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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보안업체 “북한 위장취업 IT 인력 급여, 제재 대상 군수업체 계좌로 유입”

북한 언계 IT 인력의 화상 인터뷰 모습. (자료사진)
북한 언계 IT 인력의 화상 인터뷰 모습. (자료사진)

해외 기업들이 북한 위장취업 원격 IT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급여가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군수기관 계좌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석 달 동안 이 경로를 통해 이동한 자금만 약 197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원격 IT 노동자들이 외국 기업에서 받은 급여를 내부 결제망을 통해 상부 조직에 보고하고 송금한 정황이 공개됐습니다.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디텍스(DTEX) 위협분석팀은 21일 북한 위장취업 IT 인력들이 해외 기업에서 받은 급여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북한 내부 결제 서버에서 유출된 390개 계정과 대화 기록, 암호화폐 거래 자료 등을 분석해 급여가 북한 조직의 상부로 전달되는 구조를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사 결과 북한 IT 인력들은 ‘럭키가이즈’라는 내부 결제·통신망을 이용해 해외 기업으로부터 받은 급여의 송금 내역을 단일 관리자 계정에 보고했습니다.

급여는 암호화폐로 직접 이전되거나 중국 금융망과 제3자 결제업체를 거쳐 현금으로 전환됐으며, 관리자는 송금 사실을 확인한 뒤 계정과 자금 사용에 관한 추가 지시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개별 노동자들이 보낸 자금은 중간 단계에서 다른 자금과 합쳐진 뒤 상부 조직이 관리하는 계좌로 전달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마셜 하일먼 디텍스 최고경영자 겸 최고기술책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석 달 동안 약 197만 달러가 조선룡봉종합회사와 연계된 것으로 평가되는 계좌를 거쳐 이동했다”고 밝혔습니다.

디텍스는 내부 대화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RB 지갑’이 미국과 유엔의 제재 대상인 조선룡봉종합회사와 연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지갑’은 암호화폐를 보관하고 주고받는 계좌를 뜻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조선룡봉종합회사를 북한 방위산업에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고 군사 관련 판매를 지원하는 군수 복합기업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관여하거나 이를 지원한 혐의로 지난 2009년 유엔 제재 대상에 올랐습니다.

디텍스의 위협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마이클 반하트 수석 조사관은 VOA에 “북한 지도부가 이렇게 모은 자금을 무기 개발과 조달을 포함한 정권의 특정 사업에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습니다.

반하트 조사관은 “돈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북한 IT 인력에게 서방 기업이 지급한 급여가 위장업체를 거쳐 무기 제조와 조달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특정 IT 노동자에게 지급된 급여가 특정 무기의 생산이나 거래에 직접 사용됐다는 사실까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디텍스는 이번 자료의 의미가 개별 급여와 특정 무기를 직접 연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서방 기업의 급여가 북한의 군수 활동을 뒷받침하는 국가 차원의 자금 체계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과 탄약, 탄도미사일 등을 제공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디텍스는 IT 인력들이 벌어들인 수익도 북한의 군수 생산과 조달을 거쳐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을 뒷받침하는 더 광범위한 체계에 투입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과 회피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2024년 10월 출범한 다자간 독립 감시 기구 다자제재모니터링팀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사이버 행위자와 IT 인력들이 2024년 1월 이후 28억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를 탈취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또 북한 IT 인력들이 2024년 한 해 동안 해외 취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3억5천만 달러에서 8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일먼 CEO는 이런 자금 흐름 때문에 북한 위장취업 IT 인력 문제를 단순한 채용 실수나 보안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어떤 기업도 외국의 무기 프로그램에 자금을 대려고 하지는 않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이는 급여와 관련한 단순한 해프닝이나 보안팀이 조용히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IT 취업 사기 문제는 “기업의 운영을 중단시킬 수 있는 다른 위협들과 같은 수준에서 논의해야 할 사업 위험이자 국가안보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북한 IT 인력들이 다른 국적자로 신분을 위장해 해외 기업에 원격 취업한 뒤 벌어들인 수입을 북한의 불법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제공하고 있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미국 국무부와 연방수사국(FBI)는 지난달 31일 호주와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뉴질랜드, 영국 당국과 공동 경보를 내고 북한 IT 인력과의 계약과 급여 지급이 각국의 법률을 위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관련 기업이 법적 처벌이나 금전적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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