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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농업 키우려면, 농장 수익 보장해야"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당국의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북한 농업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9년간 한 민간단체의 대북 농업 지원을 총괄했던 이 전문가는 북한 당국이 농장들의 수익 창출과 지출을 보장할 것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농업의 발전을 막는 것은 기술력 부족이 아니라 당국의 규제라고 미국의 농업 전문가인 렌덜 아이어슨 박사가 주장했습니다.

아이어슨 박사는 워싱턴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 노스(38 North)’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에서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석회를 뿌리고 콩류를 재배해 산성화된 토양을 개선하고, 성능이 좋은 파종기를 사용하며, 쟁기질을 적게 하는 보존농법을 적용하는 등 일반적인 농법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어슨 박사는 이런 농법의 혜택이 북한 내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데도 농부들은 자금 부족과 각종 규제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곡물 생산 할당량의 초과분은 시장 가격의 5%에 불과한 수준으로 팔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농부들은 주식인 쌀과 옥수수 농사보다는 시장에 팔 수 있는 개인 텃밭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텃밭에서 나오는 채소와 과일, 가축 등은 전국적인 식량 수급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아이어슨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아이어슨 박사는 농기구 부품도 부족한 실정이지만 농장들은 개별적으로 외국에서 석유나 비료, 부품 등 농자재를 수입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외국 지원단체들은 북한에서 시장 가격에 수확물을 판매하고, 제한 없이 농자재를 조달할 수 있어 시범사업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아이어슨 박사는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개량 옥수수 종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의 비정부기구 저먼 애그로액션의 경우, 협동농장들에 종자를 적정 가격에 사고 팔며 필요한 부품은 자체 조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공장은 2년 만에 북한 전역의 옥수수 종자 필요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t을 공급하고 있다고 아이어슨 박사는 소개했습니다.

유엔 국제농업개발기금 IFAD의 경우 2001년부터 2008년까지 4만5천 명의 북한 농민들에게 소액 대출을 지원하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펼쳤습니다. 농민들은 돈을 빌려 가축을 길렀는데, 필요한 자재와 생산한 고기 등을 자유롭게 사고 파는 활동을 통해 돈을 갚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어슨 박사는 북한 당국이 가격과 상거래, 핵심 부품 수입과 농장 투자에 대한 법규를 바꾸지 않는 한 북한 농장들은 절대로 생산성을 높게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이어슨 박사는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퀘이커 구호단체인 미국친우봉사회 (American Friends Services Committee) 소속 농업 전문가로 북한 내 농업 개발 사업을 총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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