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공식 국호인 '조선'으로 부르고 주적 용어도 사용하지 말자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안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고,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하반기 부처 업무보고에서 북한을 공식 국호인 '조선'으로 부르자고 제안했습니다.
정 장관은 이날 보고에서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첫걸음으로, '주적' 등 서로에 대한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을) '조선'이라고 부르는 것이 통일 포기라는 일각의 주장은 전적으로 사실관계 오인"이라며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는 존중이 신뢰를 만들고 이를 통해 평화공존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한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남북한 공식 명칭 불러주기'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일"이라며 "좋은 이상에도 불구하고 정쟁에 휘말리면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냐 하면 결론적으로 약간의 의문이 들 때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 장관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윤상현 국회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적을 적이라 부르지 못하면 사라지는 것은 적이 아니라 우리의 경계심"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 중인 두 국가'로 규정한 점을 언급하고 "북한이 우리를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했다"며 "우리 스스로 주적이라는 표현을 먼저 거두자는 것이 평화이고 상호존중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또한 "안보는 상대의 바람이 아니라 상대의 행동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6·25 전쟁과 1974년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북한의 땅굴 구축, 1991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이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시도 등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연말 발간될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기본 원칙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의 주적 표현 대체 시도도 즉각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정 장관이 조선 호칭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것은 지난 4월 통일부·통일연구원 공동 학술회의에서였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를 "명백한 위헌"이라며 정 장관의 경질 사유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이날 이재명 정부 2년차 핵심 과제로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구상'을 제시했습니다.
이 구상은 상호 존중과 호혜적 협력, 평화적 갈등 해결 및 위기 통제, 핵 없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촉진 등 세 가지 기본 방향을 담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남북 간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 복원과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등 긴장 완화 조치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또 지난 10년간 중단됐던 경원선 남측 구간, 즉 백마고지에서 월정리까지 9.3킬로미터 구간의 복원 사업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15년 8월 착공됐으나 2016년 5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중단됐으며, 총 사업비 1천790억 원 가운데 370억 원이 이미 집행된 상태입니다.
통일부는 내년 착공해 2029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사업이 완료되면 서울 용산에서 월정리까지 철도로 연결됩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향후 남북 관계가 복원돼 북측 월정리에서 평강까지 17킬로미터 구간이 이어질 경우 용산에서 북한 원산 갈마해안지구까지 직통 철도 연결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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