if you combine them all together, you get the whole picture. And this is first time we have been able to do this at scale.”

위성 기술들을 개별적으로 이용하면 한계가 있고 현상의 부분 밖에 파악할 수 없지만, 위성 기술들을 결합해 사용하면 불법 조업에 관한 전체적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연구진이 2017년과 2018년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한 이유가 있나요?

기자) 연구진은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적어도 900척과 700척의 중국 선박이 북한 수역 내에서 불법 조업을 했다고 밝혔는데요, 북한 수역 내 조업 금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 3건이 2017년에 통과된 이후에도 대규모의 불법 조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특히 12월에 채택된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으로부터 조업권 직∙간접적 구매과 양도를 전면 금지 했습니다. 또 같은 해 8월에 통과한 결의 2371호에서 북한의 수산물 수출을 금지했으며, 대북 합작 사업도 9월에 채택된 결의 2375호에 따라 원칙적으로 막혀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과 북한 양국이 대북제재를 위반한 겁니까?

기자) 연구진은 중국의 불법 조업이 2018년까지 지속됐다며, 이는 북한과 중국 간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조업권 거래가 여전히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불법 조업이 중국과 북한 정부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면, 명백한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연구진은 실제로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등에서 2018년에 중국과 북한 당국 사이에 조업에 관한 양해각서 (MOU)를 체결한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관련 제재 결의가 통과된 이후에 자국민과 중국 국적 선박의 북한 해역 내의 조업을 허가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중국 어선들이 북한 해역에서 조업한 것을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확정짓지 못하고,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올해 3월에 제출한 최종보고서 등에서 북한이 불법 조업권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배 한 척 당 3개월 활동 가능한 조업허가증이 약 5만 7천 6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지난 2018년 북한이 이를 통해 약 1억 2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다만 전문가 패널은 중국 어선을 불법 어업권 구매의 주요 대상자로 지목했지만, 이들이 선박 등록 시스템의 미등록, 신분 위조 등의 회피 전술로 선박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도 똑같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중국 선박들이 종종 적절한 등록 과정을 거치지 않으며 등록 절차, 국적, 운항 면허 모두 없이 운영되는 점을 불법 조업 활동 감시의 주요 문제로 제시했습니다.

러시아 베타적경제수역(EEZ)에서 목격된 10~20m 길이의 북한 고기잡이 목선. 사진제공=이승호(Seung-Ho Lee)
러시아 베타적경제수역(EEZ)에서 목격된 10~20m 길이의 북한 고기잡이 목선. 사진제공=이승호(Seung-Ho Lee)

위성기술, 현장관측으로 중국 어선 불법조업 포착

북한 어부들에 심각한 인도적 위기 초래

진행자) 중국 선박의 북한 수역 내에서 불법 조업이 초래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나요?

기자)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이 북한에서 소규모 어업을 하는 어부들에게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수역에서 불법 조업하는 대형 중국 저인망 어선과 경쟁할 수 없는 북한의 작은 목선들은 멀리 러시아 수역에서 불법 조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2018년에만 3천 척의 북한 선박들이 러시아 수역에서 불법 어업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 소형 선박들이 북한에서 러시아 해역까지 가기에는 심각한 수준으로 장비가 부족하다고, 연구진은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소규모 목선 선박의 장거리 운항이 일본 해역에서 종종 발견되는 북한의 어부의 시신들과도 관련이 있는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박재윤 연구원은 러시아 수역에서 불법 소형 어선이 증가하는 숫자와 일본 해안에서 표류하다 발견되는 북한 ‘유령선’의 숫자와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박재윤 연구원] “What we found in this study is that there is a strong correlation between the number of illegal small-scale fishing boats in Russian waters and the number of ghost boats found on Japanese shores, representing a serious humanitarian crisis driven by this massive illegal fishing.”

박 연구원은 중국 어선의 대규모 불법 조업이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본 해안에서 2018년에 발견된 북한 ‘유령선’이 200척이 넘는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연구진이 이번 연구 활동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기자) 박 연구원은 이런 활동을 통해 사각지대에 숨어서 불법 조업 활동을 벌이는 이들에게, 숨을 곳이 빠르게 없어지고 있다는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재윤 연구원] “It sends a very strong message to rogue operators that they are rapidly running out of places to hide.”

캐서린 세토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불법 어업으로 인해 초래됐지만 눈에 띄지 않았던 생태학적∙ 인명 희생 비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다겸 기자와 함께 이번 연구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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