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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북한 경공업 – 1. 실태


NK_Light_Indu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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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올해도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경공업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북한의 경공업에 대한 두 차례 기획보도를 마련했는데요, 오늘은 북한 경공업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보도에 이연철 기자입니다.

평양 제1백화점에서는 지난 3일 상품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전시회에는 북한 전국의 공장에서 만든 의류와 신발 등 다양한 생활용품들이 전시됐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보도한 평양 제1백화점 정명옥 지배인의 말입니다.

정명옥 지배인) “이번 전시회는 우리 경공업의 발전 면모를 보여주고 인민들의 생활을 더욱 향상시키는데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지난 5일 평양에서는 북한 최초의 대형 상점인 ‘광복지구상업중심’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 상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 전에 마지막으로 현지 지도를 했던 곳으로 주목을 받은 곳입니다.

오룡일 조선대성무역총상사 총사장은 북한과 중국 두 나라 합작으로 만들어진 이 상점이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룡일 총사장) “인민생활 향상과 강성국가 건설에도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기 위한 투쟁을 힘차게 벌이고 있는 때에 광복지구상업중심을 개업하게 되는 모임을 가지게 됩니다.”

이처럼 북한은 올해도 년초부터 경공업 발전을 통한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북한 당국의 구호들은 빈 구호에 불과하다고, 서울에 있는 탈북 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김흥광) “북한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공업 제품들에 대한 수요, 갈구, 이런 것들을 북한 당국이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해마다 신년사에서 경공업의 해, 경공업에서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는 해, 계속 이런 것을 되풀이하는 거죠.”

김 대표는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최소한의 생활필수품도 제대로 공급 받지 못하고, 쉽게 구입할 수도 없기 때문에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랫동안 국방공업과 중화학공업 위주의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경공업은 필연적으로 낙후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게다가 기존의 경공업 공장들은 생산시설이 낡은데다 전력난과 원료난 등이 겹쳐 제품생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연구전문위원은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공급하는 북한 당국이 능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동용승 연구전문위원) “전반적으로 북한 경공업 공장들의 가동률이 그렇게 높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채 30%의 수요도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추정이 돼요.”

동용승 연구위원은 그나마 경공업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들도 주민들에게 배급되기 보다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해 미국 서부에 정착한 한 탈북자는 북한에서 생활필수품 배급이 끊긴 지가 20년 이상 됐다며, 북한에 있을 때는 옷 한 벌 구해 입기도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는 매일 옷을 갈아 입다시피 하지만 거기는 그렇게 가지 못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한 벌씩, 외출복은 그걸로 되고….”

이 탈북자는 이제는 북한 주민들이 필요한 물품을 장마당에서 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장마당에서 생필품을 구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문제는 돈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현실은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2009년 이후 탈북한 북한 주민들을 심층면접해 작성한 보고서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10% 이내의 북한 상류층은 커피와 같은 기호식품을 즐기고, 옷도 횟수에 구애 받지 않고 사 입으며, 취사와 난방, 전자제품 사용에도 거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북한 주민들, 특히 하류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생활에 상당한 곤란을 겪고 있다고, 보고서 작성자인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의 정은미 박사는 말했습니다.

정은미 박사) “하류층의 경우, 옷은 주로 다른 사람이 입었던 옷을 입고, 전자제품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하류층이 북한 전체 인구의 한 50%를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기은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연구위원은 주민들에게 생활필수품을 제공하는 북한 당국의 능력이 점점 더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산 제품들이 빠른 속도로 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봉현 연구위원) “거의 중국산이 80-90% 차지하는 거잖아요, 유통 물량의 8-90%가 중국산인데,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주민들이 중국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거잖아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국제 전문지인 `환구시보’는 최근 평양에 있는 광복지구상업중심 현지취재를 통해, 식품과 일용잡화, 전자제품과 섬유제품, 화장품, 과일 등이 대부분 중국산 제품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조봉현 연구위원은 자력갱생에 의한 생산력 증대라는 북한의 경공업 목표가 실적을 내지 못해 중국산 대량 유입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북한 경공업 발전의 동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 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능력이 제한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필품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외화난에 직면할 경우, 아예 중국산 제품을 수입하지 못하거나, 환율이 급등해 그만큼 중국산 제품을 비싼 값에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올해 용의 해를 맞아 올해를 경공업이 용을 쓰는 해, 인민들이 경공업의 덕을 보는 해가 되게 하겠다는 선전화까지 제작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옷과 신발, 과자, 국수, 사탕과 화장품 등 대표적인 경공업 제품이 그려져 있는 이 선전화를 통해 경공업 발전을 주장하고 있지만, 외부세계에서는 오히려 이 선전화가 열악한 북한 경공업의 실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내일 이 시간에는 두 번째 순서로, 북한 경공업의 발전 전망과 과제를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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