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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러 독일 대통령 전격 사임


쾰러 독일 대통령이 해외파병에 관한 발언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임했습니다. 독일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파병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 문제가 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대통령이 임기 중 사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 쾰러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기에 사임까지 하게 된 겁니까?

답) 문제의 발언은 독일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왔습니다. 쾰러 대통령은 독일 정도의 경제 규모를 갖고 있으면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경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 개입을 해야 하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무역과 고용, 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역 불안정을 막는다거나 교역 통로를 지키기 위해 군사 개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 이 발언이 왜 문제가 된 겁니까?

답)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정당화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쾰러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21일 아프가니스탄을 전격 방문한 직후 한 발언이어서 그렇게 해석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기 때문에 대통령의 이 발언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동안 독일의 정치 지도자들은 아프가니스탄에 근거를 둔 테러범들이 유럽에서 테러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파병이 불가피하다는 식의 논리를 펴왔습니다.

) 그렇다면 쾰러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그 동안의 파병 논리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군요.

답) 그렇습니다. 독일의 경제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파병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인데요, 독일 국민들 사이에서2차대전의 악몽을 다시 불러일으켜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습니다.

) 2차대전 당시 독일의 군국주의가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말하는 거군요.

답) 네. 독일 국민들은 2차대전에서 패망한 뒤 해외파병 문제에 대해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자칫 과거 나라를 망하게 했던 군국주의가 되살아날까봐 지나칠 정도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죠.

) 쾰러 대통령의 해명은 있었습니까?

답) 여론이 악화되자 대통령궁이 직접 해명에 나섰습니다. 쾰러 대통령의 발언은 아프가니스탄 파병이 아니라 아프리카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벌이고 있는 해적 경계 활동을 가리킨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야당도 쾰러 대통령에게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하라며 거세게 몰아붙였습니다. 결국 쾰러 대통령은 어제 (31일) 문제가 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나타내고 대통령직에서 즉각 사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치적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수는 없다는 게 사임 이유입니다.

) 여당에게는 충격이 크겠군요.

답) 네. 쾰러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1년 밖에 안 된 시점에 일어난 일인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대통령이 임기 중에 사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여당으로서는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셈입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이번 일로 오랜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를 잃게 됐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당초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회 출전을 위해 이탈리아에서 훈련 중인 독일 국가대표팀을 찾아가서 격려할 예정이었지만, 쾰러 대통령의 사임 소식이 알려지자 모든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1년 만에 사임한 건 독일 국민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겠어요.

답) 네. 사실 쾰러 대통령은 유럽 부흥개발은행 총재와 국제통화기금 총재를 역임한 거물급 인사로 국민의 신망을 받아왔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독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아우르면서 큰 정치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자본주의의 병폐를 질타하고 개혁을 촉구해서 자신이 소속된 기민당의 보수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소신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독일 대통령은 형식상 국가 수반일 뿐 실질적인 권한은 별로 없습니다. 대통령은 상징적인 역할만 하고 실질적인 정치권력은 총리가 행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쾰러 대통령은 이런 의전상의 대통령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수반으로서 활동반경을 넓혀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대통령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인데, 앞으로 새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 뽑게 됩니까?

답) 독일 헌법상 연방 의회와 주 대표들이 30일 안에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합니다. 후임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는 뵈른젠 상원의장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합니다.

지금까지 쾰러 독일 대통령이 해외파병에 관한 발언과 관련해 전격 사임했다는 소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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