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에도 ‘워싱턴포스트’ 신문 등이 보도한 라이스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일부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책이 시판됐나 보군요?
답) 네, 1일부터 워싱턴을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는데요, 제목은 ‘최고의 명예, 워싱턴 시절의 회고(No higher Honor-A Memoir of My years in Washington)’ 입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이 책에서 부시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경험한 내용들을 비교적 자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문)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도 많이 나온다면서요?
답)그렇습니다. 라이스 전 장관은 부시 행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상당한 의견대립과 갈등을 겪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문)북한의 어떤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였나요?
답)라이스 전 장관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는 출범 초기에 미-북 제네바 합의를 둘러싸고 의견 대립을 보였습니다. 제네바 합의는 전임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94년 10월에 이뤄졌는데요, 부시 대통령은 이 합의가 결함이 있다며 합의로 되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강온파로 나뉘어 상당한 이견과 갈등을 노출했다고 라이스는 회고했습니다.
문)강온파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들을 지칭하는 것인가요?
답)라이스 전 장관에 따르면 행정부 내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이끄는 온건파와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강경파가 북한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했습니다.
문) 2001년 3월에 열린 김대중 한국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간 첫 미-한 정상회담에서도 강온파 간 갈등이 불거졌다면서요?
답)네, 당시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김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앞서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되, 미국은 북한에 대해 다른 접근법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로 정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은 결정이 있는 바로 그 다음 날 라이스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크게 화를 냈다고 합니다.
문)부시 대통령이 왜 화를 낸 것인가요?
답)회고록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게재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상당히 화를 냈다고 합니다. 파월 장관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김 대통령에게 전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이 것은 앞서 국가안보회의 결정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부시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겁니다.
문) 그래서 이 일이 어떻게 정리가 됐나요?
답)라이스 전 장관은 바로 파월 국무장관에게 전화 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파월은 ‘대북정책을 재검토 할 방침이지만 클린턴 대북정책의 모든 요소를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과장돼 보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문) 이번 회고록에는 2002년10월 있었던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북과 관련된 새로운 얘기도 있다구요?
답)네, 그 해 4월 북한은 도널도 그레그 전 주한대사를 통해 미국에 ‘특사를 보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시 행정부는 켈리 차관보를 평양에 보내기로 결정했는데요. 그런데 그 해 9월 미 중앙정보국(CIA)이 ‘북한이 우라늄 농축 설비를 만들었다’는 정보 보고를 하면서 행정부 내 강온파들이 켈리의 방북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합니다.
문)결국 켈리 차관보는 평양에 가지 않았나요?
답)네, 그 해 10월 켈리 차관보는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으로부터 우라늄 농축을 인정하는 발언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온건파들은 북한과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시인했다는 내용은 언론을 통해 곧바로 공개되고 말았는데요. 라이스 전 장관은 이에 대해 “북한과의 추가 협상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강경파의 의도적 유출”이라고 밝혔습니다.
문)라이스 전 장관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자신이 만난 한국 대통령을 어떻게 평했는지도 궁금한데요?
답) 라이스 전 장관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정상은 아니지만 38선 이남을 겨냥해 핵무기를 사용하는 자살행위는 하지 않을 인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은 이상주의자’로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반미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 씨가 최근 회고록을 발간했습니다. 라이스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부시 행정부 내 갈등을 자세히 소개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 회고록 내용을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