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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의 선거자금법 개정, 기대와 회의 - 2002-03-05


미국 선거자금 운영의 변혁을 바라는 의회내 개혁파가 그동안의 격렬한 토론 끝에 마침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로써 지난 1974년 이후 지속됐던 선거자금법이 비로소 변화를 맞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정치권의 자금운영을 바라보는 미국 유권자들의 냉소적인 시각마저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좀 더 자세한 보돕니다.

선거자금법 개혁안을 통과시킨 미 하원에 이어, 상원도 곧 이를 표결에 붙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상원에서도 통과되면, 대통령의 서명을 통해 법안이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개혁법안은 기업과, 노조, 그리고 개인들이 정당에 대한 무제한적인 헌금을 금지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흔히 ‘소프트 머니’라 불리는 이 정당헌금은 유권자들의 투표권 행사를 독려하는 등의 선거자금으로 쓰이게 됩니다. 선거 입후보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헌금인 ‘하드 머니’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1974년의 워터 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그 규모가 제한된 바 있습니다.

최근 노조와 기업, 그리고 이익단체들이 기부해 온 소프트 머니는 상대 후보에 대한 간접적인 공격이나 특정후보의 당선을 도모하는 티 브이 혹은 라디오 광고의 제작비용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렇게 법망을 교묘히 빠져 나와 지난 2천년 대통령 선거 당시 선거자금으로 흘러들어간 돈이 공화당과 민주당을 통틀어 약 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상하 양원에 걸친 대부분의 민주당원들이 이번 개혁법안에 찬성하고 있으며, 일부 공화당원들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개혁법안에 반대하는 공화당원들은 크게 두가지 점을 반대 이유로 내세웁니다. 첫째, 미 국민들은 누구든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있을 때 내고 싶은 만큼의 정치헌금을 얼마든지 기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마치 헌법에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것처럼, 정치헌금 기부의 자유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두번째로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에 그랬던 것처럼 많은 돈이 음성적인 불법 자금으로 정치권에 유입될 가능성을 경계하자는 주장입니다. 대다수의 정치 전문가들은 많은 국민들이 이번 개혁법안을 지지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곳 워싱턴에 있는 조지타운 대학 [스테판 웨인] 교수의 말입니다.

“국민들은 선거라는 것이 특정 이익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들을 위해 실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법안이 보다 바람직한 정부 구성을 위한 긍정적인 조치라는 점에 국민들은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자금을 포함,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냉소적인 시각이 금방 변화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워싱턴에서 독자적인 정치 회보를 발행하는 [스튜어트 로덴버그] 씨는 말합니다.

“일반 대중들은 한편으로는 이번 개혁 조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입니다. 개혁이란 대개가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상당히 냉소적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떤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미국 정치에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이익단체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지지하는 정치인들에게 헌금을 제공해 왔다고 역사가들은 지적합니다. 정치분석가인 [스튜어트 로덴버그] 씨도 1970년대 소위 워터게이트 개혁법안이 확정된 이후에도 불법자금 공여는 계속 성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돈이 미국의 선거자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으며 이익단체들의 개입도 계속되리라 전망됩니다. 정당들도 마찬가집니다. 법이 바뀐다면, 자금을 동원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계속해서 강구해 나갈 것입니다.”

개혁법안의 지지자들도 이번 법안이 미국 정치에 끼치는 돈의 영향력을 제한시키려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미흡한 시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익집단의 영향력을 배제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아무리 미미하다 할지라도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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