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6일 새벽 중국을 전격적으로 방문했습니다.
한국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김 위원장을 태운 전용열차가 오늘 새벽 0시에서 1시 사이 북한과 중국 국경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확한 행선지와 목적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 정부는 며칠 전부터 김 위원장의 방중 징후를 포착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을 태운 열차는 북한 자강도 만포를 거쳐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지린성 지안 쪽으로 넘어갔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 경로는 김 위원장이 그동안 이용했던 신의주와 단둥을 거쳐 가는 노선과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측통들은 김 위원장이 이처럼 다른 경로를 이용한 것은 신의주 일대에서 최근 발생한 홍수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입니다.
“일반적으로 가는 신의주와 단둥을 통해서 가지 않고 지안을 통해서 간 것은 신의주 지역의 엄청난 폭우로 인해서 통행에서 여러가지 제한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김 위원장은 국방위원장 자격으론 이번을 포함해 그동안 여섯 차례 중국을 방문했었습니다.
이번에 김 위원장이 거쳐 간 지안시는 압록강의 중간지점으로, 단둥과는 달리 베이징까지 가려면 멀리 돌아가야 하는 길목에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안을 거쳐 이날 오전 지린시에 도착해 이곳에서 고 김일성 주석이 2년간 다녔던 위원 중학교와 항일전쟁 당시 투쟁했던 중국인 등의 묘역이 있는 베이산 공원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특히 지난 5월 이후 석달 여만에 또 다시 이뤄진 일이기 때문에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한 해에 두 번 중국을 찾은 예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도 방중 목적을 다각도로 신중하게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안팎에선 다음달 초로 예정된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의를 앞두고 김 위원장이 후계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정은이 동행했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누가 같이 갔다는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방중 목적과 관련해 이밖에도 신의주 일대에서 발생한 수해로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 또는 6자회담 재개문제 협의 차 중국을 방문했을 것이라는 등의 추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방중으로 현재 북한을 방문 중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 가능성도 한층 불투명해졌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씨의 석방 문제로 북한을 방문해 25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고 26일엔 김 위원장과 면담할 가능성이 제기됐었습니다.
일각에선 당초 26일까지로 돼 있던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일정이 하루 연장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되진 않고 있습니다.
한편 김 위원장이 방중 기간 중 언제 어디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을 만날 지에 대해서도 아직 알려진 게 없습니다.
다만 김 위원장이 27일 창춘과 선양을 거쳐 베이징으로 향할 것이라든가 아니면 베이징까지 가지 않고 다른 곳에서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 수뇌부를 만날 수 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