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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단체 어제와 오늘 I] 한국 내 탈북자 단체 어떻게 변해왔나


북한 민주화 운동을 위한 탈북군인 단체 ‘북한인민해방전선’ 출범식
북한 민주화 운동을 위한 탈북군인 단체 ‘북한인민해방전선’ 출범식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오늘부터 나흘간 모두 네 차례에 걸쳐 ‘탈북자 단체들의 어제와 오늘’ 을 주제로 한 특집방송을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순서로 ‘탈북자 단체 어떻게 변해왔나’ 편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민전 창립선언문] “이제 우리 고향을 위하여, 우리 부모 형제들을 위하여 군인이었던 우리가 뭉치고 행동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신길역 앞에선 북한군 출신 탈북자 1백 여명이 모인 가운데 북한 민주화 운동을 위한 탈북군인 단체인 ‘북한인민해방전선’ 출범식이 열렸습니다.

한국사회에선 이젠 탈북자들의 집회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닐 만큼 이들의 활동은 활발해졌습니다.

한국에서 탈북자 단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980년.’ 숭의동지회’와 통일연구회’라는 이름의 두 단체가 그 해에 결성됐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탈북자 수가 아주 적었고 이 때문에 이 단체들은 국가정보원이나 경찰청 등 한국의 국가기관이 지원하고 관리하는 대상이었습니다. 탈북자로 대북 방송 자유북한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민 대표입니다.

[김성민] “그 때는 자발적이라기보다요 탈북자들의 의식 부재, 탈북자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기관들이 개입을 했었죠. 그래서 탈북자들 속에서는 그런 단체들은 정부 지원만 받는 것 만으로 단체의 기본활동들이 좀 위축되기도 했구요,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 안 좋은 게 있었구요.”

그러다가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웠던 최악의 식량난을 겪으면서 북한을 떠나 한국 등지로 탈출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기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한국사회에서 자발적인 탈북자 단체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첫 자발적 탈북자 단체는 1998년 한창권 현 탈북인단체 총연합회 회장 등이 주도해 만든 ‘자유북한인 협회’ 였습니다.

한국사회 안에서의 탈북자 권익 향상을 표방하며 만들어진 단체였습니다.

국가기관의 관리 대상 또는 지원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탈북자들이 이처럼 한국사회의 일원이라는 자각의 싹이 트면서 2000년대 들어선 단체들 사이에서 경쟁이 일어날 정도로 그 수가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김성민 대표입니다.

[김성민] “98년도를 기점으로 탈북자들이 해마다 10 명 단위로 오다가 1백 명 단위가 되죠, 그리고 곧바로 2000년대 들어선 1년에 1천 명 이상이 오구요, 그러면서 탈북자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하고 단체활동들도 자발적으로 단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그런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됩니다, 그래서 이른바 탈북자 단체의 전성시대가 만들어지구요.”

한국의 통일부가 파악한 한국 내 탈북자 단체들은 현재 30 여개입니다. 이들 탈북자 단체들은 활동 방향에서 탈북자들끼리의 정착 지원, 그리고 북한 민주화라는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뉘게 됩니다.

역시 탈북자 출신으로 현재 ‘NK지식인연대’라는 탈북자 단체를 이끌고 있는 김흥광 대표입니다.

[김흥광] “하나는 북한 민주화를 이뤄내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구하기 위해서 활동하는 단체들이 있구요, 또 다른 하나는 탈북자들의 정착을 지원하고 삶의 부분들을 개선하는 자주적인 노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친목활동을 하는 단체들 이렇게 크게 양분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탈북자 권리 증진과 정착 지원을 주된 목표로 만들어진 단체들로는 2001년에 출범한 ‘백두 한라회’를 비롯해 2006년 출범한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탈북여성인권연대’ 등이 있습니다.

탈북자 단체들의 또 하나의 흐름인 북한 민주화운동 단체들 가운데는 지난 2003년 당초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본부라는 이름으로 만들려다가 이름을 바꿔 출범한 ‘북한민주화운동본부’가 그 시초입니다. 김성민 대표입니다.

[김성민] “북한민주화 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강철환 안혁 씨가 공동대표로 출범시켰던 정치범수용소 해체 운동본부는 기존 탈북자 단체들의 획을 긋는 북한 민주화 특히 북한 민주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범 수용소 해체를 전면에 내걸고 만들어졌구요.”

이 단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혹한 실태를 고발하면서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북한 민주화를 목표로 하는 단체들로는 ‘자유북한방송’이나 북한개혁방송과 같은 대북 방송, 그리고 지난 2008년 만들어진 ‘자유북한운동연합’ 등이 눈에 띄는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특히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일부 단체들은 한국에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북한에 대형 풍선을 이용해 전단지를 뿌리는 작업을 강행하면서 한국 내에서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사회의 실상을 보다 깊이 있고 체계적으로 한국에 알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탈북자 학술단체도 출현했습니다.

북한에서 컴퓨터공학박사로 교수를 지냈던 김흥광 씨를 대표로 대졸 이상 출신 탈북자들이 2008년 결성한 ‘NK지식인연대’입니다.

이밖에도 평양예술단, 경평 축구단 등 탈북 예술인이나 스포츠인들이 만든 단체들도 2000년대 들어 등장했습니다.

이처럼 탈북자 단체의 수가 늘어나고 활동영역도 다양해지는 가운데 이들 단체들 사이에 연대 움직임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단체 수는 늘었지만 탈북자 권익 옹호나 북한 문제와 관련한 탈북자들의 입장을 한 목소리로 내야 할 때 그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7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위원장으로 출범한 ‘북한민주화위원회’는 북한 민주화에 뜻을 같이하는 20 여개 탈북자 단체들이 참여해 만든 연합단체입니다.

또 지난 2008년 출범한 ‘탈북인 단체 총연합회’도 28개 탈북자 단체들이 연합해 만든 단체입니다.

지난 2009년엔 이 두 연합단체 등을 망라한 협의체를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활동 방향과 자금 확보 등 문제들로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탈북인 단체 총연합회 한창권 대표입니다.

[한창권] “타당성은 다 이해를 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운영이 진행되는가 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는가 그런 게 합의를 도출하기가 아주 힘들단 말입니다. 그래서 그게 타협점을 찾지 못해 그러다 말았단 말입니다.”

2000년대 들어 탈북자 단체의 수는 크게 늘고 성격도 다양해졌지만 이들은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정체성 찾기에 고민 중입니다. 하지만 탈북자의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한국 사회에 대한 이들의 이해가 깊어지면서 자기 역할을 찾는다면 탈북자 단체들의 영향력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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