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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의 어제와 오늘 III] 탈북자 단체를 이끄는 사람들


[탈북자들의 어제와 오늘 III] 탈북자 단체를 이끄는 사람들
[탈북자들의 어제와 오늘 III] 탈북자 단체를 이끄는 사람들

한국 내 탈북자들의 수가 곧 2만 명에 이를 전망입니다. 더불어 한국 내에서 탈북자들이 스스로 만든 민간단체들도 그 수가 늘어 현재 수 십 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네 차례로 나눠 ‘탈북자 단체들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한 특집방송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탈북자 단체를 이끄는 사람들 편을 보내드립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자유북한방송 >“북녁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서울에서 보내드리는 자유북한방송입니다. 통일의 그날까지 북한의 민주화를 위한 자기의 본분을 다해나갈 것입니다.”

자유북한방송은 같은 생각을 가진 탈북자 동료들과 함께 김성민 대표가 지난 2004년 만들었습니다

김성민 대표는 기자 7명과 함께 매일 하루 5시간씩 방송을 하며 자신들이 경험한 한국사회의 모습과 바깥세상에 대한 정보를 북한에 전해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북한민주화 운동가로 꼽히는 김성민 대표는 올해 48살로 북한에서 김형직 사범대학을 졸업한 후 군에서 작가로 활동하다 1999년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한국에서2년 먼저 탈북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만나면서 북한 민주화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김 대표는 대북 방송은 북한 주민들에게 미래를 변화시킬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식량을 주는 것은 한번의 배고픔을 해결에 주는데 그치지만 바른 지식과 정보를 주는 것은 북한사회 전체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김 대표가 방송국으로 칼이 배달돼 오는 등 물리적인 협박과 해킹 등 온갖 위협을 견디며 방송을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김 대표는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국경없는 기자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매체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 해 타이완 민주기금회가 주는 ‘아시아 민주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는 단 한 사람의 북한 주민을 위해서라도 방송을 내보낼 것이라며 북한 민주화 운동은 탈북자의 사명이자 임무라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단체는 이처럼 투철한 신념과 사명감으로 뭉친 지도자들이 이끌어 갑니다.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이들은 직접 보고 경험한 자유로운 세상을 북에 두고 온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리고 언젠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일합니다.

북한에 전단 보내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탈북자 사회에서 ‘대북 전단 투사’로 불립니다.

북한에서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졸업하고 김일성 사회주의 청년동맹에서 선전선동부 지도원으로 일하던 박 씨는 김정일 체제에 회의를 느끼고 2000년 가족들과 함께 탈북했습니다.

이후 박 씨는 2003년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본부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북한인권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박 대표가 전단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입니다.

당시는 상호비방을 중단하자는 남북간 합의에 따라 한국 정부 차원의 대북 전단 발송은 전면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했던 당시 김대중 정부는 박 대표의 활동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박 씨는 지난 7년 간 12번이나 경찰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선전선동부 활동을 하면서 대북 전단의 효과를 알고 있었기에 어려움 속 에서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박 대표는 대북 전단은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는 가장 유용한 북한 민주화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박 대표는 북한 주민 스스로 자유를 쟁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대북 전단을 보내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힘들더라도 계속 전단을 보내는 게 우리 사명이고 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탈북자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북한 주민들보다 살기 편합니다. 하늘이 열려 있는 한 북한에 종이 한 장, 1달러 한 장이라도 보내는 게 주민들을 직접 도울 수 있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북한전략센터 강철환 대표는 한국을 넘어 국제사회에까지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06년도 ‘아시아의 영웅’ 중 한 명으로 선정됐습니다. 강 대표가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을 고발한 책 ‘수용소의 노래’는 영어 등 11개 언어로 번역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지난 2005년에는 강 대표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조지 부시 대통령과 만나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평양에서 태어난 강 대표는 9살 때 할아버지가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가족과 함께 함경남도 요덕군에 위치한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 그곳에서 10년을 보냈습니다. 1992년 탈북해 한국에 온 강 대표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목표로 북한민주화운동본부를 만들었습니다.

강 대표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 조차 인정받지 못한 채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는 정치범 수용소는 반드시 없어져야 하다는 신념으로 글 쓰고, 강연하며 북한 정권의 실태를 알리는 일을 쉬지 않고 있습니다.

강 대표의 활동으로 외부세계에 철저히 감춰졌던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상이 낱낱이 드러났고,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습니다.

강 대표는 국제사회가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앞서 북한 인권 문제를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가 2005년 주최한 제 1회 북한인권 국제회의에 참석한 강철환 대표의 말입니다.

"핵보다 더 중요한 인권 문제를 대북 지원과 대화의 조건으로 내건다면 북한은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강 대표는 북한인권 개선과 민주화 운동의 추동력은 탈북자들로부터 나와야 한다며 향후 남북한 통합과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당면한 과제는 북한 내부 민주세력과 연대해 북한의 강제수용소를 철폐하고 대북 전단과 라디오 등을 보내 북한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 국내에서는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 사업을 강화해 탈북자들의 역량을 올릴 수 있는 준비를 해나가야 합니다."

2006년부터 탈북 여성들의 한국 정착을 돕고 있는 탈북여성인권연대 강수진 대표는 탈북 여성들에게 `맏언니’로 불립니다. 이들의 취업과 창업 지원부터 생활 법률 상담, 리더십 교육에 이르기까지 강 대표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평양에서 태어나 전문대학을 졸업한 강 대표는 중국에 있는 친척집을 방문했다 97년 한국에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회고록을 보고 탈북을 결심했습니다. 이후 태국과 라오스를 거쳐 2002년 한국에 들어온 강 대표는 간호조무사와 영업사원 등을 거쳐 한국사회에서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강 대표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10명 가운데 7-8명이 여성이라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도움이 아닌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가장 우선입니다. 탈북자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해야 인권이나 민주화를 생각할 수 있지요. 우리 탈북자 중에서 누군가는 탈북 여성들을 대변하고 정책적으로 제안하고 인권에 대해 얘기해야 하는데 그런 통로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강 대표는 탈북 여성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해 8월 의료 임가공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모은 돈과 대출을 받아 차린 회사는 설립한 지 4개월 만에 2억 5천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 연말까지 1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탈북자 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북한 민주화 운동에 국한되던 탈북자 단체의 활동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김책공대를 졸업한 뒤 북한 공산대학 교수로 근무하던 김 대표는 식량난 시기를 거치면서 체제에 회의를 느껴 2003년 탈북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뒤 정보기술 전문가로 일한 경험을 살려 학생들을 가르치던 김 대표는 자신처럼 전문직 출신 탈북자들이 북한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다 2008년 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를 발족했습니다.

김 대표는 남북 통일과 북한의 발전을 위해 남북한을 모두 경험한 탈북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북한의 민주화를 위한 전략을 연구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통일 후의 한국을 생각할 때 북한에서 자유주의 시장경제가발전하기 위해선 북한에 이런 면을 설파하고 설명할 수 있는 교육된 인력풀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탈북 지식인들은 남북한 좋은 부분을 융합해 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싱크탱크로서의 역할도 해야 합니다.

떠나온 땅이지만 그곳에 남겨두고 온 사람들을 잊지 않고 몸 바쳐 일하는 사람들.

이들의 헌신과 사명감에 힘입어 탈북자 단체들은 짧은 시간 안에 남한사회에 자리잡고 그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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