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국빈만찬 셰프로 나서고, 넷플릭스 히트 예능 ‘흑백요리사’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 셰프가 한국 정부의 K-푸드 홍보대사로 활동 중입니다. K-푸드 열풍의 의미부터 정체성, 요리 철학, 그리고 다음 세대를 향한 메시지까지, 오종수 기자가 리 셰프와 대담했습니다.
기자) 요즘 바쁘시죠? 셰프님의 철학과 요리가 전 세계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셰프님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뭔가요?
에드워드 리 셰프) 확실히 손님들이 예전보다 한국 음식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고 오십니다. 예전에는 제가 한국 음식을 요리해 드리면, 많은 손님들에게 그게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한국 음식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손님들이 한국 음식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갖고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큰 변화죠. 그리고 호기심의 방향도 달라졌습니다. 갈비나 비빔밥 같은 익숙한 메뉴를 넘어서, 진짜 정통에 가깝고 다양한 한국 음식에 대해 정말 궁금해하십니다.
기자) K-푸드와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폭발적 성장을 이룬 덕분인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가 임명한 K-푸드 홍보대사로서, 사람들이 한국 음식의 맛을 넘어 무엇에 매료된다고 보시나요?
리) 한국 문화, 그리고 이른바 ‘K-웨이브’는 음식만이 아닙니다. K-팝, K-뷰티도 있고, K-푸드도 그 일부죠. 예술과 영화 쪽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같은 작품을 보면 한국 문화 전체가 하나의 물결을 이루며 세계를 휩쓸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K-푸드는 그 흐름의 한 부분일 뿐이고요. 저 같은 사람들은 오랫동안 한국 음식을 세계화하려고 노력해 왔는데, 이제야 세계가 한국 음식을 제대로 알아봐 준다는 게 정말 반갑습니다.
기자) ‘흑백요리사’에서 ‘비빔인간’, 즉 ‘섞인 사람’ 혹은 ‘비빔밥 같은 사람’이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제시하셨습니다. 이 표현은 어디서 처음 나온 건가요? ‘퓨전’이나 ‘한국계 미국인’ 같은 단어로는 담을 수 없는 게 있었나요?
리) 저는 ‘퓨전’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습니다. 굉장히 낡고 부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저는 늘 두 세계에 동시에 속해 있다고 느껴왔습니다. 거기다 프랑스 요리를 공부했고, 세계를 여행하며 여러 종류의 주방에서 일을 했었죠. 그리고 저는, 미국인으로 산다는 것의 일부는 여러 문화를 다 끌어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빔밥은 정말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음식이고, 일단 다 섞이면 아주 독특한 맛이 나오죠. 저는 그게 제 정체성과 정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사람들이 이 말에 반응해준 게 정말 좋았고, 그렇게 많은 한국계 미국인들이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소셜미디어로 연락해서 얼마나 공감했는지 얘기해주셨습니다. 그게 저한테도, 그리고 많은 한인 분들께도 참 뜻깊은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 사는 한인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 사는 한인이든요.
기자) 뉴욕 브루클린에서 나고 켄터키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국 남부 음식과 아시아의 맛을 결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잖아요. 이런 ‘비빔’ 정체성을 요리 하나하나에 녹여내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리) 저는 이걸 ‘문화를 섞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저라는 사람 자체인 거죠. 그래서 저는 제 정체성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음식을 요리할 뿐입니다. 저는 켄터키에서 21년을 살아서, 남부 문화도 제 정체성에서 아주 강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요. 물론 뉴욕에서 자랐고, 혈통으로는 한국인이죠. 이 세 가지 정체성이 항상 제 안에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제가 아는 걸 요리하는 거고, 그게 바로 이 세 가지인 겁니다.
기자) 백악관 국빈 만찬처럼 화려한 자리에서도, 작고 친밀한 동네 식당에서도 요리해 오셨습니다. 가장 ‘에드워드 리다운’, 가장 ‘비빔인간다운’ 순간은 큰 무대 위인가요, 아니면 주방에서 레시피를 실험할 때인가요?
리) 잘 모르겠네요. 저는 그런 식으로 나누어 보지 않습니다. 저는 늘 저라는 사람의 100%를 온전히 담아내려고 합니다. 대통령을 위해 요리하든, 제 식당 손님들을 위해 요리하든 상관없어요. 저에게 중요한 건 누가 먹느냐가 아니라, 제가 그 음식을 어떻게 표현하고 그 음식으로 무슨 말을 하느냐입니다. 물론 사람들이 제 음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만, 저는 늘 음식을 통해 뭔가를 표현하려고 합니다. 제 음식이 맛있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메시지와 희망, 기쁨, 호기심까지 함께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자) 방금 말씀하신 메시지 관련해서요, 비영리단체인 ‘리 이니셔티브(The LEE Initiative)’를 통해 요식업계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꾸준히 옹호해 오셨습니다. 지금 요식업계와 젊은 셰프 지망생들에게 가장 시급한 변화나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리) 세상에는 정말 많은 식당이 있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보게 되죠. 그래서 저는 제 식당을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더 큰 유기적 네트워크의 일부라고 봅니다. 우리는 자연에서, 바다에서, 농장에서, 대기로부터 재료를 얻어서 지역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우리는 그 과정의 한 부분일 뿐이죠. 그래서 우리가 나고 자란 땅을 존중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늘 이렇게 말합니다. 재료를 쓸 때마다 우리는 땅에서 뭔가를 가져가는 거니까, 가져간 만큼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요. 그래야 일종의 균형이 생기고, 안 그러면 우리는 그저 땅을 착취하는 겁니다. 많은 분들이 ‘그냥 식당 하나일 뿐인데, 큰 피해를 주진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실 텐데, 사는 도시 전체를 놓고, 거기 식당이 몇 개나 되고 얼마나 많은 쓰레기와 플라스틱을 쓰는지 보면 금방 명확해집니다. 뭔가 조치를 취해서 그런 무분별한 관행을 줄여야 한다는 게요. 저희는 작은 식당 하나일 뿐이고 세상을 바꾸진 못하겠지만, 대화를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들도 쓰레기를 덜 만들도록 영감을 주고 싶습니다.
기자) 경계를 넘나드는 대담한 맛의 조합으로 유명하시잖아요? 개발 과정에서 완전히 실패한 요리가 있다면, 그 실패에서 무엇을 배우셨나요?
리) 저는 사실 실패에 대해 잘 얘기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셰프로서 저희는 매일 실패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 게, 제 식당 메뉴에서 어떤 요리를 맛보실 때, 그게 그 요리의 첫 번째 버전이 아니라는 겁니다. 제 메뉴에 오르는 모든 요리는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서, 시도해보고, 실패하고, 몇 가지를 바꿔서 다시 시도했다가 또 실패하고, 그런 과정을 거칩니다. 메뉴에 오르기까지 대개 대여섯 개, 많게는 열 개 가까이 버전을 거칩니다. 하지만 저는 그걸 실패라고 보지 않아요. 저에게는 그냥 과정입니다. 아직 메뉴에 오르지 못한 요리들도 있는데, 맛이 딱 맞지 않아서인데, 그게 실패라는 뜻은 아닙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작업일 뿐이죠. 언젠가 빠진 조각을 찾아서 메뉴에 오를 수도 있고요. 저는 음식을 성공과 실패로 나눠서 보지 않습니다. 음식은 늘 진행형이에요. 지금 제 식당에서 드시는 메뉴도 내년엔 바뀔 수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입맛이 바뀌었으니 제 마음에 안 들어서요. 음식은 가만히 있지 않아요. 늘 움직이고, 늘 이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습니다.
기자) 프로의 주방에서 길고 고된 하루를 보내고 나서, 퇴근 후 집에서 혼자 늦은 밤 뭔가를 드신다면, 뭘 만드시나요?
리) 사실 저는 밤늦게 먹지 않습니다. (혹시 먹을 일이 있으면) 남은 음식을 먹거나 하는데, 집에 있을 땐 대체로 아주, 아주 간단하게 요리합니다. 국수 같은 거요. 김치찌개도 자주 먹는데, 만들기 정말 쉽고 맛있거든요. 간단한 것들이에요. 너무 복잡한 건 안 먹습니다.
기자) 앞으로 5년, 혹은 10년을 내다볼 때, 음식과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기대하고 계신 트렌드나 식재료가 있나요?
리) 아뇨, 저는 그런 미래의 트렌드를 딱히 기대하며 살지 않습니다. 그냥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물론 희망은 있는데, 제 사명 중 하나가 한국 음식의 정의를 넓히는 겁니다. 한국 음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한국 음식 하면 한국식 바비큐와 비빔밥만 떠올립니다. 물론 아름답고 정말 중요한 부분이지만요. 저는 서양인들이 아직 잘 모르는, 한국 음식이라는 언어의 다른 맛과 기법, 다른 요리들에 대해서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 해산물 요리요. 정말 방대하고 폭넓은데,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한국 음식과 해산물을 잘 연결짓지 못하거든요. 늘 소고기나 돼지고기 바비큐만 떠올리죠.
기자) 가르침에 관해 묻고 싶은데요, 많은 젊고 야심 찬 셰프들과 함께 일해 오셨습니다. 이 치열한 업계에서 길을 잃거나 압도당했다고 느낄 때, 가장 중요하게 해주시는 조언은 뭔가요?
리) 저는 그냥 인내심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저도 30대 후반, 거의 40이 될 때까지 성공하지 못했다는 걸 사람들에게 늘 상기시켜 줍니다. 그러니까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인내심을 갖고 계속 열심히 일하다 보면 결국 다가옵니다.
기자) 훗날 사람들이 ‘셰프 에드워드 리’의 유산을 돌아볼 때, 가장 기억해줬으면 하는 건 무엇인가요? 레시피인가요, 아니면 셰프님의 이야기인가요?
리) 저는 제 유산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죄송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할 몫이에요. 그런 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저는 그냥 매일 열심히 일할 뿐입니다.
기자) 한국계 미국인의 삶을 여쭙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많은 한인들이, 좋거나 싫거나 두 문화 사이에서 사는 경험을 합니다. 셰프님의 경우, 한국의 뿌리와 미국에서의 성장 과정을 동시에 헤쳐온 게 요리뿐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그 긴장감(tension)이 ‘비빔인간’을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일까요?
리) 그게 ‘긴장’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는 미국에서 자란다는 것의 일부가 바로 그 긴장을 이해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긴장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좋은 것일 수도 있고요. 저에게는 늘 그 지점을 찾아서 긍정적인 경험으로 만드는 게 중요했습니다. 미국에는 안 좋은 것도 많고 멋진 것도 많죠. 부정적인 것에 집중할 수도, 긍정적인 것에 집중할 수도 있는데, 저는 늘 긍정적인 쪽을 선택합니다. 저도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동시에 정말 다양한 것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가 되고 다양한 경험을 한 어린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늘, 미국에 있다는 게 특권이라는 걸 이해하는 것,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해, 또 서로를 위해 공간과 정체성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걸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자) 세계적인 성공을 통해 미국 내 한인사회의 놀라운 상징 가운데 하나가 되셨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뿌리를 대표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그리고 이중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젊은 세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리) 그건 정말 큰 책임이고, 제가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입니다. 저는 우선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게 정말 자랑스럽고, 늘 세계 곳곳에서 한국을 대표한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한국인이 정말 끈질기고 고집스러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성공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는 만큼, 그 성공을 즐기고 받아들이고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이든, 한국계 미국인이든, 지난 두 세대에 걸쳐 정말 많은 성공을 이뤄왔고, 이건 희생하고 고생한 우리 선조들에게 우리가 빚진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인이라는 것, 그리고 제 친구와 이웃, 다른 모든 이들의 성공을 축하합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다음 세대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어갈지 정말 기대됩니다. 저에게는 어린 딸이 있는데, 저는 그 아이에게 정체성이라는 짐을 지우려 하지 않습니다. 그 아이는 스스로 원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갈 겁니다. 저는 어떤 하나의 이야기를 강요하지 않으려 합니다. 우리 모두는 시간을 들여서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저도 오래 걸렸어요, 지금 50대니까요. 다음 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인내심을 갖고, 가진 모든 것을 끌어안으면 됩니다. 한국에 살든, 캐나다나 남미, 프랑스에 사는 한국인이든, 모두 자기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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