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혁신, 문화, 그리고 미국 50개 주 소개까지, 미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USA', 오늘은 스포츠와 경제 이야기입니다. 조상진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 준비돼 있나요?
기자) 오늘은 미국 프로스포츠 구단의 '몸값' 이야기입니다. 야구나 농구 좋아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요즘 미국에서 스포츠팀 하나를 사려면 웬만한 억만장자도 쉽게 명함을 내밀기 어려울 정도인데요. 바로 지난주 미국프로농구(NBA)의 명문 구단 LA 레이커스가 125억 달러, 한화로 17조 원이 넘는 가치를 인정받는 조건으로 매각에 합의했습니다. 미국 프로스포츠 구단 거래 사상 가장 높은 금액인데요. 도대체 농구팀 하나가 어떻게 100억 달러가 넘는 가치를 인정받게 됐는지, 오늘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125억 달러면 정말 웬만한 대기업 규모인데요. 레이커스가 아무리 유명한 팀이라고 해도 농구팀 하나가 그 정도 가치가 있다는 게 놀랍긴 하네요.
기자) 그렇죠. 그런데 레이커스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최근 미국 프로스포츠 전반에서 구단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레이커스도 불과 1년여 전 지배지분이 거래될 당시 구단 가치가 100억 달러로 평가됐는데, 이번에는 125억 달러가 됐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뉴욕 양키스에도 대형 투자회사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고요. 스포츠 구단이 이제는 부자들의 취미를 넘어 희소가치가 높은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취급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스포츠팀은 일반 기업하고는 좀 다르지 않습니까? 우승을 못 할 수도 있고, 인기 선수도 떠날 수 있고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스포츠 구단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새로운 경쟁자가 마음대로 등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식당이나 기술회사는 누구든 만들 수 있지만, 돈이 아무리 많아도 마음대로 NBA나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팀 하나를 만들어서 리그에 참가할 수는 없습니다. 리그가 구단 수와 가입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인데요. 공급은 극히 제한돼 있는데 세계적으로 스포츠 구단을 사고 싶어 하는 억만장자와 투자자는 늘어나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한마디로 '살 수 있는 팀은 한정돼 있는데 사고 싶은 사람은 많다'는 거군요. 돈이 있어도 못산다고 하면 더 갖고 싶어지는 심리랑 같은 거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여기에 일반 기업과 다른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스포츠에서는 경쟁팀이 사라지는 게 반드시 좋은 일이 아닙니다. 레이커스가 아무리 잘 나가도 보스턴 셀틱스 같은 경쟁팀이 있어야 경기가 불꽃 튀고 팬들도 열광하지 않습니까? 결국 구단들이 경기장에서는 경쟁하지만, 사업적으로는 리그 전체의 흥행을 함께 키우는 독특한 구조입니다. 특히 미국 프로스포츠는 중계권 등 리그 수익을 구단들이 나누는 구조가 발달해 있어서, 인기 구단뿐 아니라 리그 전체의 성장도 개별 구단 가치에 영향을 줍니다.
진행자) 구단 가격이 올라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역시 TV 중계권을 빼놓을 수 없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이게 핵심입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같은 TV 프로그램을 같은 시간에 보는 일이 많이 줄었죠. 원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스트리밍으로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스포츠는 다릅니다. 경기 결과를 알고 나서 보는 것보다 바로 그 순간 생중계로 보는 가치가 훨씬 큰 콘텐츠입니다. 그래서 광고주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시청자를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는 스포츠가 굉장히 매력적인 겁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S&P Global’은 미국 스포츠 미디어 중계권 규모가 지난해 약 295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NBA도 2025-26시즌부터 디즈니와 NBC유니버설, 아마존과 새로운 11년짜리 미디어 계약을 시작했는데요, 보도된 계약 규모가 약 760억 달러에 이릅니다. 방송사뿐 아니라 스트리밍 기업까지 스포츠 중계권 경쟁에 뛰어들면서 구단이 가진 콘텐츠의 가치가 더 커지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생각해 보면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기존 TV 산업은 어려워졌는데, 오히려 스포츠는 몸값이 더 올라간 셈이네요.
기자) 바로 그 점이 재미있습니다. 시청자가 여러 플랫폼으로 흩어지면서 수많은 사람을 동시에 불러 모을 수 있는 콘텐츠가 오히려 더 귀해진 것입니다.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미식축구리그(NFL)를 보면 이 흐름이 더 분명한데요. CBS와 NBC, FOX 같은 기존 방송사뿐 아니라 넷플릭스처럼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까지 NFL 경기를 중계하고 있습니다. NFL의 현재 장기 미디어 계약은 2033년까지 이어지고, 전체 계약 규모도 약 1천1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스포츠가 스트리밍 시대에 가치가 떨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방송사와 기술기업이 서로 확보하려는 프리미엄 콘텐츠가 된 셈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구단이 버는 돈이 중계권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기자) 물론입니다. 경기장 입장권과 기업 스폰서십, 유니폼과 각종 상품 판매도 있고요. 최근에는 경기장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경기 없는 날에는 콘서트와 각종 행사를 열고, 경기장 주변에 식당과 호텔, 상점과 주거시설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투자자 입장에서 스포츠팀을 산다는 건 선수들로 구성된 팀 하나만 사는 게 아니라 브랜드와 콘텐츠, 팬덤, 그리고 그 주변에서 파생되는 여러 사업 기회를 함께 사는 것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팬들도 중요한 자산이겠군요. LA 농구팀 ‘레이커스’나 뉴욕 야구팀 ‘양키스’ 같은 경우,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팬이 있으니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리고 스포츠 팬은 일반 상품의 소비자와 조금 다릅니다. 휴대전화는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꿀 수 있지만, 평생 응원하던 야구팀이 올해 성적이 안 좋다고 하루아침에 다른 팀 팬이 되기는 쉽지 않죠. 부모가 응원하던 팀을 자녀가 대를 이어서 응원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세대를 이어가는 팬덤과 지역 정체성은 돈을 주고 새로 만들기 굉장히 어려운 자산입니다. 레이커스처럼 오랜 역사와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구단일수록 이런 브랜드 가치가 가격에 크게 반영되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다 보니 이제는 스포츠 구단 투자에 개인 억만장자뿐 아니라 대형 투자회사까지 들어오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프로스포츠 리그들은 전통적으로 구단 소유권을 엄격하게 제한했지만. 최근에는 사모펀드 같은 기관투자자들에게도 조금씩 문을 열고 있습니다. NFL도 2024년에 처음으로 일부 승인받은 사모펀드들이 한 구단의 지분을 합쳐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구단 가격이 워낙 높아졌기 때문에 개인 부호들만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것도 이런 변화의 배경 가운데 하나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스포츠 구단의 몸값은 앞으로도 계속 오르기만 할까요?
기자)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중계권료가 계속 지금 같은 속도로 오를지, 경기장 건설과 선수 연봉 같은 비용 부담은 어떻게 변할지 지켜봐야 하고요. 무엇보다 100억 달러가 넘는 가격을 지불하고도 투자자가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두고는 논쟁이 있습니다. 다만 이번 레이커스 거래가 보여주는 건 분명합니다. 미국 프로스포츠 구단이 이제 단순히 경기를 하는 팀을 넘어, 미디어 콘텐츠와 세계적인 브랜드, 충성도 높은 팬덤을 동시에 가진 매우 희소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네, 100억 달러를 넘어선 미국 프로스포츠 구단의 몸값, 그렇게 가치가 높은 이유를 조상진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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