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한국 복무를 마치신 지 벌써 3년 반이 지났네요. 먼저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내시던 때와 현재 한반도 안보환경에 어떤 차이점을 느끼시나요?
답) 참 많이 변했습니다. 모두 긍정적 변화죠. 제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이라크와 아프간 전에 투입됐던 미군이 철수하면서 한반도 방어를 위한 가용전력이 증강됐다는 점, 그리고 미-한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복무할 때만 해도 양국 관계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모두 과거의 일이 돼 버렸고 지금은 미-한 협력 수준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국 군의 대비 역량도 더 커졌구요.
문) 하지만 북한과의 관계는 그 동안 더 나빠졌다고 봐야겠죠?
답) 분명히 악화됐습니다. 북한은 별 대가를 치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저지른 거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권력 승계가 이뤄지면서 불안감을 안겨줬습니다. 이렇게 북한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우려는 분명 있습니다만, 미-한 연합 전력의 강화로 인한 대비태세 확충으로 전반적인 안보환경은 나아졌다고 봅니다.
문) 안보환경이 나아졌다고 하셨는데,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에도 여전히 그렇다는 말씀이신가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 군은 변화가 별로 없습니다. 물론 국가 지도자가 바뀌었지만 북한 군 지도부도 그대로고, 조직체계나 의사결정 구조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김정일 사망 전후에 군사력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반면에 미-한 전력은 강화되고 있으니 균형은 확실히 한국 쪽으로 더 기울어진 거죠. 그리고 앞으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한 연합군이 비대칭적 전력으로 반격에 나설 거라는 게 분명해 졌습니다. 북측이 분명히 함부로 도발하기 힘든 환경이 된 것이고 이게 한반도 안정에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문) 하지만 지금 이 시점이 북한으로선 민감한 시점임에는 틀림이 없는데요. 바로 이 때 미-한 연합군사훈련, ‘키 리졸브’가 실시되거든요. 여전히 이 훈련이 강행돼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답) 북한은 오랫동안 미군과 한국 군이 전력을 강화하지 못하도록 연합군사훈련을 트집잡아 왔습니다. 제가 주한미군사령관으로 있는 동안에도 한번의 예외가 없었죠.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겁니다. 올해는 특히 미-한 양국의 일부 언론과 정부 관리들이 북한의 도발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키 리졸브’ 훈련 실시를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인가 봅니다. 전 미-한 양국 군 당국 지도부가 어떤 상황에서도 연합훈련을 강행할 것을 정부 당국자들에게 촉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분명한 신호를 주기 위해서라도 훈련은 예정대로 실시해야 합니다.
문) 이번 주에 시작된 미국과 일본의 연합군사훈련에 주한미군이 최초로 동참했거든요. 이게 유사시 해외주둔 미군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켜 운용하는 ‘전략적 유연성’의 일환이 아니겠느냐, 그렇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답) ‘전략적 유연성’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게 마치 주한미군을 다른 지역으로 빼는 계기가 될 것처럼 여러 언론에 머릿기사로 소개됐습니다.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이 개념은 미국이 유사시 필요한 병력을 차출하되 반드시 동일한 전력으로 대체하게끔 돼 있습니다. 절대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또 하나는 남북한 간 전면전이 발생하면 유엔사가 일본 기지를 중심으로 작전을 펴게 돼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또 여기엔 주한 미8군도 동참하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주한미군이 미-일간 연합훈련에 참여해 현지에서 병참, 수송 등의 연습을 한다는 건 오히려 한국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문) 그래도 외형적으론 미 국방부 예산이 크게 줄었거든요. 새 국방전략도 축소된 예산에 맞춘 거구요. 어떻게든 미군의 한국 방어전략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답) 전 미국의 새 국방전략에 매우 고무돼 있습니다. 저 자신도 참전했던 이라크전에서 미군 15만 명이 빠져나왔습니다. 아프간에서도 미군 철수가 이뤄지구요. 결국 더 강해진 미군을 다른 지역에 투입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리고 미국이 재정 문제 해결책 중 하나로 지난 6, 7년 동안 늘어난 병력을 그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겁니다. 게다가 새 국방전략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바로 냉전이 끝났던 20여년 전부터 제가 원했던 방향이기도 합니다. 특히 북한은 미군의 새 전략지침을 절대 미 전력의 약화로 오판해선 안됩니다.
문) 만약 미 국방비가 현 예상 수준보다 더 깎여서 1조 달러까지 줄어들게 되면 어떻겠습니까? 확실히 한반도 미군 전력에 변화가 오는 거 아닌가요?
답) 그 경우는 장담 못합니다. 국방비가 만약 추가 삭감 쪽으로 가닥히 잡힐 경우 미군 전력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겁니다. 특히 지상군에 굉장히 악영향을 미칠 거구요.
문) 사령관께서 언급하시기 민감한 주제이긴 합니다만, ‘작전계획 5027’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새 국방전략에 따라 어쨌든 병력을 축소해야 하는 미군으로서 70만 명이나 한반도에 투입하기 벅차지 않겠습니까?
답) 그 숫자를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군사작전과 관련한 어떤 기밀정보도 누설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우선 말씀드리겠습니다. 분명한 건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경우 미-한 연합군은 신속히 북한 군을 제압한 뒤 북한 정권을 바꿔버릴 겁니다. 이 말로 충분합니다. 가볍게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주한미군을 3년 가까이 지휘한 자격으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어느 누구도 미군 전력을 오판해선 안됩니다.
문) 사령관께서 한국에서 복무하실 때 방위비 부담 문제로 한국 정부와 부딪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군이 새 전략을 한반도에서 운용하게 되면 비용 절감 차원에서 다시 그 문제가 강하게 제기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답) 국내총생산 대비 방위비 규모를 봐도 미국이 한국 보다 훨씬 지출이 많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부담을 한국이 좀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주한미군 비용을 50대 50 정도로 대는 쪽으로요. 앞으로 양국 정부 당국자들이 이 부분을 더 논의할 겁니다. 그리고 미국의 훌륭한 친구이자 동맹인 한국이 방위비를 조금 더 부담해 줬으면 합니다. 물론 이건 정치 지도자들의 몫이지만 전 그렇게 믿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과의 인터뷰를 들으셨습니다. 미국의 새 국방전략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전 주한미군사령관들로부터 들어보는 기획보도, 다음 주에는 월터 샤프 전 사령관과의 인터뷰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