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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북 제재, 북한체제 오히려 뒷받침’ - 독일 NGO 북한담당관


독일의 비정부기구(NGO)인 '저먼 애그로 액션' 소속으로 5년 동안 북한에서 지원 활동을 벌이고 귀국하는 얀츠 캐린 박사가 오늘 (20일) 베이징에서 자신의 북한 활동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캐린 박사는 이 자리에서 유엔의 대북 제재가 북한 체제를 오히려 뒷받침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이징 현지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가 북한 체제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얀츠 박사의 말이 관심을 끄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전해주시죠?

답) 독일 비정부기구(NGO)인 '저먼 애그로 액션'의 북한 주재 담당관으로 5년 간 평양에서 근무한 캐린 얀츠 박사는 오늘 낮 베이징 시내에 있는 독일대사관에서 ‘대나무 장막에 가려진 북한에서의 5년 (Behind the Bamboo Curtain: Five Years in North Korea)’을 주제로 설명회를 열었는데요, 얀츠 박사는 이 자리에서 유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제재가 북한의 체제를 뒷받침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얀츠 박사는 유엔의 대북 제재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못 사는 이유가 국제사회가 북한을 적대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식의 핑계거리를 제공한다면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는 북한의 체제 선전과 단결 측면에서 오히려 북한에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북한 정부가 지난해 말 실시한 화폐개혁 조치 이후 물가와 외화 가치가 폭등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얀츠 박사가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답) 얀츠 박사는 북한 정부가 지난 해 11월30일 전격 단행한 화폐개혁을 한마디로 재앙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북한 정부의 화폐개혁은 북한 주민들 뿐아니라 북한에서 국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 모두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는 것입니다.

북한 정부가 화폐개혁 조치로 외화 사용까지 못하게 하면서 화폐개혁 초기엔 일주일 사이 1유로 환율이 북한 돈 40원에서 1백40원으로 급등했고, 평양 시내에 있는 통일시장은 지난 2월 초까지 일부 음식만 판매할 뿐 거의 폐쇄되다시피 마비됐었다고 캐린 얀츠 박사는 전했습니다.

또한 캐린 박사는 북한 내 7~8개 지역에서 만나본 농민들도 화폐개혁 직후 새 화폐를 신뢰하지 못해 식량을 쌓아놓고 팔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캐린 얀츠 박사는 또 북한은 식량난도 문제지만 ‘에너지 대란’이 사회발전을 더 크게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실제 지난 겨울 ‘저먼 애그로 액션’의 평양사무소에 난방이 안 되고 전기가 끊길 정도로 에너지 공급 사정이 심각했다고 전했습니다.

문) 캐린 얀츠 박사는 오랫동안 북한에서 농림업 분야 지원 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압니다. 북한의 식량난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던가요?

답) 얀츠 박사는 북한은 식량난이 심각하지만 북한 정부의 공식발표보다는 훨씬 많은 실제 생산량이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는 것만큼 심각하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지난 2년 이상 북한에 비료 공급을 중단한 것이 북한의 식량 수급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나 북한이 오히려 유기농 비료를 만들고 농지를 개간하는 등 전화위복의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얀츠 박사는 또 북한의 사정은 중국의 개혁개방 전인 30~40년 전보다 낫기 때문에 텃밭 개간을 통해 생산량을 높이고 개인경작 규모를 넓혀나간다면 중국의 승포제 즉, 농민이 경작권을 국가로부터 일정기간 임대하는 제도와 같은 농업개혁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문) 최근에 일부에서는 북한의 식량난과 화폐개혁 이후의 사회적 혼란을 들어 북한 체제의 급변사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얀츠 박사는 이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던가요?

답) 얀츠 박사는 북한이 지난 1992년 이래 처음으로 실시한 화폐개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데다 식량과 에너지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조속한 시기에 급변할 것으로는 내다보지 않았습니다.

얀츠 박사는 북한 사회가 안정적이냐 불안하냐는 설명회 참석자의 질문에, 북한 체제는 60년 이상 계속돼 왔고 지난 1990년대에는 대기근 상황도 극복해 왔다면서, 이른 시기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얀츠 박사는 현재 북한 사회는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는데요, 북한이 핵 개발을 하면서도 사회 인프라 구축에도 투자하고 있고, 북한 사람들의 교육열이 높은데다 중국과 유럽 등에서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의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북한은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전해지는 3남 김정은에 대한 북한 내 추대 움직임도 관심을 끄는데요, 김정은의 후계와 관련해서는 어떤 얘기를 했나요?

답) 얀츠 박사는 김정일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떠올랐음을 암시하는 사례를 전했는데요, ‘저먼 애그로 액션’의 평양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북한 직원들이 지난 1월 8일 김정은의 생일날 출근했다 곧바로 축하 행사에 간다고 일찍 퇴근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북한 당국이 김정은 생일 축하행사를 상당히 대규모로 치렀고, 북한이 김정은 후계구도 공식화에 들어갔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다만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을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인정하는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문) 최근 계속 제기되고 있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설에 대한 언급도 있었나요?

답) 김정일 위원장이 4월 중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외신의 관측과 관련해, 얀츠 박사는 방중 가능성에 대한 대답 없이, 다만 북한 현지 인사들 사이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에 가서 많이 배워오길 바란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문) 끝으로, 캐린 얀츠 박사가 어떤 인물인지 소개해 주시죠.

답) 얀츠 박사는 토지관리와 농업 분야를 전공한 뒤 1985년 중국에서 농민들에게 친환경 농법을 전수해 생활환경을 개선하면서 동아시아 지역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얀츠 박사는 이어 지난 2005년 독일 비정부기구 '저먼 애그로 액션'의 북한 주재 담당관으로 부임해 5년 동안 일해 왔는데요, 북한 담당 국장으로서 외국인과 북한인 직원들과 함께 북한의 친환경적인 텃밭 개간을 비롯해 평양과 근교 도시 지역에서 태양열 온실 건설과 채소 재배, 과일나무를 포함한 산림 조성, 식수 공급 등의 지원활동을 벌여왔습니다. 얀츠 박사는 이 과정에서 일반인 가정을 방문해 북한 주민들과 직접 접촉하고 교류도 할 수 있었습니다. 얀츠 박사가 속한 독일 비정부기구 '저먼 애그로 액션'은 ‘유럽연합 지원계획(EU Program Support)’에 따라 북한 내에서 활동하는 유럽 지역 6개 비정부기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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