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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부쉬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을 둘러싸고, 공화당-민주당 첨예하게 대립 - 2005-01-10


미국 내 시사 동향을 알아보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문 : 미국의 조지 부쉬 대통령이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연방 대법원 판사를 지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화당 측에서는 부쉬 대통령이 보수적인 인사를 대법관에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대법관 지명을 둘러싸고 일대 결전도 불사할 태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먼저, 공화당 측에서 오는 20일부터 2기 임기를 시작하는 부쉬 대통령이 적어도 1명의 대법관을 지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 미국 연방 대법원은 모두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고, 임기는 종신제입니다. 현직 대법관이 사망하거나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공석이 생기지 않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지난 10여년간 새로운 대법관 지명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12년동안 대법관 지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1811년부터 1823년 사이를 빼면 가장 긴 기간동안 새로운 대법관이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시기적으로 부쉬 대통령의 2기 임기동안 새로운 대법관이 지명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갑상선 암을 앓고 있는 윌리암 렌퀴스트 대법원장의 건강 문제도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다음 달에 있을 부쉬 대통령의 취임 선서를 담당할 예정이지만, 과연 올해 80살의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얼마나 더 오래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법률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문 : 미국 연방 대법원이 한 달간의 겨울 휴가를 마치고 오늘부터 다시 업무에 들어갔지만,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계속 자리를 비우고 있습니다. 새로운 대법관 지명과 관련해 공화당 측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 공화당에서는 연방 대법원에 결원이 생길 경우 보수적인 법률 전문가를 지명하라고 부쉬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전 레이건 행정부 당시 법무부에서 근무했던 법률학자 브루스 페인 씨는 부쉬 대통령이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과 클라렌스 토마스 대법관 등 대법원 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두 명의 대법관과 같은 성향의 인사를 지명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페인 씨는 부쉬 대통령이 스칼리아 대법관이나 토마스 대법관 같이 철학적으로 보수적인 사람을 새로운 대법관에 지명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부쉬 대통령이 선거 운동 중에 2기 동안에 공직에 결원이 생길 경우 그렇게 할 것이라고 공약했었음을 지적했습니다.

문 : 대법관 지명권을 갖고 있는 부쉬 대통령은 현재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 아직 부쉬 대통령은 새로운 대법관 지명과 관련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화당의 보수파 인사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치적 자산을 획득했고, 앞으로 그 자산을 사용할 것이라는, 재선에 뒤이은 부쉬 대통령의 일부 발언들을 가리켜 부쉬 대통령이 새로운 대법관 지명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대담한 입장을 취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고무돼 있습니다.

문 :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물론 정반대 입장을 보일 텐데요 어떻습니까?

답 : 민주당에서는 새로운 대법관 지명자 인준을 둘러싸고 공화당과 일대 결전을 벌여야 할지도 모르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낙태 권리 보호를 주창하는 진보 단체들은 벌써부터 대통령에게 온건한 인사를 새 대법관에 지명하는 것이 상원의 인준을 얻을 수 있는 최상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부쉬 대통령이 자신의 이미지에 맞춰 사법 체계를 재편할 권한을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그동안 부쉬 대통령의 연방 판사 지명에 여러 차례 반대 운동을 펼친 바 있는 진보적인 법률 운동가 단체인 [정의를 위한 동맹]의 낸 아론 씨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론 씨는 연방 대법원이 대부분의 현안들에서 이미 보수적인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또 다시 보수적인 인사가 대법관에 임명될 경우 대법원이 너무 극우 성향을 띠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 : 민주당은 궁극적으로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을 담당할 연방 상원에서 숫적 열세를 보이고 있는데, 어떤 전략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까?

답 : 말씀하신대로 상원 재적 의원 가운데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면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이 이루어집니다. 현재 상원에서 공화당이 55석, 민주당이 44석, 그리고 무소속이 1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표결이 이루어진다면 부쉬 대통령의 뜻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회의 대표적인 전술인 필리버스터, 즉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의사 진행을 방해함으로써 표결 자체를 원천 봉쇄하면서 여론의 힘을 빌어 보수적인 인사의 대법관 지명을 막는 전술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문 : 양당이 이처럼 새로운 대법관 지명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 현재 렌퀴스트 대법원장을 제외한 연방 대법관 8명은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대법관 4명과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 임명한 진보성향 4명으로 정확하게 반분돼 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어떤 성향의 사람이 새로운 대법관으로 임명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여러가지 현안들이 어떤 방향으로 결정되느냐가 판가름나기 때문입니다.

워싱턴 아메리칸 대학의 대통령 역사학자 앨란 리흐트만 교수는 공화당의 주도적인 세력인 보수적 인사들은 매우 보수적인 사람을 대법관으로 지명하라고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하고,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온건한 사람을 지명하라고 말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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