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에서 발간되는 유력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신문은 지난 7일 ‘북한 주민을 구하자’는 제목의 논평을 게재했습니다.
국제사회가 지구상에서 다시는 참혹한 학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며 발칸반도 등 여러 지역의 분쟁과 인도적 문제에 개입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겁니다.
신문은 북한 주민들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 대상인 동물 팬더였다면 국제사회가 그들의 고통을 방관했겠냐는 비유를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의 인권 유린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반세기가 주민들에 대한 북한 정권의 잔혹한 학대로 채워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정권의 연평도 포격으로 관심에서 멀어진 북한 주민의 열악한 현실을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캠페인이 미국과 유럽에서 잇달아 열리고 있습니다.
유럽의회의 레오니다스 돈스키스 의원과 인권 민주주의 네트워크는 지난 7일 의회에서 김정일 정권의 인권 탄압을 그린 다큐영화 ‘김정일리아’ 상영회와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정치범 관리소 내 인권 탄압 등 조직적으로 만연된 북한 내 인권 유린 문제들을 지적하며,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동부 뉴저지 주에서는 대북 기독교 선교단체인 솔트 (PSALT)가 지난 4일 탈북자들을 위한 장학금 모으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 단체는 특히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오는 15일까지 한반도의 아픔을 담은 디지털 애니메이션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워싱턴에 소재한 대북 인권단체 연대인 북한자유연합은 1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사오보를 위한 집회에 참석해 중국 내 탈북자 보호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예정입니다.
미국의 인권단체들과 작가들은 중국 정부의 반대로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중국 내 반체제 인사 류사오보와 가족들을 대신해 집회를 열고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 중지를 촉구할 계획입니다.
같은 날 미 서부 로스앤젤레스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는 국군포로 송환위원회 등 미주 한인단체들이 모여 중국 정부의 김정일 정권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 계획입니다. 이들은 시위에서 안보 문제와 더불어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 정책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대북 인권단체 LiNK는 연말을 맞아 탈북자 구출을 위한 회원 5백 명 모으기 캠페인을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한인 2세 등 영어권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이 단체는 매달 9달러를 기부하면 많은 탈북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인터넷 동호인 웹사이트 등을 통해 공격적인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LiNK는 또 전국을 돌며 북한의 인권 참상을 미국인들에게 알리는 노마드 캠페인을 내년 봄에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가 하면 콜로라도 주에 본사가 있는 바나바스 무역은 성탄절을 맞아 북한 라선 공장에서 생산한 털장화를 몽골의 빈곤층 어린이들에게 기부하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기독교계 국제 구호기구인 ‘월드 비전’과 손잡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며, 한 켤레에 10 달러 기부를 통해 몽골의 가난한 어린이들 뿐아니라 열악한 상황에 처한 북한의 노동자와 가족들을 도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자유연합은 세계인권선언문이 담긴 전단과 장마당 활성화를 위한 북한 지폐 등을 대형 풍선에 담아 12월 중 연평도에서 북한으로 날려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수전 숄티 의장은 이미 14차례 행사를 통해 20만 장의 전단과 DVD 알판500장 등을 북한에 날려보냈다며, 연평도 일정은 북한의 자유와 한반도의 평화를 동시에 기원하는 상징적인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이 한반도 안보 문제에 집중돼 있는 가운데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현실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유력 신문은 북한 주민을 구하자는 논평을 실었고, 민간단체들은 시위와 탈북자 구출 모금, 털장화 기부 운동, 전시회, 토론회 등을 개최하며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