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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유훈통치 길지 않을 것”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유훈통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권의 후계자인 김정은의 권력 장악을 위한 명분으로 유훈통치를 내세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노동신문’을 비롯한 관영매체들은 22일 일제히 ‘김정일 유훈통치’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노동신문은 1면 사설에서 김정은을 ‘혁명위업의 계승자’라고 부르며, ‘김정은 동지의 영도는 주체의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완성해 나갈 수있는 결정적 담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 관영 ‘조선중앙텔레비전’은 당, 정, 군의 고위 간부들이 충성서약을 하는 장면을 잇따라 내보내고 있습니다.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고 조국의 부흥번영을 위해 힘차게 싸워 나가려는 의지를 가다듬었습니다. 김정은 대장을 위해 한 목숨 바쳐 결사 호위하겠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최진욱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이 ‘유훈통치’라는 명분을 활용해 빨리 권력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김정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통성과 권력기반 확보인데요, 이를 위해서 유훈통치를 내세울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북한이 유훈통치를 내세운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자 김정일은 ‘3년상’을 치른다며 유훈통치를 했습니다. 이후 김정일은 헌법을 개정하고 97년 노동당 총비서에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훈통치의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지금은 김일성 사망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유훈통치 기간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관측통들은 김정은이 유훈통치 기간 중 군부와 노동당 등 자신의 권력기반을 장악하려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김정은이 갖고 있는 직책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인민군 대장 칭호 뿐입니다. 따라서 김정은은 장례식을 마치고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이어 노동당 총비서에 오를 것이라고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말했습니다.

“지금 군부가 제일 강할 때니까, 최고사령관직을 먼저 차지하고 그 다음 군사위원회 위원장이 되면 자동적으로 총서기가 되겠죠.”

북한은 또 지난 98년 유훈통치 직후 헌법을 개정하는 등 법적 제도적 장치도 정비했습니다. 최진욱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이번에는 헌법 개정은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에서 헌법이나 제도적 변화는 없을 것같습니다. 북한은 이미 김정일이 아팠던 2008-2009년에 이미 당 규약을 바꿨습니다.”

미국의 데니스 블레어 전 국가정보국장은 또 북한이 유훈통치를 내세우며 대체로 김정일의 정책 노선을 답습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진정 권력 기반을 다지려면 당과 군부보다 일반 주민들을 돌봐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다시 강인덕 전 장관의 말입니다.

“지금 김정은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법은 딱 한 가지 밖에 없어요. 그 것은 식량 공급을 늘려서 아버지 때보다 생활이 나아지는 것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어요. 이것 밖에는 김정은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법이 없어요.”

실제로 북한이 구호로 내세운 2012년 강성대국의 해가 목전에 다가 왔지만 일반 주민들은 여전히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서는 어린 아이와 임산부, 노인 등 전인구의 30%에 해당되는 6백만 여명이 하루 3백 그램의 식량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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