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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어도 영유권 갈등으로 중-일 총리 회담 취소


중국이 동중국해상 조어도 (일본명, 센카구, 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의 영유권과 관련해 일본을 거세게 공격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중국의 이런 공격은 일본이 이달 초 조어도 주변에서 조업하던 자국 어선을 나포한 뒤 선장을 계속 억류하고 있는 데 대한 대응으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베이징 온기홍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조어도 열도 영유권을 놓고 중국 정부가 일본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군요.

답) 네. 일본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시 즉결심판소는 조어도 인근 해역에서 나포한 중국 어선 선장에 대한 억류기간을 10일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어제 발표했습니다. 일본의 발표와 동시에 왕광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니와 우이치로 중국주재 일본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 선장에 대한 불법적인 억류를 중단하고 무조건 석방하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왕광야 부부장은 일본이 만든 이번 사건으로 이미 중-일 관계에 심각한 손상이 초래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외교부의 마자오쉬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중국과 일본의 장관과 그 이상의 정부 고위직 간의 교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중국은 이번 일과 관련해 이달 말로 예정했던 일본과의 총리 회담도 취소하기로 했다면서요.

답) 네. 이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추진돼 오던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의 총리회담이 이번 사건의 여파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또 지난 14일 국회 부의장 격인 리젠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부위원장의 일본 방문 계획 연기를 공식 확인했습니다.

앞서 지난 9월7일 조어도 인근 해역에서 중국 어선 2척과 선원들이 일본에 의해 나포된 후, 중국 외교부는 양제츠 부장과 외교 실무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까지 나서 중국 선원과 선장 석방을 요구하며 니와 우이치로 중국주재 일본대사를 주말 또는 야간 할 것 없이 다섯 차례나 초치했습니다.

문) 중국은 외교적 조치 말고도 일본과의 재계 고위인사 교류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죠

답) 네. 중국 외교부는 현재까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동중국해 가스전 공동개발 조약 체결도 연기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양국 간 항공편 증편 논의 중단, 그리고 석탄 분야 협력 회동도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실제 중국 내 유명 건강용품 제조업체인 바오지앤은 일본과의 갈등 국면을 의식해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되는 국경절 기간에 1만 명의 자사 직원을 일본에 관광 보내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문) 중국 정부가 이처럼 일본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배경은 뭔가요.

답) 무엇보다 주권이 걸린 영토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게 이곳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이 문제에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일 경우 중국은 국내에서 비난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또 천안함 사태 이후 남중국해와 서해에서 미국-베트남 간 합동군사훈련, 미국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 등으로 미국과 갈등을 겪다가 몰아가다가 화해를 모색하고 있지만 동중국해에서는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또 조어도가 일본에 실효적으로 지배 당하는 상태지만 애초 타이완에 딸린 영토이기 때문에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중국 어선 나포와 선장 구속은 용인할 수 없다면서 이번 기회에 국제 분쟁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문) 이런 가운데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전역의 대도시에서 반일 시위가 잇따라 열렸다죠.

답) 네. 일본군이 1931년 만주 일대에 대한 침략에 나선 사건인 만주사변 79주년 기념일인 이틀 전 18일 베이징에서는 학생과 청년, 노인, 여성 등이 포함된 1백 여명의 시위대가 오전 9시쯤부터 도심에 있는 주중 일본대사관 앞에서 반일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대는 조어대 반환과 구속된 중국 어선 선장의 즉각 석방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일본대사관을 출발해 주위를 2시간 이상 행진했습니다. 베이징 시위는 중국민간조어도보호연합회 등 민족주의 성향의 시민단체가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상하이와 선양, 광저우에 있는 일본총영사관 앞에서도 중국인들이 피켓을 들고 반일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밖에 광동성 선전시에서는 1백 여명의 중국인들이 중국 국가를 부르며 일본을 비난하는 등 최근 반일 감정은 유례없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중국 공안은 이날 일본공관 앞 도로를 통제했을 뿐 시위를 막지 않았는데요, 중국 내 외국 공관 주위에서 시위가 엄격히 금지된 관례를 놓고 봤을 때 이날 반일 시위는 중국 정부의 암묵적인 지지 속에 열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 중국 언론 매체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보도하고 있나요?

답) 중국 공산당 정부는 국내외 언론을 상대로 적극적인 여론전까지 펴고 있습니다. 공산당 정부의 의중을 반영하는 언론매체들은 일본에 더 강하게 맞서라고 정부에 주문하고 나섰습니다. 방송매체보다는 신문과 인터넷 매체들이 반일 감정을 고조시키는 앞장서고 있는 모습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는 오늘 사설에서 중국은 일본을 추가로 제재할 계획들을 준비해야 하고 일본에 보복을 이어가는 외교전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중국은 충분한 자원과 힘을 사용해야 하고 손실을 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문) 현지에서는 앞으로 중-일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요?

답) 조어도 열도 영유권 문제는 중국과 일본이 쉽게 타결을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두 나라 간 긴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조어도 갈등은 적어도 중국 어선 선장이 석방되는 때까지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사안이 영토 문제로 중국과 일본이 서로 양보가 불가능한 만큼 중국 선장 석방 이후에 해소의 계기를 찾게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와 관련 지난 2005년 중국에서 대일 감정이 크게 악화된 이후 중-일 양국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일본 방문을 통해 화해를 모색했고, 특히 2008년 5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을 방문함으로써 중-일 관계는 크게 개선됐습니다. 후진타오 주석의 일본 방문 직후 발생한 쓰촨성 대지진 때 일본이 구조대를 쓰촨성에 파견해 지진피해 희생자들을 수습하는 모습을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은 1면 머리기사로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중국 내 일본 반일 감정을 누그러뜨리려는 모습이 역력했는데요, 이는 중국 공산당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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