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백성원 기자 우선 큰 그림부터 좀 살펴보죠. 미 국방비, 지금 얼마나 됩니까?
답) 발표되는 수치마다 조금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스웨덴 국제평화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6천9백80억 달러로 나옵니다. 이게 엄청난 게요. 전세계 모든 나라의 국방비를 합친 것과 맞먹는 금액입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두 배로 늘어나 여기까지 온 겁니다.
문) 그럼 그걸 얼마나 줄이겠다는 겁니까?
답) 우선 앞으로 10년간 3천5백억 달러의 국방비가 삭감됩니다. 미국 민주.공화 양당이 마련한 재정적자 감축 계획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지금 양당이 ‘초당적 특별위원회’ 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추가 삭감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연말까지 추가로 1조5천억 달러를 더 삭감하자, 이런 목표로 협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문) 그건 국방비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재정적자 감축 계획이죠?
답) 예. 하지만 국방비가 가장 크게 영향 받습니다. 문제는 이 1조5천억 달러 삭감이라는 목표에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그럼 합의할 때까지 이 문제를 질질 끄는 게 아니구요, 1조2천억 달러를 무조건 삭감하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절반인 6천억 달러를 국방비에서 줄여야 하는 겁니다.
문) 앞서 줄이기로 한 3천5백억 달러에 추가로 6천억 달러까지 삭감하면 국방비만 거의 1조 달러 줄어들 수도 있다는 거네요.
답) 예. 10년에 걸쳐서요. 그래서 한쪽에선 정말 그렇게까지 줄여야 하나, 그런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추가로 6천억 달러 깎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움직임이 의회 군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 미국 국방부 수장도 국방비 삭감시 미국 전투력이 위축될 것이다, 그런 우려를 거듭 밝힌 것으로 아는데요.
답) 예. 리언 파네타 미 국방장관, 사실 예산통으로 알려진 인물이라, 그 자리에 앉게 된 것도 국방예산을 좀 효율적으로 줄여보라는 대통령의 의중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달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국방예산을 6천억 달러나 자동 삭감하는 건 자기 머리에 스스로 총을 쏘는 것이다, 그런 얘기까지 했습니다.
문) 파네타 장관은 이번 첫 정책연설 때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하지 않았습니까?
답) 예. 바로 엊그제 워싱턴의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관련 연설을 했죠. 거기서도 물론 그런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우려 자체 보다는 국방비를 삭감하려면 어느 부문을 도려내고 어느 부문을 살리는가, 보다 실용적인 계획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왕 예산을 건드려야 한다면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하자, 그러기 위해선 ‘편의’가 아니라 철저히 ‘전략’에 기본을 둬야 한다, 그게 핵심입니다. 재정 안정을 위해 안보를 희생시켜선 안 된다는 얘기도 했구요.
문) 군에 배당된 예산은 줄어들지만 전력은 훼손시키면 안 된다는 걸 강조한 것 같군요.
답) 그러기 위해선 주어진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얘길 한 겁니다. 거기서 당연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분야가 있지 않겠습니까? 국방부가 그 동안 무기체계 현대화에 많은 공을 들여 왔는데요. 당장 이 부문이 도마 위에 올라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굳이 지나치게 최첨단 무기들만 갖춰놓을 필요가 있는가, 해당 무기들을 하나하나 따져보자는 겁니다.
문) 그렇게 조목조목 따져서 새 국방예산에 맞추게 되면 그 다음에 미군은 과연 어떤 모습을 갖게 될 것인가, 그걸 많이들 궁금해 하는 것 같습니다.
답) 궁금해하기도 하고 우려도 많이 나오고 있죠. 미 국방비가 6천억 달러 추가 삭감될 경우 미군이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예상을 담은 게 최근 하원 군사위원회의 공화당 의원들이 발표한 ‘국방예산 삭감에 대한 평가’ 보고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미군 전력과 군 관련 산업, 나아가 미국 경제와 안보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미군 규모부터 우선 축소될 테니까요.
답) 물론 미군 병력을 15만 명 이상 줄여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예상입니다. 하지만 더 있습니다. 현재 보유 중인 공군 전투기, 수송기, 폭격기의 30%가 사라질 수 있다, 이런 경고도 있고 또 전 세계에 전진배치한 해병대 상륙부대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전망도 있습니다. F-35 전투기 개발과 미군 차량 개선사업과 같은 주요 계획도 중단될 것으로도 내다보고 있구요. 그러다 보면 결국 미국이 전력 보강을 위해 징병제를 부활시키지 않겠느냐, 그런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문) 어디까지나 국방예산 삭감을 우려하는 한 쪽의 의견이 그렇다는 거죠.
답) 예. 그렇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이 보고서는 공화당의 국방예산 감축 관련 보고서입니다. 민주당 진영에선 그 내용이 너무 앞서 나갔다,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의 이 보고서가 국민을 겁주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 이렇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문) 미국의 국방예산이 감축될 경우 주한미군 전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저희로선 그게 관심사인데요. 그런 전망도 좀 있나요?
답) 공화당 보고서는 한반도를 따로 떼어놓고 분석하고 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미 의회 내에선 국방예산 감축과 관련해 해외주둔 미군 전력을 조정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한반도 안보를 책임지는 미 태평양사령부에도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전망은 있습니다.
문) 구체적으로 주한미군의 편성에까지 영향을 주는 거 아니냐, 거기까지도 의문을 던져볼 수 있겠군요.
답) 물론 미국은 그런 일은 없을 거라는 입장입니다. 지금 주한미군 규모가 2만8천 명이 조금 넘는 수준 아닙니까?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고려해서 미국이 주한미군의 방어능력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 국방비 감축은 앞서 말씀 드렸듯이 전세계 미군 병력과 군사 장비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게다가 이미 미 의회에선 주한미군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을 늘려달라고 요구한다든지 그런 변화는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예. 미 국방비 삭감, 미국의 역할 축소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전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 국방예산 삭감 움직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에 따라 미군 전력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백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