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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전 차관보, “북한 권력 승계가 6자회담 진전 어렵게 해”


북한의 권력 승계가 북 핵 6자회담의 진전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밝혔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또 김정일 위원장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는 김일성 주석에서 김정일 위원장으로의 2세대 권력 이양보다 더욱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주한 미국대사를 거쳐 2005년부터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지내면서 4년 여 동안 6자회담 수석대표로 북한과 협상했습니다. 이후 이라크주재 대사를 거쳐 지난 7월부터는 미 서부 덴버대학교 국제관계대학 학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힐 전 차관보를 어제 (27일) 오전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문)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님, 반갑습니다. 2005년부터 4년 넘게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로 활동하셨는데요. 우선, 6자회담 수석대표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과 가장 큰 성과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죠.

답) “가장 어려웠던 점은 협상 전체를 환영하지 않으면서, 회담의 다른 5개 참가국들 모두가 자신들을 반대한다고 느끼는 북한을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북한과 9.19 공동성명을 이뤄냈다는 점입니다. 영변 원자로를 불능화 하는 조치를 북한이 취하도록 한 것도 보람 있었던 일입니다. 북한은 3년 전 이 원자로를 폐쇄한 이후 아직까지 가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가 이끄는 미국 정부의 대북 협상팀에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신지요?

답) “새 협상 팀은 현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조언을 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가 아주 힘들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주 어려운 비핵화 문제에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권력 승계 과정이 6자회담의 진전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문) 북한이 권력 승계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왜 6자회담을 어렵게 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답) “북한은 현재 주로 내부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6자회담 과정에는 그다지 집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내부 문제가 있을 때, 다른 나라들과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회담이 이뤄지려면 비핵화,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행동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이런 전제조건들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답) “그런 것들을 전제조건이라고 표현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북한은 비핵화 과정에서 지금까지 해 왔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흔히 6자회담에서 미국 이외의 다른 참가국들을 소외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미국과의 양자 대화에 관심이 있었던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비핵화 과정이 성공하려면, 북한이 다른 참가국들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미국의 견해입니다.”

문)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십니까?

답) “저는 6자회담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내기 위한 최선의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미래를 갖기 위해서는 이웃나라들과 더 나은 관계를 가질 필요가 있는데요, 6자회담은 북한의 모든 이웃나라들을 포함하고, 특히 러시아와 미국, 중국 등 세계 최강국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나라들은 북한이 모색하고 있는 안정을 북한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6자회담의 과정이 올바르고 접근법도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이에 동조해 나설 준비가 돼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 북한은 요즘 미국과의 양자대화와 국제사회로부터의 지원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습니까?

답) “저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해 줄 조언이 별로 없습니다만, 조언을 한다 해도 김 위원장이 받아들일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북한이 양자대화를 할 수는 있지만, 양자대화를 6자회담의 전체 과정을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을 중단해야 합니다. 이는 미국과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이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과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는 북한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결정한 것 같습니다. 저는 북한이 언젠가는 자국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스스로의 정부 체제와 경제 체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거듭 요구해야만 하는 상황이 의미 있는 개혁 과정에 나서는데 실패하는 것과 많이 관련돼 있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문) 얼마 전 6자회담의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차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참사 등이 승진했는데요. 북한의 이번 인사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또 이번 인사가 6자회담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답) “우선 승진한 분들께 축하를 보냅니다. 이번 승진이 6자회담을 진전시키는 것과 관련해 이들에게 더 많은 지혜를 가져다 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이들의 승진이 북한의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습니다. 또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김정일 위원장과 그의 보좌관들이 결정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문) 최근 공개 발언에서 북한의 권력 승계 문제 때문에 북한 관련 사안들이 과거보다 더 복잡해졌다고 지적하셨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좀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요.

답) “북한의 권력 승계와 관련한 위기는 지난 2008년 여름,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시작됐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노동당 대표자회 이후에 더 잘 예측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의 북한 내부 상황이 과거보다 복잡하다는 말입니다.”

문) 그럼,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언제 권력을 승계 받을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답)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추측하기로는 즉각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몇 주나 몇 달 보다는 훨씬 더 많이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어느 정도 부각할 것으로 보십니까?

답)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는 김정은을 소개하고 그에게 일부 구체적인 책임을 맡기며, 권력 승계가 진행 중임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이 어떤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또 이번 대표자회를 어떻게 운영하는지를 지켜보는 게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저는 김일성 주석에서 김정일 위원장으로의 승계보다 김 위원장에서 김정은으로의 승계가 더욱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3세대로의 권력 이양이 2세대로의 이양보다 항상 더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김정은이 차기 지도자가 되기 위해 김 위원장의 경우 보다 특히 더 많이 대비했다는 징후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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