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 관련 소식 전해드리는 ‘역사 속 아메리카 250’, 김미옥 기자와 함께합니다.
기자: 5월과 6월 초는 미국의 졸업 시즌입니다. 미국에서는 졸업을 ‘그래쥬에이션(Graduation)’이라고 하지만, 대학 졸업식은 ‘커멘스먼트(Commencement)’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는 이야기 지난 시간에 전해드렸습니다. 오늘은 이 커멘스먼트 가운데에서도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인들의 관심이 모이는 졸업식,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식 이야기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에드워드 엘가의 곡 ‘위풍당당 행진곡’. 졸업식에서 늘 연주되는 음악이죠.
기자: 네, 하버드 대학교 졸업생들도 미 동부 시간으로 5월 28일 목요일 오전, 이 음악을 들으며 입장을 했습니다. 아이비리그는 원래 미식축구를 중심으로 한 동부 지역 대학 스포츠 리그 이름이었습니다. ‘아이비(Ivy)’가 담쟁이 덩굴이라는 뜻인데요,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 위로 담쟁이덩굴이 올라간 대학 캠퍼스 풍경 때문에 ‘아이비리그’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아이비리그에 속한 학교들, 이름 한 번 들어보세요. 하버드대, 예일대, 프린스턴대, 컬럼비아대, 펜실베이니아대, 코넬대, 브라운대, 다트머스대. 이렇게 미국 동부의 여덟 개 대학입니다. 역사와 전통, 학업 수준까지 모두 갖춘 미국 최고의 명문 사립대학들이죠.
진행자: 아이비리그 대학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학교는 역시 하버드대겠죠?
기자: 네. 하버드대학교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입니다. 1642년에 첫 졸업생 9명을 배출했고, 올해 375번째 공식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진행자: 하버드를 비롯한 일부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식에서는 지금도 라틴어를 쓰죠?
기자: 하버드 졸업식에서는 총장이 라틴어로 ‘이제 여러분에게 학위를 수여합니다’라고 공식 선언하는 전통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졸업생들은 하버드에서 가장 오래된 중심 공간인 ‘하버드 야드(Harvard Yard)’를 지나 졸업식장으로 이동합니다. 올해는 캠퍼스 전체에 백파이프 연주가 울려퍼졌고, 법대 졸업생들은 작은 판사 망치(gavel)를, 보건대 학생들은 빨간 손 모양 응원 도구를 흔들며 행진했습니다.
진행자: 대학 졸업식은 축하 연설자가 누가 오느냐도 큰 관심거린데요, 하버드대는 올해 미국 토크쇼의 전설로 불리는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 씨가 초청돼 화제가 됐죠?ㅋ
기자: 네. 코난 오브라이언 씨가 등장했을 때 하버드대 졸업식 분위기가 굉장히 뜨거웠습니다. 오브라이언 씨는 하버드 동문인데요, 후배들에게 “너무 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실패와 예상 밖의 인생 경로까지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진행자: 올해 예일대 졸업식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좀 전에 들었던 ‘따-라라라 라라라-’, 위풍당당 행진곡이 처음 미국 대학 졸업식에 사용된 학교인데요.
기자: 예일대 졸업식은 지난 5월 18일 열렸습니다. 예일대는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있는 1701년 설립된 대학으로, 미국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대학입니다. 졸업식 전날 열린 클래스 데이 행사에서 이 학교 동문인 한국계 미국인 작가 민진 리 씨가 졸업 연사로 초청됐습니다. 민진 리 씨는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한 소설 ‘파친코’로 유명한 작가인데요. 리 씨는 졸업생들에게 ‘당신들은 불안 속에서도 적응해온 세대’라고 격려했습니다.
진행자: 예일대 졸업식은 하버드보다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하더군요.
기자: 예일대 졸업식은 전통을 지키면서도 캠퍼스 전체가 콘서트 같은 분위기입니다. 졸업생들은 전통적인 검은 가운 위에 카우보이 모자나 거대한 선인장 모자 같은, 개성 넘치는 장식을 직접 만들어 쓰고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연단에서는 전쟁과 기후위기, 인공지능 시대 같은 미국 젊은 세대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연설들이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아이비리그 졸업식 분위기, 다른 학교들은 어떻습니까?
기자: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있는 프린스턴대는 5월 26일에 졸업식이 열렸는데요, 졸업생들과 동문이 기수별로 줄지어 행진하는 ‘P-rade’ 라는 전통 행사로 유명합니다. 특히 올해는 동문 200주년 기념 배너가 퍼레이드 맨 앞에 섰고, 우주인 복장이나 거대한 호랑이 머리 같은 코스튬 경쟁도 화제였습니다. 프린스턴 출신인 제임스 매디슨 대통령이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아마 동문들과 함께 행진했을 거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진행자: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 있는 컬럼비아대 졸업식은 5월 20일 열렸죠?
기자: 네, 컬럼비아대는 가족들이 브로드웨이 공연과 센트럴파크 관광까지 함께 즐기기 때문에 ‘뉴욕 여행과 함께하는 졸업식’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뉴욕주 북부 이타카(Ithaca)에 있는 코넬대는 또 다른 분위기입니다. 폭포와 협곡 사이에 캠퍼스가 있어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졸업식이 열립니다. 브라운 대학은 아이비리그 가운데 가장 자유로운 학풍으로 유명한데요, 신입생 때는 문 안쪽으로 들어오고, 졸업할 때는 바깥 방향으로 걸어나가는 ‘밴 위클 게이트(Van Wickle Gates)’라는 전통이 유명합니다. 펜실베이니아대는 경영대학인 와튼스쿨(Wharton School)로 잘 알려져 있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와튼스쿨 출신인데요, 올해 와튼 졸업식에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연사로 초청됐습니다. 뉴햄프셔주 작은 마을 하노버(Hanover)에 있는 다트머스대학은 오는 6월 14일에 졸업식이 열립니다.
진행자: 미국 최고의 명문 사립대학,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식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김미옥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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