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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평양대마방직 김정태 회장] “북한 내륙 진출 한국 기업들 살려야”


남북 경색이 장기화하면서 북한 내륙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9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북한 내륙지역 방문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 해에는 천안함 포격 도발로 북한과의 경협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09년 평양에 사상 첫 남북 합영기업인 평양.안동대마방직을 세운 김정태 회장을 전화로 연결해 이들 기업들의 실태와 경협 재개 가능성을 들어보겠습니다.

문) 우선 북한 내부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얼마나 되고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답) 북한 내륙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한 580개 정도 됩니다. 그 중에는 교육업체, 협력업체, 위탁가공업체 등이 있습니다. 현재는 전면 중단이 됐기 때문에 대부분 기업들이 사업을 중단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문) 한국정부가 전면금지를 선언하기 전에는 한국의 기업이 어느 정도 북한의 경제비중을 차지했습니까?

답) 수출입으로 볼 때 우리나라가 40% 가까이 북한 수출입의 파트너가 됐죠. 남북 교역이 시작된 이래 순수하게 5억 달러 정도는 북한경제에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문) 이렇게 남북경색이 장기화되고 기업들이 제구실을 못하면서 이미 확보했던 생산시설과 숙련공들을 중국 등의 다른 나라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사실입니까?

답)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중국기업을 통해서도 그런 얘기를 듣고 있고요. 그 동안 기능공을 양성하느라 22년간 많은 노력을 했는데 그 기능공들은 숙련된 기능공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중국도 인력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현재 중국기업이 많이 평양에 진출하고 있고 근래에는 큰 기업들도 임가공을 북한에 타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문) 북한에 진출했던 한국기업들로선 안타까운 일일 텐데요. 그렇게 되면 북한의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심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혹시 북한당국의 입장을 들으신 것이 있습니까?

답) 지금 북한에 전혀 오고 갈 수 없고, 접촉 승인도 안 해주고 있어 알 수 없지만 초기에 남북관계를 끊었을 땐 북한측에서 당황한 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틈새를 이용해 중국이 더 좋은 조건으로 북한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북한의 대중국 무역이 작년만 해도 34억 달러가 됐거든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어쩔 수없이 늘어나고 있지 않나 보여집니다.

문) 북한에서 활동하던 한국기업들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답) 여력이 있는 회사들은 동남아 등으로 행선지를 바꾸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부분 중단된 걸로 보고 있습니다. 실업자가 많이 양산되는 거죠.

문) 요즘 정치분위기가 남북관계 경색 국면 속에서 대화의 필요성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 속에서 현재 북한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한국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 또는 과거에 요구했던 내용들이 있나요?

답) 우리 기업들이 나라의 성장동력이지 않습니까? 세계화 시대에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에 안 가있는 곳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취지에서 북한에도 북한의 어려운 기업환경을 위해 진출을 했는데, 생산기지가 무너졌죠. 지금은 남북관계가 나쁘지만 언젠간 남북관계가 좋아져야 될 것 아닙니까? 그때까지 이런 기업들이 다 죽어버리면 북한에 들어가서 상생할 수 있는 기업이 있겠는가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또 정부가 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취지에서라도 하루빨리 기업활동만큼은 풀어 주는 게 좋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문)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남북관계가 회복이 되더라도 북한에 진출하는 기업이 줄어들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답) 거의 없다고 봐야죠. 정부 시책에 따라 남북교류법에 의해 진출을 했는데 이런 불미한 사건들로 인해 기업전체가 중단되다 보니 앞으로 그런 어려움이 발생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 한국에선 남북경협을 포함해 남북관계 전반에 걸쳐 북한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입장인데요. 여론도 그런 여론이 높고요.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난 상황에 정경분리원칙이 유효하고,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답) 사실 남북관계는 그 동안 KAL 기 폭파사건도 있었고, 김대중 정부시절에도 서해교전이 있었고, 노무현 정부시절에도 1차 핵실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 큰 차원에서 볼 때 남북경협이란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거든요. 이런 어려운 상황이 있더라도 민간경제만큼은 유지해줘야 하고 정책적으로 북한을 지원해 주던 건 막더라도 한가지 통로 정도는 유지해 주는 것이 옳지 않겠나 하고 생각합니다.

문) 평양 대마방직도 처음으로 북한에 진출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현재는 어떤 상태인가요?

답) 저희도 사실 평양에 가본지가 2년이 넘었습니다. 우리가 평양에 가는 것은 결국 개방정책 중 하나인데요.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기 위해 기업의 역할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10년 동안 북한을 어렵게 설득해서 진출했는데 이것이 중단돼버리고 나니 저희로서는 굉장히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 투자한 자산도 이대로 놔두면 상실되고 영업중단으로 인한 손실도 엄청나게 많이 보고 있습니다.

문) 그러니까 2년 동안 회사 관리가 거의 안되고 있는 상황이군요?

답) 첨단설비가 북쪽에 올라가있기 때문에 남쪽에서 기능공이 올라가서 기능공 양성도 하고 공장을 돌려줘야 하는데 올라가질 못하니까요. 북측의 기술자는 공장을 돌릴만한 기술습득이 안돼 있습니다. 그래서 기계만 노후화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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