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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2] 미국의 아시아 중시 외교정책


미국이 최근 들어 아시아에 역점을 두고 외교정책을 펴나가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두 차례에 걸쳐 이 같은 미국의 외교적 움직임이 나오게 된 배경과 전망을 살펴보는 특집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미국의 아시아 중시 외교정책의 결과와 전망을 알아봅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주 호주를 방문한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호주에 미 해병대 2백50명을 상시 주둔시키로 두 나라가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아시아의 안보구조를 유지하고 해상 안전과 신속한 인도적 지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호주 의회 연설에서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미군을 계속 주둔시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불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국제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각국이 협력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에서 미국이 군사동맹을 확대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행동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류웨이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특히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외부 세력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문제를 복잡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호주의 이번 결정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도 관계가 있다는 분석을 의식한 발언이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세계 초강국인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지도자가 되려 하지만 이 지역은 지도자가 아니라 동반자가 필요하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정책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 (EAS)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이어졌습니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이 회의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은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전날 열린 중국·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외부 세력이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습니다.

남중국해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고 국제 해상교통로로 전략적 가치가 높아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인접국 간에 영유권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군의 호주 주둔 확대와 남중국해 문제가 당장 미-중 간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 신안보센터의 패트릭 크로닌 박사입니다.

미국의 최근 움직임은 중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두 나라 군사협력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이 이 지역 국가들과 투명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개방적인 국제 해상규범을 추구해 나간다면 중국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크로닌 박사는 말했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래리 닉쉬 연구원도 호주 주둔 미군은 중국의 중요한 군사적 관심이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이 군사적으로 중요하게 관심을 두고 있는 건 일본과 괌에 주둔한 미 해군과 공군이라는 겁니다.

반면 호주에 배치될 소규모 미 해병대 병력은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군사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고 닉쉬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과연 강력한 군사적 움직임까지 고려하고 있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게 닉쉬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모두 당분간 노골적인 대립을 피하고 간접적인 명분싸움에 치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 외교정책은 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중국의 미묘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TPP) 참가국들과 원칙적인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이 협정에는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등 모두 9개 나라가 협상에 참여하고 있고, 일본과 캐나다, 멕시코도 참여할 뜻을 밝혔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중국 상무부의 위젠화 차관보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어떤 나라로부터도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에 초대받지 못했고 일본이 협상에 참여하기로 한 것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시아 지역의 경제통합에는 투명성과 개방성, 포용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응해 오바마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미국의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생각은 잘못됐다며,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에서 중국을 배제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의 교역을 늘릴 유일한 방법은 서로 시장을 개방하고 지적재산권과 정부 조달 규칙을 준수하는 높은 수준의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겁니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 일본에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적극 제안하면서 미국의 움직임에 대응했습니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19일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한국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를 별도로 만나 세 나라의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타당성 연구를 올해 안에 끝내고 내년부터 협상에 들어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역 주도권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는 있지만, 무역전쟁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미 의회조사국의 딕 낸토 연구원입니다.

중국이 앞으로도 동아시아 경제를 주도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지만,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어네스트 바우어 동남아시아 담당 국장은 오히려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이 순조롭게 출범하고 더 많은 나라들이 참여한다면 중국 역시 참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목표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을 통해 중국과 대립하자는 게 아니라 중국을 이 협정에 끌어 들이자는 데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아시아의 경제강국인 일본과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두 나라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자는 중국의 입장을 전면 거부할 수는 없겠지만,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중국이 동참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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