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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방북, 미 정부 내 수개월간 협의 결과


지난 1월 이후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시민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의 석방을 위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 중입니다. 그런데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결정은 수 개월에 걸친 미 정부 내 협의 후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문) 유미정 기자, 미국 정부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개인 자격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답) 네, 그렇습니다. 바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민간 차원의 인도적 구명을 위한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은 미국 남부 조지아 대학교의 북한 전문가 박한식 교수가 중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교수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카터 대통령에게 곰즈 씨 석방을 위해 북한에 특사로 갈 용의가 있는 지 의사를 타진했고, 카터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고, 이어 북한 측이 이를 수용하면서 방북이 성사됐다고 확인했습니다.

문)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는 말입니까?

답) 미 국무부의 공식 입장 발표만을 보면 그렇게 들리는데요, 하지만 미국 내 여러 소식통들은 지난 1월 이후 북한에 억류된 미국 시민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의 석방을 위해 미국의 특사 파견 여부와 방법 등을 두고 미 정부 내에서 수개월에 걸친 협의가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지난 25일자 기사에서 대북 전문가들과 전직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관계자들이 곰즈 씨 석방을 위한 대북 특사 파견 협의에 대거 개입됐었다고 다고 밝혔습니다.

문) 미 정부에서 표면적으로는 확인을 거부하면서, 사실 오랫동안 특사 파견 논의를 진행해 온 것이라는 것이군요. 그러면 그 와중에 카터 전 대통령 이외에 특사로 거론된 다른 인물들이 있습니까?

답) 네,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주지사가 거론됐었습니다. 하원의원시절부터 미-북 문제에 활발하게 개입했던 리처드슨 주지사는 미국 내에서 알아주는 ‘북한 통’으로 꼽히는데요, 그는 지난 1994년 정보 수집 중 북한군에 격추된 미군 헬기의 조종사 보비 홀 준위와, 지난 1996년 압록강을 헤엄쳐 북한에 들어갔다 간첩죄로 억류됐던 미국인 에번 헌지커의 석방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던 인물입니다.

지난해 북한에 1백40일간 억류됐다 풀려난 여기자 로라 링씨의 신간에도 로라 링 씨의 언니 리사 링 씨가 동생의 석방을 위해 빌 리처드슨 주지사로부터 계속해서 조언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로라 링 씨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북해 석방됐습니다.

문)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실은 존 케리 상원의원이 곰즈 씨의 석방 노력에 크게 개입됐었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답) 네, 그렇습니다. 케리 외교위원장도 곰즈 씨 석방을 위해 특사로 갈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국무부에 강력하게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케리 의원이 곰즈 씨 석방을 위해 특사로 방북할 가능성이 있는 지에 관해 프레더릭 존스 상원 외교위원회 공보 담당 국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존스 국장은 케리 위원장이 북한에 억류 중인 곰즈 씨 석방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도울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답변했는데요, 이는 북한의 요청이 있을 경우 그가 북한을 방문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입니다.

문) 케리 의원의 경우 곰즈 씨가 지역구 출신이라 이 문제에 더욱 관심이 컸을 것 같은데요?

답) 네 그렇습니다. 곰즈 씨는 케리 의원의 지역구인 매시추세스주 보스턴 출신입니다. 지난 1월 곰즈 씨가 불법 입국 혐의로 북한에 억류된 직후 곰즈 씨의 어머니인 재클린 매카시 씨가 케리 의원에 연락을 취해왔고, 케리 의원실은 미 국무부에 이 문제와 관련해 가장 먼저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포린 폴리시’는 케리 의원이 오랫동안 북한 입국 비자를 발급받으려 했다며, 지난 해 로라 링과 유나 리 기자의 석방을 위해서도 북한에 갈 용의가 있었지만, 빌 클린턴 대통령이 특사로 결정되자 실망했었다고 전했습니다.

문) 그러면 미국 정부에서 리처드슨 주지사나 케리 의원이 아니라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허용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카터 전 대통령은 전직 인사이기 때문에 현 행정부와 연계가 약하다는 것입니다. ‘포린 폴리시’는 미국이 카터 대통령의 방북은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 이른바 ‘Plausible Deniability’ 즉 ‘그럴듯한 사실 부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아시아 전문가인 크리스 넬슨 씨도 최근 보고서에서 만일 미국이 현직 관리를 북한에 보낼 경우,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될 수 있다며, 케리 위원장이나 그 밖에 스티븐 보즈워즈 대북 특사 등이 곰즈 씨 석방을 위해 방북한다면 그것은 미국이 일종의 약속 (commitment)을 하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포린 폴리시’는 리처드슨 주지사의 경우 곰즈 씨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의 협의가 두 달 이상씩 진행돼, 북한 측에서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와 같은 곰즈 씨 석방에 따른 조건까지 제시했었다고 전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짐 존스 국가안보보좌관의 반대로 방북이 무산됐다고 밝혔습니다.

문) 북한측으로서도 카터 전 대통령을 더 선호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답) 그렇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에서 더 원하는 인물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1994년 1차 북 핵 위기 당시 북한의 김일성주석을 만나 미-북 관계 진전에 대한 대가로 비핵화 약속을 하면서 대결국면을 협상국면으로 전환한 주역입니다. 북한으로서는 주지사나 의원급보다는 전직 국가 원수를 협상 상대로 더 높게 평가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문) 또 북한에 특사 파견 결정까지 미-북간의 의사소통 창구로 뉴욕채널이 활용됐었다지요?

답) 네, 정식 외교채널이 없는 두 나라간에 메시지를 주고 받기 위해서 미 관리들이 북한의 유엔 대표단과 면담 또는 대화, 연락하는 창구인 이른바 ‘뉴욕 채널’이 가동됐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실이나 리처드슨 주지사실 그리고 케리 위원장실 모두 백악관 뿐만 아니라 독자적으로 ‘뉴욕 채널’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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