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박사는 3일 북한의 식량 수급 전망과 관련해 외부의 식량 지원이 없을 경우 8월 중순부터 식량난이 가중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권 박사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내 곡물 재고분과 이모작 작물 수확 등으로 8월 중순까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며 “8월 중순 이후 가을 수확 때까지는 외부의 지원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힘든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JK Act 01 0603 “현재 갖고 있는 재고분과 이모작 한 게 6월에 수확되면 한 달 정도 버티다가 중국 지원으로 조금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중국이 설령 30만t까지 지원한다 해도 한달 치 식량 밖에 안되기 때문에 결국 8월 이후 대책이 별로 없습니다. “
권태진 박사는 “지난 해 작황이 좋지 않았던 데다 국제사회의 지원 급감으로 북한의 올해 식량 수급은 사실상 중국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식량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도 “한국과 국제사회의 원조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기댈 곳은 중국 뿐”이라며 “북한 곡물 도입량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으로부터 얼마나 식량을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5, 6월 대중 식량 수입량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이모작 수확량이 많이 나와야 가을 추수기까지 버틸 수 있는데 냉해 피해로 상황이 어렵다는 얘기가 들려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권태진 박사는 “북한은 식량 사정이 다급해지면서 올 초부터 중국으로부터의 곡물 수입을 계속 늘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권 박사가 중국 해관총서를 인용해 공개한 ‘북한의 대중 곡물 수입 현황’에 따르면 북한은 올 4월 중국으로부터 3만6천4백t의 곡물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백37%나 늘어난 것입니다. 같은 기간 곡물 수입액도 1천 5백30만 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백75% 늘어났습니다.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곡물 가운데 가장 많은 품목은 콩으로 1만3천t에 달했고, 이어 밀가루, 옥수수, 쌀, 잡곡 순이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넉 달 간 북한이 중국에서 들여온 총 곡물량은 7만3천7백t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82% 늘어났습니다. 곡물 총 수입액도 2천9백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8%나 증가했습니다.
권태진 박사는 그러나 북한이 올해 중국에서 들여온 7만 3천t은 북한 주민의 일주일 치 식량에 불과하다며 식량난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북한은 50만t에서 1백30만t의 곡물이 부족할 것으로 한국 정부 당국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권태진 박사는 북한 내 쌀값 동향과 관련해 “북한 당국이 비축미 등을 풀어 장마당 내 쌀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쌀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다시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정보 당국과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화폐개혁 직후 1㎏당 20원대였던 쌀값은 3월 중순 1천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달 초부터 5백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중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식량을 충분히 지원 받지 못할 경우 오는 8월 중순 이후 심각한 식량난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북한은 지난 4월 중국에서 전년도 같은 기간 보다 2배 이상 많은 곡물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