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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전 NSC 한국 담당 보좌관, “오바마 행정부 임기 내 북 핵 협상 성과 어려워”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12년 말까지 미국과 북한이 핵 협상에서 대단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직 미 백악관 고위관리가 말했습니다. 수미 테리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 일본 담당 보좌관은 오바마 행정부가 회담을 위한 회담은 안 하겠다는 입장을 남은 임기 동안 일관되게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 정보기관에서 10년 넘게 한반도 관련 업무를 맡았던 테리 전 보좌관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 2009년까지 국가안보회의에서 일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테리 전 보좌관을 인터뷰했습니다.

문) 오바마 행정부는 6자회담이 재개되기 전에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아직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양측이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답) 북한이 미국의 사전조치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고 미국도 물러설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어느 정도 유연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한동안 교착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6자회담을 서둘러 재개할 생각이 없습니다. 회담을 위한 회담은 안 하겠다는 거죠. 북한이 최근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잠정중단을 다시 논의할 뜻이 있음을 내비치기는 했습니다만,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은 이미 17년 전에 합의됐던 사항입니다. 따라서 이미 합의된 사항에 대해 다시 보상을 하기 위해 미국이 회담을 재개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현재 공은 북한 쪽에 가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다시 협상하고 싶다면 융통성을 보여야 합니다.

문) 비핵화 사전조치 중에서 아무래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가 핵심 사안이지 않나 싶은데, 어떻습니까?

답) 물론입니다. 우라늄 농축 문제가 새로 불거져 나온 만큼 미국은 이 문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자 할 겁니다. 북한이 핵 협상의 의제 가운데 하나로 우라늄 농축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죠.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는 타협안에도 미국은 관심을 갖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절대 절박한 상황이 아닙니다.

문) 지난 2008년 말 이후 6자회담이 계속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회담이 재개된다면 지난 번 회담까지의 성과와 합의사항으로 돌아가서 다시 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답)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미국은 지난 번 6자회담의 상황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미국은 이미 합의된 사항에 대해 다시 보상할 생각이 없습니다. 반면에 북한은 포괄적인 협상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외교적 인정, 안전보장, 경제 지원, 평화협정, 이런 사안들을 모두 담아서 협상하려 할 겁니다. 따라서 6자회담 재개가 합의되더라도 의제를 설정하는 일이 또 다른 과제가 될 텐데요, 회담 재개까지 미국과 북한의 양자회담이 적어도 몇 차례 더 필요합니다.

문) 오바마 행정부가 6자회담의 목표와 방법에 대해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보십니까?

답) 6자회담에서 뭘 이루려고 하는지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북한의 비핵화죠. 하지만 그걸 이루는 방법에 대해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일반적인 수준의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면서 핵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전략적 인내’정책을 펴나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무기 확산을 저지하면서 한국과 강력한 군사동맹을 유지하는 것이죠.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단계들을 거쳐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어느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서 확실한 방법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만큼 북한의 비핵화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서 제가 확실하게 느낀 게 있다면,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에 있어서 한국과 절대로 틈이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문) 전임 부시 행정부는 임기 말 2년 동안 북한과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지 않았습니까? 영변 핵 시설이 일부 불능화되고 핵 활동 검증 문제까지 협상이 이어졌는데, 문제를 다 해결하지 못한 채 임기가 끝났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는 임기가 1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떤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보십니까?

답) 비관적으로 들릴 얘기를 하기는 싫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12년 말까지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 대단한 성과가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미 북한 측에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들을 분명히 제시했고 회담을 위한 회담은 안 하겠다는 입장을 남은 임기 동안 일관되게 밀고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보수진영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 오바마 행정부는 아주 강력하지는 않더라도 일관된 대북정책을 취해 왔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북한의 책임이 큽니다.

문) 성 김 주한미국 대사 지명자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아직까지 인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나서고 있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문제가 앞으로 미-북 관계에서 중요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십니까?

답)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존 카일 상원의원이 성 김 지명자에 대한 인준을 반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 걸 막지는 못할 겁니다.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북한이 충족한다면 미국은 북한과 다시 대화할 겁니다. 공화당 측의 움직임은 보수진영의 입장을 제시한다는 의미는 있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겁니다.

지금까지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 일본 담당 보좌관으로부터 북한 핵 협상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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