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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개막] "성조기·태극기 절반씩 몸에" 한국계 미국 체조대표 율 몰다워


[2020 도쿄올림픽 개막] "성조기·태극기 절반씩 몸에" 한국계 미국 체조대표 율 몰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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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최대 체육행사인 여름철 올림픽이 도쿄에서 진행 중입니다. 미국은 이번 대회에 620여 명 규모 대표팀을 파견했는데요. 그중에 한국계 선수가 포함돼 관심을 끕니다. 태어난 직후 콜로라도주로 입양된, 24세 체조 대표 율 몰다워 선수인데요. 메달 유망주로 꼽힙니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 그리고 살아온 이야기까지 자세히 들어보는 특집 인터뷰 마련했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출전한 한국계 체조선수 율 몰다워.
2020 도쿄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출전한 한국계 체조선수 율 몰다워.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해주실까요?

몰다워) 네. 제 이름은 율 몰다워(Yul Moldauer)입니다. (미국) 체조 대표팀의 일원으로, 현재 도쿄에 와 있습니다.

기자) 실례지만, 성함이 좀 어렵더라고요. ‘율’이 한국 이름인가 싶었습니다. 무슨 뜻인가요?

몰다워) 전체 이름은 ‘율 경태 몰다워’입니다. 제가 (미국으로) 입양됐을 당시 이름이 ‘신경태’였어요. 저를 입양해주신 부모님께서 ‘경태’라는 이름을 지켜주셨습니다. 그걸 중간 이름으로 넣으신 거예요. 새로 붙여주신 ‘율(Yul)’이란 말은 태양, 밝음, 이런 것들을 의미한다고 저희 어머니께서 설명해주셨습니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올림픽 현장에서도 최고 관심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 여자 체조 대표팀에서도 얼마 전에 확진자가 나왔잖아요.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몰다워) 양성 판정을 받은 여성은 예비 명단에 포함된 선수입니다. 그래서 대표선수단 본진과는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았어요. 저희와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미국 대표선수단이 별도 예약한) 호텔에 머물고 있습니다. (도쿄 올림픽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선수촌에 입촌하지 않은 겁니다. 그리고 마스크 착용과 함께, 모든 물품을 세정한 뒤 사용하고 있고요. 무슨 일이든 특별히 조심스럽게 하는 중입니다.

기자)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이듬해 미국 챔피언이 되고, 같은 해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도 차지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출전인 이번 올림픽에 거시는 기대는 뭔가요?

몰다워) (저를 포함한) 우리 팀이 아주 잘해서 메달을 딸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며칠 전에 본선 경기장에서 연기해봤는데, 모두 잘 적응했습니다. 편안했고요. 그래서, 아주 좋은 올림픽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결승전까지 올라가 메달을 따올 잠재력이 있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출전한 한국계 체조선수 율 몰다워.
2020 도쿄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출전한 한국계 체조선수 율 몰다워.

기자) 체조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몰다워) 한계 없이 발전할 수 있는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야구나 미식축구와 비교를 하자면, 야구는 잘한다고 매일 홈런을 칠 수 없잖아요. 미식축구 역시 매일 공을 잘 잡아낼 수 있는 게 아니고요. 하지만 체조는 기본 수준과 상관없이, 기량이 나날이 발전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 선수도 더 발전할 여지가 있는 게 체조입니다. 매일 점수를 더해 나갈 수 있어요.

기자) 그럼 처음 선수로 뛴 건 언제입니까?

몰다워) 저는 시작이 많이 늦은 편입니다. 일곱 살 때쯤 처음 체조를 접했는데요. 대개 선수들은 네다섯 살 때 시작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일찍 시작해야 (체조의) 몸동작과 느낌이 체화되기 때문이에요. 일곱 살 때 (늦게) 시작했지만, 1년이 채 안 돼서 대회에 나갔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선수 경력에서 최고의 순간, 그리고 최악의 순간은 각각 뭡니까?

몰다워) 최고의 순간은… 두 개가 생각나는데요. 2018년 NCAA(미국대학체육협회) 주최 전미 체조대회였습니다. 그때가 아마 (작년에 졸업한 오클라호마)대학교 재학 중에 최고점에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팀이 전국 우승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저 개인적으로 4관왕(마루운동, 도마, 평행봉, 개인종합)에 올랐습니다. 또 다른 최고의 순간은 처음 세계 선수권대회(2017년 몬트리올 ㆍ동메달)에 출전 했을 때입니다. 즐기자는 자세로 나갔는데 메달까지 따왔어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음…, 최악의 순간은 아마 열세 살인가, 열네 살 때 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손목이 아프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스포츠 전문 의료진은 아니고 (고향) 콜로라도의 일반 의사들을 찾아갔는데, 체조를 그만둬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진단을 마치고 나서면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기자) 결국 진단이 잘못됐던 거네요. 지금 미국 올림픽 대표 선수가 되셨으니까요. 여기까지 오는 데 가장 크게 도움을 준 사람을 한 명만 꼽아주실 수 있습니까?

몰다워) 솔직히, (한 명만 집어내서) 답변하기 어렵습니다. 너무 많은 분이 있기 때문이에요. 먼저, 저희 가족이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저에게 큰 영향을 줬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현재 저를 지도하시는 블라디미르 알테메프(Vladimir Artemev) 코치님과 부인 아이리나, 아들 알렉산더까지 일가족 세 명이 큰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그 분들은 단순한 코치들이 아니에요. 저한테 ‘제2의 부모님’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코치들이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제게 해주십니다. 식사 조절부터 해서, 일정도 챙겨주시고, 마사지(안마)까지 챙겨주십니다. 그리고 일일이 조언도 주셔요. 매일 연습이 끝나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세심하게 지적해 주십니다.

기자) 아까 콜로라도 이야기를 잠깐 하셨는데, 자란 곳이 어딘가요? 그리고 어린 시절 환경이 현재 모습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몰다워) 콜로라도주 포트콜린스(Fort Collins)에서 성장했습니다.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생활했어요. 닭과 오리, 염소, 말들을 키웠습니다. 가축들의 분변을 치우고 먹이를 주는 게 일과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을 농장에서 보낸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감을 익힌다는 의미입니다. 마음대로 늦잠을 자서 동물들을 굶기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시간표에 맞춰 생활하는 걸 어릴 때부터 배웠고요,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저희 남매들과 팀을 이뤄 함께 일하는 방법도 일찌감치 익혔습니다.

기자) 한국에서 태어나, 만 한 살이 채 안 됐을 때 미국으로 입양되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두 나라가 각각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몰다워) 미국은 저에게 정말 의미가 커요. 입양아로 온 저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했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생각을 자주 해요. 내가 만일 입양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내가 만일 맞지 않은 가정에 입양됐다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런 것들 말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저에게 (올림픽에 나와) 국가를 대표할 기회까지 줬어요. 또한, 제가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은 큰 영광입니다. 그게 제 혈통이니까요. 그래서 항상 저 자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문신을 새긴다면 성조기와 태극기를 절반씩 새겨야 한다’고요. 한국은 언제나 저에게 특별한 곳으로 자리하고 있을 겁니다. 내년쯤에는 제가 태어난 곳을 방문하고 싶어요. 저는 현재 미국인이지만, 한국 문화가 정말 궁금합니다. 또한 저는 (미국인인 동시에) 한국인이기도 하다고 언제나 말할 겁니다.

기자)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지난해부터 급증한 아시아계 대상 혐오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몰다워) 정말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사람을 생김새로 판단하고 못된 말(과 행동)을 하는 거잖아요. 한국인이자, 입양된 미국인으로서, 모든 혐오 범죄와 차별 행위를 유감스럽게 느끼고 있습니다. 저의 외모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는 자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어요. ‘그래 나는 한국계다, 하지만 지금 운동선수로서 나라(미국)를 대표하고 있다’라고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과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맞물리는 상황에서, 특정 집단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응원을 보내고 있는 분들께 하실 말씀은 뭡니까?

몰다워) 성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올림픽 출전과 국민적인 응원은) 제 꿈이 현실로 이뤄진 것입니다. 미국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한분 한분께 고맙다는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동시에,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를 대표할 수 있어서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2020 도쿄 올림픽 특집 인터뷰, 미국 체조 대표로 출전한 한국계 메달 유망주 율 몰다워 선수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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