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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농가의 일꾼, 꿀벌의 수분 경제

꿀벌들이 채밀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자료 사진)
꿀벌들이 채밀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자료 사진)

진행자: 미국의 혁신, 문화, 그리고 다양한 미국 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구석구석 USA’, 김미옥 기자와 함께합니다.

기자: 오늘은 미국 경제 이야기 준비했는데요, 1년 내내 미국 구석구석 옮겨 다니며 농업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꿀벌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벌의 경제적 가치 하면 꿀을 먼저 떠올리지만요, 꿀 못지않게, 농작물의 꽃가루를 옮겨주는 ‘수분 서비스(pollination service)도 중요한 산업으로 농가와 양봉업자 모두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벌들이 미국 구석구석을 이동하며 한다는 수분 서비스, 어떤 겁니까?

기자: 수분, 영어로 pollination은 ​벌이 꽃 사이를 다니며 꽃가루를 옮겨 열매가 맺히도록 돕는 건데요, 예를 들어 아몬드 나무에 꽃이 피면 벌이 먹이를 찾아 꽃 사이를 다니면서 몸에 묻은 꽃가루를 자연스럽게 옮기는 꽃가루 배달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대규모 농장에서는 짧은 개화 기간에 많은 벌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찾아오는 벌만 기다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농가가 양봉업자에게 돈을 주고 필요한 기간 동안 벌통을 빌리는 겁니다.

진행자: 그래서 벌들이 미국 구석구석을 이동하며 경제 활동을 한다고 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양봉업자가 벌통을 트럭에 싣고 농장으로 가져오면 벌들이 꽃 사이를 다니며 수분을 돕습니다. 꽃이 지고 수분 작업이 끝나면 다시 벌통을 싣고 다음 농장으로 이동하는데요. 이렇게 농가가 필요한 시기에 벌을 빌리고, 양봉업자는 수분을 돕는 대가를 받는 것이 바로 ‘수분 서비스’입니다.

진행자: 예전에는 집 주변에서 벌집을 보면 위험하다고 먼저 생각했는데요, 요즘에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벌처럼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매개자는 식량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작물의 약 35%가 벌과 나비, 새 같은 동물의 수분 활동에 의존하거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벌통을 농장으로 이동시키는 수분 서비스가 큰 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매년 8월 셋째 토요일이 ‘National Honey Bee Day’, ‘전국 꿀벌의 날’인데요. 올해도 지난 15일 ‘전국 꿀벌의 날’을 맞아, 꿀벌이 농업과 식량 생산에서 하는 중요한 역할을 알렸습니다.

진행자: 시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USDA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농가가 수분 서비스에 지불한 돈은 4억 달러가 넘습니다. 수분 서비스에서 꿀벌의 최대 고객은 아몬드인데요, 매년 2월쯤 미국 여러 지역의 벌통이 아몬드꽃이 피는 캘리포니아로 향합니다. 2024년 아몬드 수분 서비스에만 3억2천580만 달러, 전체의 약 81%가 쓰였습니다. 벌통 하나를 빌리는 평균 비용은 2025년 기준 209달러입니다. 그리고 벌들이 만들어내는 농업적 가치는 이보다 훨씬 큰데요, USDA는 관리되는 꿀벌의 수분 활동이 미국 농업에 연간 최소 180억 달러의 가치를 더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또 어떤 농작물이 벌의 도움을 받고 있나요?

기자: 아주 다양합니다. USDA가 수분 비용을 조사하는 작물만 봐도 사과와 체리, 블루베리, 크랜베리, 딸기, 수박, 멜론 같은 과일류부터 오이, 호박, 해바라기, 아보카도 등에 이릅니다. 수박은 수꽃과 암꽃이 따로 피기 때문에 벌이 그 사이를 오가며 꽃가루를 옮기는 역할이 중요하고요. 사과 역시 많은 품종에서 다른 품종의 꽃가루가 전달돼야 열매가 잘 맺힙니다.

진행자: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아몬드와 사과 같은 농산물 뒤에는 벌들의 노동이 숨어 있군요. 그런데 이 벌들이 한 농장에서 일 년 내내 일하는 게 아니라 계절을 따라 미국을 이동한다고요?

기자: 네, 대형 양봉업자들 달력에는 ‘언제, 어디에서 무슨 꽃이 피느냐’가 중요한 사업 일정표가 됩니다. 농작물의 개화 시기를 따라 벌통을 트럭에 싣고 장거리 이동하는데요, 2월에는 미국 곳곳의 벌통이 캘리포니아로 향합니다. 아몬드 수분이 끝나면 벌통은 다시 여러 지역으로 흩어집니다.

진행자: 그러면 지금이 8월 말인데요, 벌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지금은 봄철 수분 작업을 마치고, 북부 대평원 지역(Northern Great Plains)에서 여름을 보내는 시기입니다. USDA 연구진은 이를 벌들의 ‘summer vacation’, 즉 ‘여름 휴가’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물론 벌들이 일을 쉬는 건 아니고요, 이 지역에는 먹이가 되는 꽃이 풍부해서 벌들이 먹이를 얻고 꿀을 생산합니다.

진행자: 봄철 농장에서 꽃가루를 나르던 ‘수분 노동자’들이 여름에는 ‘꿀 생산자’로 역할을 바꾸는 셈이군요.

기자: 여름 동안 양봉업자는 꿀을 수확하고 벌의 상태를 점검하고요, 날씨가 추워지면 일부는 벌통을 따뜻한 지역으로 옮겨 겨울을 보내면서 다음 해 아몬드꽃이 필 때를 준비합니다. 무엇보다 건강한 벌 군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요, 장거리 이동 중에는 온도와 먹이를 세심하게 관리하고, 벌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과 기생충도 관리해야 합니다.

진행자: 계절을 따라 미국 곳곳을 이동하며 농업을 돕는 꿀벌들, 벌이 만들어내는 미국의 ‘수분 경제’ 이야기, 김미옥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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