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이번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조사를 실시하게 된 배경과 목적 등을 설명해 주시죠?
답) 저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에서는 지난 2008년 7월과 2009년 10월, 2회에 걸쳐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사무소인 하나원을 방문해서 290명과 370명의 탈북자를 설문조사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11년 4월부터 6월까지는 2010년 이후 탈북한 1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이런 조사를 실시하게 된 목적은 북한 주민들의 통일 인식, 또는 대남 인식, 북한 실태 변화에 대한 인식, 그리고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에 대한 인식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성이 저희 내부에서도 많이 이야기가 되고, 사회적으로도 제기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북한에 가서 조사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할 때, 2011년 조사부터는 가장 최근에 탈북해서 제3국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한국으로 이주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북한에 거주할 때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항목별로 물어보고 통일인식을 조사하고자 기획했습니다.
문) 그럼 설문대상 중 최근에 탈북한 분들 중에는 올해 탈북한 분들도 계시겠네요?
답) 네, 설문대상 114명 중에는 2010년 탈북자가 103명이고요 2011년 탈북자가 11명이었습니다.
문) 2008년부터 여러 차례 설문조사를 하셨으니까 탈북자들의 의식 동향도 파악이 되실 것 같은데요. 조사 결과 중에 흥미로운 점이, 북한 당국의 사회통제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답) 물론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조심스러운 해석이기도 하고요, 저희 조사에 의하면 북한의 사회통제력에 대한 인식 조사를 살펴보면 북한 사회가 잘 유지되고 있다고 답한 주민이 2008년에는 약 49%였는데요, 2011년에는 약 37%로 감소했습니다. 반면 잘 유지되고 있지 않다고 답한 주민은 2008년에는 약 50%, 2011년에는 약 61%로 증가하고 있거든요? 이런 현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몇 가지 다른 항목의 조사 결과와 연관 지어 살펴보면 다음 3가지 요인을 함께 고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장마당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2011년 조사에 의하면 약 90.7%의 응답자가 북한 주민의 절반 이상이 장사를 하고 있다고 답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들의 인식뿐만 아니라 실제 응답자들의 분포를 봤을 때도 대부분 조사 대상자들이 노동자나 농민, 사무원 전문가들이었는데, 이들 중에도 약 65%가 넘게 북한에서 장사 경험이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비경제활동에 의한 가계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고요.
두 번째로는 개인생활 변화에 따른 개인의 집단인식에 대한 변화를 살펴볼 수 있겠는데요. 개인이 집단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대답한 탈북 주민들이 2011년에는 약 77%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2008년과 2009년 조사결과와 비교해 봤을 때 북한 사회 내에서 개인의식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정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세 번째로는 북한 주민의 정부 비판에 대한 정도도 저희가 측정해 봤는데요. 북한 주민들이 북한 정부에 대해 매우 많이, 혹은 약간 비판한다고 답한 응답자들이 약 10% 증가한 반면 북한 주민들이 북한 정부를 비판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조사 대상자들은 현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기타 여러 가지 조사도 있겠지만, 이번에 저희가 조사한 이 세 가지 요인들을 봤을 때 주민에 대한 통제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지 않은가 라고 추정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 지금 그렇게 추정하시는 세 번째 이유로 당국에 대한 비판이 높아졌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반면에 또 다른 항목을 보면 북한의 3대 세습, 또 북한 체제에 대한 지지는 오히려 이전보다 높아진 걸로 조사가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소 양면적인 결과가 아닌가 생각도 드는데, 어떻습니까?
답) 말씀하신 대로 이번 조사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인데요. 정부에 대한 비판의식은 높아진 반면, 주체사상과 3대 세습에 대한 태도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대답한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일단 북한 체제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항목에 대해 2008년과 2009년, 그리고 2011년에 조사를 했는데 대체적으로 2008년과 2009년에는 5년에서 10년, 10년에서 15년 내에 북한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했지만 2011년 조사에서는 30년 이상 북한 체제가 유지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탈북 주민들도 상당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도 있겠지만 2008년과 2009년 조사가 입국 시기를 기준으로 조사 대상자를 선정했기 때문에 이들의 탈북 연도는 매우 다양할 수 있고요, 실제로도 다양합니다. 그런 탈북 시기의 시대적 상황에 따라 체제 유지의 단기성에 대한 응답을 한 것으로 판단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부분은 2011년 조사는 2010년과 2011년 탈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건데 이 시기, 권력 3대 세습을 정당화 하는 시점에 그들이 여전히 체제 유지가 장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응답한 것에 대해서는 남한 사회의 일반적 기대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 마지막으로 북한 주민들의 대남 인식, 또 탈북자들이 갖고 있는 통일에 대한 인식도 조사를 하신 걸로 아는데 좀 소개해 주시죠.
답) 크게 북한 주민의 대남 인식은 시류적인 영향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은데요. 남한을 지원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상당히 많이 줄어든 것 같고요, 반면 2011년의 경우 남한을 경계 대상으로 보는 응답자 비율은 2008년과 2009년에는 약 7, 8%였는데 2011년에는 21%로 높아졌습니다. 이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을 거치면서 남한 정부의 대북 강경책 혹은 남북한 소통의 단절에 대한 좌절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겠고요. 또 그 연속선 상에서 남한의 북한 선제 공격 가능성의 위협에 대한 인지적 요인도 많이 작용했을 것이라 봅니다.
지난 2년간 북한 당국의 사회 통제가 전반적으로 약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이는 한국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 해와 올해 탈북한 북한 주민 1백14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인데요. 오늘은 이번 조사를 총괄한 송영훈 선임연구원을 전화로 연결해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