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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서 북한 월드컵 대표팀 방문 문제로 논란’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는 북한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전지훈련을 위해 방문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민간단체들이 항의시위를 준비하는 가운데, 짐바브웨 정부는 자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 보겠습니다.

문) 이연철 기자, 북한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짐바브웨를 방문하게 된 경위부터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죠?

답) 짐바브웨에서 전지훈련을 해 달라는 짐바브웨 정부의 요청을 북한 월드컵 대표팀이 받아들인 것입니다. 짐바브웨 정부는 이웃나라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전후해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월드컵 본선 진출국의 전지훈련을 유치할 경우, 목표를 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브라질, 영국, 호주, 북한 등 다섯 나라에게 짐바브웨에서 전지훈련을 할 것을 요청했는데요, 오직 북한만이 이 같은 요청을 받아 들였습니다.

문) 북한 월드컵 대표팀이 짐바브웨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답)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한 북한은 지난 해 10월 이후 전 세계를 돌면서 전지훈련과 평가전을 벌이고 있는데요, 짐바브웨를 방문하는 것도 바로 그 같은 노력의 일환입니다.

특히, 짐바브웨는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국경을 접한 이웃나라로 북한 축구대표팀이 오는 6월의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마무리 현지적응훈련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나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남아공 한인회장의 이기면 회장의 말을 들어 보시죠.

“짐바브웨가 바로 이웃나라죠. 비행기로는 약 2시간 정도 걸리구요. 짐바브웨에도 교민들이 좀 있습니다. 기후가 남아공과 거의 비슷하구요, 아프리카 중에서는 경제가 지금 엉망이지만 환경은 참 좋습니다, 안전하고. 짐바브웨가 전통적으로 북한하고 가깝죠.”

문) 북한 월드컵 대표팀이 언제 짐바브웨를 방문하게 되나요?

답) 오는 5월25일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 후 약 2주일 동안 전지훈련을 하면서 짐바브웨 축구국가대표팀과 두 차례 친선경기도 가질 예정입니다.

문) 하지만, 일부 짐바브웨 국민들은 북한 월드컵 대표팀의 전지훈련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짐바브웨 시민단체들은 정부 조치에 반발하면서 북한 대표팀이 예정대로 짐바브웨를 방문할 경우 항의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대표팀이 머물 짐바브웨 제2의 도시 불라와요가 저항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짐바브웨 아프리카 인민연합’측은 북한 축구대표팀을 짐바브웨로 불러 들이는 것에 전적으로 반대한다면서, 북한 대표팀이 북한 국기를 앞세우고 들어오는 것은 매우 도발적인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 짐바브웨의 일부 시민단체들이 이처럼 북한 월드컵 대표팀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북한 축구대표팀의 방문으로 지난 1980년대 북한이 개입됐던 민간인 학살사건의 쓰라린 기억이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당시에 총리를 맡고 있던 로버트 무가베 현 대통령은 정치적 반대파 숙청 과정에서 자신의 친위부대이자 최대 부족인 쇼나족으로 구성된 ‘제5여단’을 동원해 소수부족인 은데벨레족 2만 여 명을 학살했는데요, 제5여단을 창설하고 훈련을 시킨 것이 바로 북한의 군사교관들이었습니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훈련을 받은 제5여단의 잔학함은 영국의 훈련을 받은 나머지 군인들과 극적으로 비교됐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짐바브웨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북한 팀의 전지훈련을 유치한 것은 당시의 희생자와 생존자를 모두 모욕하는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짐바브웨 정부가 북한 월드컵 대표팀 초청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습니까?

답) 아직까지 그럴 가능성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짐바브웨 정부는 시민단체들에게 흥분하지 말고 진정할 것으로 촉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짐바브웨 관광부의 월터 음제비 장관은 지난 18일 현지 주간지와의 회견에서, 북한 월드컵 대표팀 초청은 단순한 스포츠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이를 정치적인 문제로 악용하지 말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음제비 장관은 북한 대표팀에 대한 시위계획을 철회하라고 시민단체들에게 호소했습니다.

문) 아울러, 음제비 장관은 북한 축구대표팀의 방문으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타당성이 있는 얘기입니까?

답) 이 부분은 처음부터 의문이 제기된 부분입니다.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의 전지훈련을 유치할 경우, 응원단도 함께 따라와 숙박과 식사, 관광 등에 많은 돈을 쓰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과연 북한 대표팀을 따라 짐바브웨를 찾을 북한 관광객이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짐바브웨 시민단체들도 바로 그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경제적 효과를 기대했다면 북한 대표팀은 완전히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북한 대표팀을 초청한 것은 기본적으로 정부와 북한 간의 친선 관계가 계속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북한 월드컵 대표팀이 예정대로 전지훈련을 온다면 모든 힘을 다해 불만을 표시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북한 팀이 짐바브웨에 머무는 기간은 물론이고 남아공의 북한 팀의 월드컵 경기 장소에서도 시위를 벌이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짐바브웨 정부와 시민단체들의 입장이 너무 달라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이연철 기자와 함께 짐바브웨에서 북한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전지훈련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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