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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혼란 계속되는 벨라루스


지난 19일 치러진 벨라루스 대선에서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현 대통령이 4선에 성공했지만, 선거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도 민스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벨라루스 정부는 야당 후보와 시위자들을 대거 체포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문) 김 기자. 벨라루스에서 대선 이후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우선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습니까?

답) 벨라루스는 당초 내년에 대선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지난 9월 의회의 결정으로 앞당겨 치렀습니다. 19일 선거에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현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 10명의 후보가 출마했는데요. 벨라루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의 90%가 투표하고, 루카셴코 대통령이 80%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소련연방에 속했던 벨라루스가 지난 1990년 독립한 뒤, 94년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는데요. 이번 대선 승리로 앞으로 5년 더 임기를 보장받게 됐습니다.

문) 그런데 일부 야권에서는 부정 선거가 치러졌다는 입장 아닙니까?

답) 선거가 투명하게 치러지지 않았고, 결과도 조작됐다는 것인데요. 야권 후보 몇 명이 선거 당일 유세에 참석하려다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고요, 이후 벨라루스 정부에 항의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지만 시위 경찰에 진압됐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시위에 참석했던 주민 6백 여 명이 체포됐고요.

특히 벨라루스 경찰은 이번 대선에 출마했던 야권 후보 9명 중 7명을 뚜렷한 이유 없이 체포, 구금하면서, 부정 선거에 관한 시민들의 불만을 강압적으로 무마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벨라루스 정부의 이런 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죠?

답)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모두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하고 우려를 밝혔는데요.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벨라루스 선관위의 발표를 합법적인 선거 결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정부의 강경 진압에 대해서도 민주주의 과정을 침해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백악관은 또 벨라루스 정부가 야권 후보와 주민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문) 그런데, 사실 이번 대선이 치러지기 전까지만 해도, 벨라루스가 유럽의 마지막 독재정권이라는 오명을 뒤로하고, 민주주의를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 않았습니까?

답) 이번 선거를 앞두고 벨라루스에서는 대선 후보들의 텔레비전 토론회가 처음으로 중계됐고, 야권 후보 9명이 루카셴코 대통령의 정책을 공개적이고 강하게 비판했었습니다. 이는 상당히 충격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졌었는데요. 특히 벨라루스 정부는 민주주의적인 선거를 치르기 위한 유럽연합 등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선거가 치러진 후 벨라루스 정부의 강경 진압과 체포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이고, 부정선거 의혹을 더욱 강하게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루카셴코 대통령이 선거 전에 보였던 모습도 러시아와 유럽연합 사이에서 정치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계획된 행보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 왜 그런 분석이 나오는 거죠?

답) 벨라루스는 소련 연방 붕괴 후에도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원조를 받았었습니다. 반면 구 소련 식의 체제를 계속 유지하면서, 인권 탄압 등의 문제로 유럽과 서방 세계로부터는 제재를 받았고요.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벨라루스가 자국을 통과하는 러시아 가스관에 대한 통제권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빚어졌고, 원조도 끊어졌는데요. 이렇게 되자 루카셴코 대통령은 유럽연합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자구책을 모색했습니다.

유럽연합은 벨라루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면서, 대신에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고 인권을 개선하도록 요구했는데요. 루카셴코 대통령도 선거 전까지는 이를 일부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던 겁니다.

문) 그랬던 벨라루스 정부의 태도가 왜 바뀐 겁니까?

답) 벨라루스와 유럽연합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했는데요. 러시아는 이달 초 벨라루스와의 정상회담에 이어, 다시 저렴한 가격으로 석유와 가스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러시아로부터 정치적 이익을 챙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제 민주주의를 수용하라는 유럽연합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겁니다.

문) 그 동안 벨라루스를 지원했던 유럽연합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답) 벨라루스와의 교류를 통해 유럽권과의 협력과 민주주의 확대를 추진했던 유럽연합으로서는, 이번 사태로 그 동안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고요.

하지만 벨라루스의 입장에서도 단기적으로 러시아의 지원을 얻어내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럽연합과 러시아로부터 모두 외면당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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