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지 다섯 달 만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오늘 (17일)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후 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자유무역협정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후진타오 주석이 인도네시아를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모두가 환영하는 건 아닌 것 같군요.
답) 그렇습니다. 특히 노동자 단체들의 반발이 큽니다. 인도네시아 노동부 청사 앞에 모인 노동조합원들의 시위 현장입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이 지난 1월1일부터 발효됐는데요, 이 협정을 무효로 하고 재협상하라는 겁니다.
문) 노동단체들의 주장대로 재협상이 가능한 겁니까?
답)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다른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도 이해당사국이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혼자서 중국과 재협상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문) 그런데도 노동자들이 이런 주장을 펴고 있는 이유는 뭡니까?
답)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뒤에 엄청난 타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섬유업체들이 피해가 컸는데요, ‘노동자연맹’의 루크마나 회장은 값싼 중국 상품과 도저히 경쟁이 안되기 때문에 섬유 생산 공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는 겁니다. 인건비 면에서는 중국이나 인도네시아나 한 달 최저임금이 1백 달러 정도 여서 큰 차이가 없지만 노동자들의 숙련도와 기계설비, 정부 지원 면에서 인도네시아 섬유산업이 중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뒤에 이런 경쟁력 격차가 더 심해졌다는 거군요.
답) 그렇습니다. 그전에는 관세 장벽을 통해서 인도네시아 국내시장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뒤에는 중국 업체들도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똑 같은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밀려들어오는 중국 상품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노동자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섬유산업 뿐만 아니라 의류, 신발, 타이어, 철강 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국내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관세 장벽을 다시 높이거나 정부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게 노동자들의 입장입니다.
문) 인도네시아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기업들이 과거의 경영방식에 매달리지 말고 고 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게 인도네시아 정부의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값싼 재료를 수입해서 가공한 다음 다시 비싼 가격에 중국에 되팔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자유무역협정으로 얻는 엄청난 경제적 이익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뒤에 어떤 경제적 이익이 있었습니까?
답) 인도네시아의 주력 수출시장이던 일본과 미국, 유럽에서 경제위기 여파로 수요가 줄어든 반면에 중국시장은 견실한 경제성장으로 수요가 늘었습니다. 자유무역협정 덕분에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관세장벽 걱정 없이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3월까지 인도네시아의 수출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제외한 부분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가까이 늘었고, 이 가운데 중국시장에 대한 수출은 1백20% 늘었습니다. 전체 수출 규모보다 두 배 정도 더 높은 수준입니다. 반면 인도네시아가 중국에서 들여온 수입품은 금액 기준으로55% 증가에 그쳤습니다.
문) 인도네시아가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의 혜택을 톡톡히 받고 있군요.
답) 그렇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주력 상품인 광물은 수출이 7백% 이상 늘어났고, 공산품도 중국시장에서 30% 정도 수출이 늘었습니다. 그 중에서 신발산업이 당초 예상을 깨고 중국 시장 공략을 잘 하고 있습니다. 노동집약적인 저가 상품은 중국과 경쟁이 안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는데, 신발산업이 이런 예상을 보기 좋게 깬 겁니다.
문) 인도네시아 신발산업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이유는 뭡니까?
답)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높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신발 제품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신발업체들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은 임금 수준이 점점 높아지는 반면에 인도네시아는 임금 수준이 안정돼 있고 정부가 업체들에 시설 지원도 해주고 있어서 중국에 있던 신발공장들이 인도네시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