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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국공관 체류 탈북자, 한국 입국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총영사관에서 생활해온 국군 포로 故 백종규 씨의 딸 영옥(중앙) 씨와 외손자, 외손녀. 지난 2009년 총영사관에 들어가기 전날 은신처에서 찍은 사진 (자료사진).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총영사관에서 생활해온 국군 포로 故 백종규 씨의 딸 영옥(중앙) 씨와 외손자, 외손녀. 지난 2009년 총영사관에 들어가기 전날 은신처에서 찍은 사진 (자료사진).

중국 내 한국 공관에서 장기간 체류해온 6.25전쟁 한국군포로의 딸 백영옥 씨 가족 등 탈북자 5 명이 최근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내 한국 공관에서 장기간 체류해온 탈북자 5 명이 지난 1일 한국에 입국했다고 한국 정부 소식통이 4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는 국군포로 백종규 씨의 딸 백영옥 씨와 외손녀, 외손자 등 3 명도 포함돼 있습니다.

백영옥 씨 가족은 지난 2009년 5월 북한을 탈출한 뒤 베이징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3년 가까이 머물며 한국행을 기다려왔습니다

백영옥 씨 가족을 포함한 탈북자 5 명은 현재 관계기관의 보호 속에 탈북 경위 등을 조사받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이들을 제3국으로 추방하는 형식으로 한국행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허용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 주재 한국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한국행을 허용해오다 3~4년 전부터는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한국으로 보내는 탈북자의 수를 제한해왔습니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 달 26일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탈북자 문제에 대한 유연한 입장을 밝힌 이후 나온 첫 조치입니다.

후 주석은 당시 “중국은 탈북자 문제에 많은 배려와 관심을 갖고 한국 측 입장을 존중해 원만히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이날 ‘미국의 소리’ 방송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 정부가 중국 내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고, 최근 탈북자 북송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데 대해 중국 정부가 적잖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번 조치가 북한이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려는 시점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중국은 또 선양과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체류 중인 탈북자 7 명에 대해서도 한국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탈북자들의 한국행 허용으로 중국 정부의 탈북자 정책 기조가 변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한국 외교가의 관측입니다.

한국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이번 조치는 한-중 관계를 고려한 일종의 배려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중국의 탈북자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로 볼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은 북-중 관계에 미칠 파장 등을 우려해 탈북자들의 한국 입국 여부와 이들의 신원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비공식적으로 진행돼온 탈북자들의 한국행이 알려지면서 앞으로 남은 탈북자들의 한국 입국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편 한국에 입국한 백영옥 씨의 부친 백종규 씨는 한국전쟁 당시 국군포로로 납북돼 탄광 등지에서 노역에 시달리다 1997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큰 딸인 백영숙 씨가 세 차례 탈북과 두 차례 강제북송을 거친 끝에 2004년 부친의 유해를 갖고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백종규 씨는 국군포로 유해 송환 1호로 한국의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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