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양강도와 자강도를 제외한 대부분 지방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평양과 해주 등 서해안 지방의 가뭄이 심각하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보도했습니다.
[녹취: 방순녀 북한 기상수문국 기상예보처장] “우리나라 전반적 지방에서 가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서해안 지방에서 매우 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4월27일부터 25일 이상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습니다.”
북한 기상수문국의 방순녀 기상예보처장은 이 기간에 약간의 비가 내렸지만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너무 적은 양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평양과 해주, 신의주, 사리원 등 북한 서해안 지방에 그 동안 내린 비가 최고 5㎜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북한 기상수문국은 서해안 지방의 이번 가뭄은 50년 만에 처음 나타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농업성의 주철규 국장은 이번 가뭄이 6월 상순까지 계속될 전망이라며, 곡창지대인 평안남북도와 황해남북도의 농작물이 특히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조선중앙TV’에 밝혔습니다.
[녹취: 주철규 북한 농업성 국장] “지난 해 가을에 올곡식(조곡)으로 심은 밀 보리들이 이삭은 나왔으나 지금 심한 가물로 여물기에 지장을 받고 있으며, 또 봄에 심은 밀 보리들은 일부 이삭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서 강냉이 역시 가물 피해로 말라죽거나 시들어 생육에 큰 지장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피해 면적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채소를 비롯한 다른 밭 작물들의 피해도 크다며, 북한 농경지의 40%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서울의 북한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올 봄 이상저온 현상이 나타난데 이어 가뭄까지 겹쳐 북한의 이모작 작물 작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부원장] “ 4월 중순까지만 해도 기온이 굉장히 낮아서 저온현상이 있었거든요. 또 지금은 비도 적게 오고 그래서 북한 이모작 농사가 작년에 예상했던 그 만큼 되지 않을 것 같아요. 6월 달 수확해 보면 알 텐데 이모작 농사가 당초에 기대했던 것 만큼 생산이 안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권태진 부원장은 평균 55만t 내지 60만t 정도인 밀과 보리, 감자 등 북한의 이모작 작물의 생산량이 올해는 50만 t 이하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한 사업이 전 군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한국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의 최진용 교수는 북한이 현재 가뭄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은 빗물을 모았다가 가뭄 때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비하고 있지만, 북한은 그런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곧바로 가뭄 피해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녹취: 최진용 서울대 교수] “북한의 삼림 황폐화로 인해 자연적으로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 또는 자연적으로 수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저하돼 있는 상태에서 아무래도 기상학적 가뭄이 오면 바로 그런 것들이 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농업적 가뭄으로 전이가 되죠.”
북한이 똑 같은 가뭄에도 다른 나라들보다 피해가 더 심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최 교수는 말했습니다.
최 교수는 북한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가뭄 피해에서 벗어나려면 장기적으로 산에 나무를 심어 토양이 자연적으로 수분을 함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중단기적으로는 댐이나 양수장 등 물을 저장하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이연철입니다.
북한 곡창지대, 50년 만의 최악 가뭄
북한 서해안 지방에 한 달 동안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50년 만의 심각한 가뭄이라고 하는데요, 곡창지대여서 농작물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