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이 28일 44년 만에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뽑혔다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습니다.
당 중앙군사위 위원장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재선임됐습니다.
당 중앙군사위는 인민군을 관장하고 군사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로, 김정은은 사실상 군부 2인자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정은이 오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자리는 노동당의 기존 직제에 없던 것을 이번에 새로 만든 것입니다.
한국 내 북한정치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은 데 이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자리에 오른 것은 후계 세습을 위해 먼저 군부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입니다.
“군권을 장악해야 모든 권력을 장악한다고 할 수가 있는데 과거 김정일은 당의 두 최고기관인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중 당 중앙위원회를 먼저 장악했지만 김정은은 김정일의 건강이 나쁘기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죠. 먼저 총대인 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장악하고 그 다음에 당 중앙위원회를 장악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는 것이고…”
조선중앙통신은 또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그리고 리영호 북한군 총참모장 등 5명이 선임됐다고 밝혔습니다.
당 정치국 위원에는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해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등 17 명이, 그리고 정치국 후보위원으론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15 명이 선임됐습니다. 김정은은 당 정치국 위원에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을 제외하고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입니다.
리 총참모장은 이번에 정치국 상무위원은 물론 김정은과 함께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정치국 위원 등 요직들을 두루 차지했습니다.
리 총참모장은 지난 해 2월 평양방어사령관에서 총참모장으로 발탁되면서 대장 계급장을 단 지 1년7개월 만에 다시 차수로 초고속 승진한 인물로, 김정은 후계 작업에서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관측을 낳았던 인물입니다. 전문가들은 리 총참모장이 군 경험이 거의 없는 김정은이 군을 장악하는 데 가까이서 돕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 총참모장은 60대의 나이로 10 여 명의 북한군 차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려 리 총참모장의 급부상이 북한 권력층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기동 박사입니다.
“68세면 북한에선 젊은 나이인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고 김정은과 함께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동반 진출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직책을 맡는다는 것은 아마 이번 당 대표자회와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핵심요직을 맡은 인물이 아니냐 보여집니다.”
이와 함께 모두 4 명이던 비서국 비서 가운데 김기남 최태복 2 명만 재임명되고 최룡해 전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 등 8 명이 새로 비서로 임명됐지만 누가 어떤 업무를 맡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또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 당 규약상 ‘최종 목적’에서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삭제하는 등 당규 일부를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9일 조선중앙방송이 공개한 개정 당 규약 서문을 보면 당의최종 목적이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 건설’에서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인민대중의 완전한 자주성 실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현실적인 구호에서 주민들을 위한 현실적인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려는 정책 전환을 암시하는 대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 당 대표자회는 28일 하루 만에 끝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새벽 보도에서 “당 대표자회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지도기관을 선거하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의 2010년 9월 전원회의 결정 내용이 통보됐으며 김영남이 폐회사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