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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 무신론자가 종교 지식은 월등


미국인들 가운데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이 무신론자에 비해 종교에 대한 기본지식이 오히려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종교 뿐 아니라 자신의 종교에 대한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어떤 조사를 근거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아 보겠습니다.

문) 미국인들은 상당히 종교적이다, 그렇게 알려져 있는데 좀 의외네요.

답) 종교적이라는 것과 종교에 대해 어느 정도 기본지식을 갖추고 있느냐는 또 별개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전자와 후자가 꼭 일치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에 다시 한번 확인된 겁니다. 진행자께선 예수의 출생지가 어딘지 대답하실 수 있겠습니까?

문) 저한테까지 질문을 하시네요. 질문은 제가 해야 되는데.

답) 바로 이런 기본적인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기독교들이 의외로 많다고 하는데요. 한번 맞춰보시죠.

문) 끝까지 물으시네요. 예수가 태어난 곳, 베들레헴 아닌가요? (그럼 라마단은요?) 그건 뭐 많이 나오잖아요. 이슬람교의 금식기도 기간으로요. (맞은 걸로 해 드리구요, ‘마이모니데스’는 들어보셨나요?) 아니,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저도 불합격인가요?

답) 이 질문들만으로 판단하긴 좀 어렵구요. 다른 질문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모세가 누구인가,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나오는 지도자죠, 또 달라이 라마의 종교는 뭔가, 심지어 테레사 수녀의 종교를 묻는 질문에 대답 못하는 미국인들도 적지 않았다고 하네요. ‘수녀’라는 칭호에 벌써 답이 있는데 말입니다.

문) 예. 그건 좀 놀라운데요. 더 믿기 힘든 건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런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런 결과가 나왔어요.

답) 예. 미국의 연구기관인 퓨 종교.공적 생활 포럼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까 정말 그렇더라는 겁니다. 총 32개 문항이 제시됐는데요. 예를 들어 마틴 루터 킹 목사 하면 미국에선 민권운동의 상징과 같은 인물 아닙니까? 그런데 이번에 조사를 해 보니까 기독교 신자들 가운데 킹 목사가 정확히 어떤 활동을 했는지 모르는 비율이 53%에 달한다는 겁니다.

문) 신앙 생활을 한다는 게 뭐 꼭 종교 관련 인물이나 장소를 알고 있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니까요. 그렇게 이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답) 예.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만,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신앙과 종교 지식이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겁니다. 32문항이 제시됐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그 중 무신론자 또는 신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불가지론자들의 성적이 제일 좋습니다. 21개를 맞췄구요. 이어서 유대교와 몰몬교 신자가 각각 20개, 기독교 16개, 카톨릭 15개 순입니다.

문)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요.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결국 종교에 대한 기본지식도 교육 수준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신앙 자체 보다도 말이죠.

답) 물론 맞는 지적입니다. 그런데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들이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또 흥미로운 건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 중에서도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들이 여러 가지 종교 지식이 더 많은 걸로 드러났구요.

문) 역설적으로도 들리네요. 무신론자들이 종교에 대한 기본지식 수준은 가장 높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답) 퓨 종교.공적 생활 포럼 측은 이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무신론자를 자처하는 사람들 가운데 오히려 종교적 전통을 지키는 가정 출신이 많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를 통해 의식적으로 신앙을 포기한 사람들이 다수라는 거죠.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 종교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높았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 만큼 관련 지식도 높겠구요.

문)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그런 무신론자들, 미국에 어느 정도나 되는지 통계가 있나요?

답) 예. 역시 퓨 연구센터에서 집계한 수치입니다. 미국인 가운데 1.6%가 무신론자인 걸로 조사됐습니다. (상당히 적은 거 아닌가요?) 물론 불가지론자까지 합하면 그 수가 조금 많아지구요. 여기에 특정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까지 더하면 16.1%까지 늘어납니다.

문) 역시 기독교 신자가 가장 많겠죠?

답) 그렇습니다. 기독교 신자가 전체 미국 성인의 78.4%에 달합니다. 그 중에서도 개신교가 51.3%로 가장 많고 가톨릭 23.9%, 이어서 몰몬교, 여호와의 증인 순입니다.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고 있는데요. 미국인 가운데 87% 종교를 갖고 있다고 대답했구요. 그 중에서 82%가 기독교 신자인 걸로 나와 있습니다. 나머지 5%가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등이었구요.

진행자: 알겠습니다. 어쨌든 이번 조사 결과를 빗대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신문은 신을 알고 싶으면 무신론자에게 물어라, 이런 우스갯소리도 하던데요. 미국의 기독교 신자가 압도적으로 많긴 하지만 극소수의 무신론자가 종교에 대한 지식은 월등하다, 이번 조사는 이런 결과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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