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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인 상가 차츰 테러전 경기 회복 - 2002-09-13


지난해 9-11 테러 공격이후 미국 경제에 불어 닥친 한파는 뉴욕의 한인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직접 테러의 영향을 입었던 그라운드 제로 주변의 한인업소들은 이제 하나둘씩 영업을 재개하고 있으며, 뉴욕시 32번가 일대와 퀸즈의 풀워싱 지역의 한인 상인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차츰 테러 이전 수준의 매상을 회복해 가고 있습니다. 뉴욕, 맨하탄 현지를 탐방했던 문주원기자의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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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1년 만에 영업을 재개한 네일 업소 (손톱미용업소) 주인 이인숙씨는 가게를 처음 열었던 날 처럼 오늘 아침 마음이 몹씨 설레였습니다. 세계 무역센타 붕괴후 3개월 만에야 가게에 들어와 볼수 있었던 이인숙씨는 그자리에 주저않아 통곡하고 싶을 정도로 허무함을 느꼈었다고 말했습니다. 1년 만에 새로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이인숙씨는 장사 걱정보다도 단골 고객이였던 세계무역센터 직원들의 생사여부를 몰라 더욱 안타까워 하고 있습니다.

정부 기관과 다른 구호 단체들의 도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살아가야 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이인숙씨는 비록 예전과 같은 매상을 올릴수는 없더라도 가게 간판이 켜진 것을 보고 한분한분 안부를 물으러 가게 문을 들어서는 이전의 단골 손님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막에서 꽃을 피우는 심정으로 가게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라운드 제로에서 가장 까가운 한인 업소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이인숙씨는 말했습니다.

네일 케어 업소로 부터 네 구역 떨어진 그린 위치 거리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65세의 조경주씨는 올초부터 장사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조경주씨는 과거의 4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상을 올리고 있지만,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할뿐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테러 사건으로 인한 직접 피해뿐 아니라 테러 참사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조경주씨의 가게는 더욱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그라운드 제로 주변 어떤 업소 보다도 테러 참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업소들은 세계무역센타와 주변 회사 직원들에게 출근길 아침과 점심거리를 판매해온 델리 업소들입니다. 뉴욕시 한인 식품협회의 크리스 최 사무처장에 따르면 뉴욕 시내의 한인 델리 업소들은 최소 10퍼센트, 많게는 40 퍼센트까지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미연방 정부와 주정부는 테러 참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라운드 제로 주변 업소들에게 보상금과 대출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인 업소 운영자들은 그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크리스최 사무처장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한인 상인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적은 액수의 보상금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 이후에 불어닥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정부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세계 무역센터 주변 트리니티 플레이스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천 제인씨는 그라운드 제로 주변의 소규모 업체보다 대기업체 보상에 주력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천씨는 테러 참사로 천여점의 값비싼 소장 그림들이 쓰레기 더미가 되어버렸던 상황에서도 거래 업체에서 무상으로 현금을 빌려주거나,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 그림들을 자신을 돕기 위해 사는 것을 느꼈다면서 이번 참사로 잃은 것보다 얻은것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천씨가 운영하는 갤러리 진열대에는 거의 대부분의 9-11 테러 희생자들의 사진을 모아 모자이크 처리해 만든 세계무역센타 건물 포스터가 걸려있습니다. 장당 25불에 판매되고 있는 이 포스터 수익금의 전액은 희생자 가족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고가의 예술 작품을 판매하는 업소로서 25불짜리 포스터를 사기 위해 화랑을 들어서는 손님들을 접대하고, 포스터를 포장하고 또, 영수증을 써주는등 번거로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천씨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받은 만큼 베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인 식당과 상점이 밀집한 뉴욕시 맨하탄의 32번가를 일대의 코리안 타운도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역시 테러 참사 이후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주로 한인들을 상대로 하는 이곳 코리안 타운의 업소들은 최근 들어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역시 한인 타운에서 20년간 전자 제품 판매 업소를 운영해온 조민정씨는 테러 직후 한때 매상이 60퍼센트까지 떨어졌었지만, 월드컵 이후 한인들의 소비가 늘면서 많이 회복됐다며 앞으로 테러 사건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역시 대규모 한인 타운을 이루고 있는 퀸즈의 노던 불버드 일대의 풀워싱 지역에서도 경기 회복의 기미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부분 한인 소비자들을 상대로 형성된 상권인 풀워싱 일대에서는 올해만해도 서너개의 식당이 새롭게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미국내 한인들의 위축된 소비 심리가 어느정도 완화된 반면, 미국인들의 소비심리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습니다. 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대표적 업종인 네일 케어, 시내 중심의 델리업계와 함께 세탁업계도 아직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풀워싱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선우 영팔씨는 미국 손님들의 거래 회수와 물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테러 참사 이후 지난 일년간 뉴욕시 주변의 한인 업소들은 대부분 크고 작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들 한인 업소들은 국가가 당면한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극복하려는 의지를 갖고 희망찬 미래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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