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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초점] 연일 기록 갱신하는 미국의 휘발유 가격, 그 현황과 영향 - 2004-05-20


앵커 =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 연철 기자와 함께 전례없는 미국의 연료비 상승의 현황과 요인등을 알아봅니다. 현재 미국내 여러 지역의 휘발류 가격 상승 현황은 어떤 상태입니까?

이 = 미 연방 에너지 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월요일 미 전국의 보통 무연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2달러를 넘어섰습니다. 1주일 전에 비해 7센트가 오른 것이고, 한 달 전보다는 20센트, 그리고 1년전에 비해서는 무려 52센트나 오른 것입니다.

특히 서부 로스엔젤레스는 갤런 당 2.35센트로 미국에서 가장 비싼 지역으로 기록됐고, 이밖에도 보스톤과 시카고, 클리브랜드, 덴버 , 마이애미, 뉴욕, 시애틀 등에서도 2달러를 넘었습니다.

1갤런이 약 3.8리터니까, 리터로 환산한 미국의 휘발유 값은 약 53센트 정도로 리터 당 1500원에 육박한 한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싼 편이지만, 미국에서는 갤런당 2달러가 넘은 것이 이번이 사상 처음이라서 소비자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크게 우려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앵커 =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계속 오르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까?

이 = 배럴 당 42달러에까지 육박하고 있는 국제 원유가격의 상승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 상승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중동 정세 불안을 들 수 있습니다. 최근 이라크와 주변국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테러 사건으로 인해 중동지역으로부터의 석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져 유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게다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중국 경제가 막대한 양의 원유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다가, 미국 정유사들이 올 여름 성수기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한 휘발유 재고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유가 상승을 부추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앵커 =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다른 물가에도 영향이 있을 텐데요, 어떻습니까?

이 = 그렇습니다. 휘발유 가격 상승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택시와 트럭 회사, 그리고 항공사와 배달 전문회사들은 이미 요금을 올리거나 추가 요금을 징수하고 있구요, 다른 물가들도 인상 압력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앵커 = 휘발유 가격 급등이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이 = 대통령 선거를 채 6개월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휘발유 가격 급등이 부쉬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왔던 경제 회복이나 고용 증가 등이 긍정적인 요소들이 빛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이 휘발유 가격 인상이 가계에 부담이 된다고 답했습니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존 케리 상원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도대체 대통령은 어디에 있는냐는 말로 부쉬 대통령이 휘발유 가격을 잡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석유 수출국 기구 오펙에 원유 증산 압력을 가하라고 부쉬 대통령에게 촉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휘발유 가격 안정을 위해 전략 비축유 방출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은 비상시에 대비해 현재 6억 6천만 배럴의 휘발유를 비축해 놓고 있으며, 비축량을 최대치인 7억 배럴까지 끌어 올리기 위해 지금도 하루 17만 배럴씩을 비축하고 있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추가 비축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 미국 정부는 야당의 그같은 요구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이 = 부쉬 대통령은 19일 휘발유 가격 안정을 위해 전략 비축유에 손을 대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부쉬 대통령은 전략 비축유 방출은 테러와의 전쟁을 치루고 있는 미국을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략 비축유는 말 그대로 유사시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게 부쉬 행정부의 입장입니다. 대신 부쉬 행정부는 세계 산유국들과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원유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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