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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왕재 서울대 통일의학센터 소장] "남북한 의료격차 심각"


어제(11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에 통일의학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남북한 의료 수준의 차이를 감안해 통일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창립됐다고 하는데요. 이왕재 통일의학센터 소장을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문) 이 소장님 안녕하세요?

답) 네, 안녕하세요.

문) 먼저 통일 의학 센터가 어떤 곳인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답) 통일의학센터는 통일이 숙명적 과제인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센터인데요. 기존의 많은 통일 대비 기관들은 잘 사는 남한이 북한에 무언가를 지원해주는 인도적 지원이 내용이었다고 한다면 저희가 지금 만들려고 하는 통일의학센터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두 나라가 갈라져서 60년 이상을 살았기 때문에 특히 피부로 그 필요성을 느끼는 의료 분야의 경우 의료 용어, 제도와 문화가 너무나 다르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같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용어가 다르기 때문에 통일이 되었을 때 환자와 의사가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진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렇게 의료적인 측면에서 달라진 부분들을 미리 파악하고 통일을 하여서, 통일이 되었을 때 최소한 언어의 차이로 인해서 야기되는 의료와 관련된 문제점을 해소하는 것이 의학센터가 하고자 하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문) 통일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군요

답) 그렇죠. 또 중요한 것은 현재 이미 많은 탈북 주민들이 남한에 와 계십니다. 그 분들은 통일을 앞서서 경험하는 세대인 것이죠. 그래서 그 분들을 통해서 통일이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를 미리 체험하면서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금년 초에 통일 의학센터를 계획한 것입니다.

문) 탈북자 분들을 많이 보시면서 상담도 하고 치료 과정도 보셨을 것 같은데, 실제적으로 센터가 어떻게 운영되고 인력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답) 어제 막 개소식을 한 상태라 아직은 많은 인력이 투입되진 못한 상황입니다. 우선 제가 소장이고 그 외에 부소장과 담당교수가 여러분 계십니다. 일단은 주로 서울대 교수 분들입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50여 명의 의사 중 여섯 분 이 서울 대학에 계십니다. 세 분은 의과대학에서 학부 공부를 시작하셨고 세분은 의학 박사 과정을 하고 계십니다. 의학 용어와 수준과 체계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본인들의 판단 하에 다시 의학대학을 입학한 것입니다. 그 분들이 통일의학센터에 참여하기로 되어 있어서 이미 공식적 비공식적 통로를 통해 이북의 의료 시스템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 새터민 의사분들의 참여를 통해 살아있는 북한의 의료 실태와 차이에 대해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그 차이에 대한 대책을 정책적으로 논의하는 절차를 밟아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시작은 우선 서울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시작하겠지만 이에 관심있는 모든 분들에게 점차 개방할 것입니다.

문) 말씀을 들어보니 참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아직은 막연한 느낌이 듭니다. 아직 시작단계이긴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점이 있고 실질적으로 부딪히는 문제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나아가 어떤 대책들을 마련하게 될 것인지 소개 좀 해주시죠.

답) 제일 먼저 하려고 하는 일은 남북간 용어의 통일입니다. 우선 용어의 예를 하나 들어보면, 방사선과를 우리는 지금 영상의학과로 바꿨지만 북한은 뢴트겐과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서로 알아듣기가 어렵겠죠. 그리고 또 다른 의학 용어 중에 여성의 신체 중 음모가 난 부위를 해부학적 용어로 남한에서는부끄러울 치에 언덕 구자를 써서 ‘치구’라고 하고 북한에서는 불두덩이라고 합니다. 불이 나는 언덕이라는 뜻이죠 이렇게 북한의 의학 용어는 순수한 우리말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용어의 경우 대한민국 의학용어로서 치구라는 용어 대신 불두덩이라는 말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요즘 공부하는 학생들의 경우는 불두덩이라는 말로 배우고 있습니다.

문) 오히려 북한의 용어를 받아들인 경우군요.

답) 그렇죠. 남한의 용어를 쓸 수도 있고 북한의 용어를 쓸 수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우선 그 전에 양쪽의 용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죠.

문) 남북한간의 의학 격차는 어떻습니까?

답) 그 차이는 말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우선 북한은 소독약과 항생제가 업습니다. 어제 개소식에서 북한에서 오신 분들을 통해 북한의 수술실의 모습을 보았는데요. 수술실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합니다. 콜라병에 포도당액을 넣어서 할 정도로 소독이 제대로 안되어 수술받고도 감염으로 죽습니다. 그래서 감염 질환의 문제가 가장 심각합니다. 특히 만연해 있는 결핵의 경우 감염질환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잘 먹지 못해 걸리는 병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지금도 결핵약이 많이 들어가고 있긴 하지만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 결핵약만 주면 부작용이 굉장히 심각합니다. 또 그렇게 치료를 하다가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면 약에 대한 내성이 생깁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제대로 투약이 안되어 내성균만 생긴다고 할 때 그 결핵균이 남한이든 어디든 퍼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통일 의학 센터가 생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죠. 우리가 문제를 알고 정확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남북한간의 교류가 이루어 지지 않으니 실제적인 조사가 안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교류와 조사를 하여 그 결과를 통해 조언을 할 계획입니다.

문)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여쭤 보겠습니다. 탈북자 수를 많이 말씀하셨는데 탈북자들에 대한 포괄적인 건강관리사업도 포함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 좀 해주시죠.

답) 탈북자가 계속 남한에 들어오고 있는데 탈북해서 우리나라에 온 시기별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다릅니다. 일찍 정착해서 들어오신 분은 건강이 나름대로 회복되어 있는데 갓 오신 분은 건강이 많이 나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우리 나라에 온 시기별로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그 프로토콜을 만드는 것이 그 계획입니다.

문) 네, 오늘 말씀은 시간상 여기까지 들어야 되겠습니다 .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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