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 외교전문가인 왕지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김정은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핵 보유 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왕지스 원장은 28일 ‘북 핵 문제와 한반도 통일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한국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서울에서 연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왕 원장은 북한이 지난 해부터 미국과 다른 핵 보유국가들이 핵무기를 포기해야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는 것은 핵 문제를 해결하는 통로를 완전히 닫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왕 원장은 북한이 집권층의 권력 유지를 위해 핵을 보유하는 만큼 내부적으로 변화가 생겨야 핵을 포기할 수 있다며, 짧은 시간 안에 북 핵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왕지스 원장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압박하기보다는 경제 교역과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의 새로운 집권층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핵 개발에는 반대하지만 북한의 안정을 위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입장으로 북한과의 경제협력과 인적 교류를 늘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왕 원장은 설명했습니다.
왕 원장은 이어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긴 힘들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 자체가 북한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천영우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6자회담이 재개되는 것 만으론 협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6자회담이 북한이 핵 개발을 하기 위한 시간을 버는 장소로 악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천 차관은 중국 정부가 비핵화보다 북한 체제의 안정에 치중하는 한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북한의 체제안정이라는 목표도 이루기 어려울 수 있다며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대해 느긋한 태도를 취하는 한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해서 비핵화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제재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한의 핵 포기 결단을 유도하는 동시에 비핵화를 위한 협상 자산으로서의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정종욱 전 주중 한국대사는 북한에 새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북한과 중국 간 전통적인 우호관계는 변함이 없을 것이며 중국의 북한 감싸기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을 지내기도 한 정 전 대사는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한반도 통일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입장 차이를 줄이기 위해 중국을 지속적으로 설득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를 공식화한 가운데 새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두고 한국과 중국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